대학별 TFT 중심으로 일단 큰 그림 그리기 나서

“지표 확정 아직도 안 돼 준비에 애먹어”

[한국대학신문 백수현 기자] 지난달 말 전문대학 최고의 영예인 ‘세계적 수준의 전문대학(WCC; World Class College)’ 선정 발표 이후, 이제 전문대학들의 관심은 ‘특성화 전문대학 100개교 선정’에 쏠리고 있다. 박근혜정부 전문대학 육성책 중 핵심으로 꼽히는 이 정책은 ‘대학별 학과별 강점분야에 대한 집중 투자를 통해 창조경제체제에 맞는 특성화 전문대학 100개교를 육성함으로써 국가전략산업, 지역산업의 핵심 인력을 매년 15만명 씩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2014년에 70개교를 1차 선정한 뒤 2015년 80개교, 2016년 90개교, 2017년 100개교로, 매년 10개교씩 늘려 대학 수를 100곳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이와 관련해 교육부와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는 전문대학 교수들을 주축으로 꾸려진 연구팀과 선정지표, 방법 등에 대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연구진에 속한 한 교수는 “이미 설문조사, 전문가 회의 등으로 파악한 여론을 바탕으로 교육부가 세부내용을 조정해 올해를 넘기지 않고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하려는 것으로 알고 있다. 더 늦어지는 것은 사실 대학으로서나 교육부로서나 불편한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안되면 망한다” 위기감 고조= 서울의 한 전문대학 관계자는 “WCC에서 떨어진 우리 대학이 이제 기댈 곳은 특성화 100개교 사업뿐이다. 안되면 대학이 망한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다른 대학도 마찬가지다. 경기도 소재 모 전문대학 관계자는 “특성화 100개교 사업의 중요성은 A+++(에이트리플플러스)다. 모든 전문대학이 마찬가지겠지만 우리 대학도 사활을 걸었다”고 밝혔다.

전문대학들의 생사를 가를만한  중대 사업인 만큼 대다수 학교들은 사업의 효율적 추진을 위해 TFT(태스크포스팀)을 꾸렸다. 아직 꾸리지 않은 대학의 경우에도 곧 서두른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안이 확정되지 않아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가지 못하고 큰 그림만 그려놓고 있는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지호 아주자동차대학 기획처장은 “우리 대학의 경우 이미 특성화는 확실히 이룬 상태인데다 구체적인 평가기준, 지표 등 사업 내용이 아직 확정 공개가 안 돼 현재까지 별도로 팀을 꾸리지는 않았다”며, “다른 대학들의 경우 구조조정이 선행돼야 하는 경우가 있어 이를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어디로 가야하나’ 대학들 오락가락= 특성화 전문대학 100개교 육성사업은 △대학단위(단일학과 주력계열 편제정원 70%) △복합분야(2개 주력계열 편제정원 70% 이상) △프로그램(모든 계열, 특정 프로그램 단위) △평생직업교육대학(모든 계열, 비학위과정 통합 운영) 특성화 등 4개의 모델로 나눠진다. 지원기간은 5년(2년+3년) 단위로 하되, 연차평가를 통해 성과를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많은 대학들이 고민하는 것은 바로 사업 모델의 선택이다. 선택에 따라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교육부도 모델에 따른 대학 분산을 두고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덕대학 김홍관 기획팀장은 “복합분야, 평생직업교육 등을 검토하고 있는데, 선택하는 사업 모델에 따라 몇몇 과에만 혜택이 돌아갈까 우려스럽다”며 “창업분야가 강한 우리 대학의 특성상 전체 학과가 중요한데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현재 구체적인 사업 실행안이 나오지 않아, 우선 대학들은 학교별 강점을 기반으로 대책을 세우는 분위기다. 이규태 전주비전대학 기획실장은 “열심히 준비하면 당연히 될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지만, 문제는 어떤 방식이 우리 대학에 더 유리한가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대학의 경우 WCC에 선정될 만큼 취업을 위한 방과후수업 프로그램이 탄탄하기 때문에, 취업을 중심으로 한 프로그램 특성화 쪽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주비전대학은 내년 1월 초 전 교직원 워크숍을 열어 구성원들의 공감대를 얻은 후 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박준 광주보건대학 산학협력단장은 “아직 구체적인 안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보건계열만의 특성을 살리기 위해 노력 중이다. 국가정책과의 연계성, 지역사회에 기여도,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교육과정으로의 개선 등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하철 유한대학 산학협력단장은 “현재 TF팀을 꾸려 논의 중인데, ICT(정보통신기술) 융합을 기반으로 한 공학교육 특성화를 포함해 세 가지 정도의 안을 놓고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 소규모 대학 배려·지역안배 등 쏟아지는 요구= 전문대학의 생사가 달린 만큼 대학들의 요구도 쏟아지고 있다. 전문대교협 사업 연구팀에서는 그동안 대학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유 처장은 “이 사업은 말 그대로 특성화 육성사업이기 때문에 특성화 계획 또는 내용이 제대로 심사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그는 “이미 특성화된 대학들의 경우 규모가 작은 대학이 많다. 심사과정에서 이런 소규모의 대학이 불이익을 받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기획실장은 “지역안배는 반드시 필요하다. 예를 들어 전문대학 같은 경우는 해당 지역산업에 인력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호남지역이 약하다고 해서 모두 떨어지면 대학을 넘어 지역산업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가 있다”고 우려했다. 이 산단장은 “이 사업안 자체의 취지에 대해서는 적극 환영한다. 현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창조경제와도 연계성 있는 정책이다. 다만 사업모델에 따라 편제정원 등의 제한이 있는데, 이를 맞추기 어려운 대학들의 상황도 충분히 검토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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