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강사법(고등교육법 일부 개정안)의 2년 유예안이 국회에서 발의됐다. 강사와 대학 어느 누구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국회의원들이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개정 강사법은 지난 정부 교육과학기술부가 발의해 공론화된 개악(改惡) 입법의 전형이다.

강사의 생존과 자존심을 무너뜨리고, 대학에는 재정과 행정적 부담만 안겨줄 이 엉터리 강사법 개정안 때문에 일선대학은 거의 아수라장이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국회에서 2년 유예안을 발의했으니 다음 달 정기국회에서 결론이 어떻게 나는가를 지켜보겠다고만 한다. 교육부는 달나라 교육부인가.

이미 교육부가 지난달 말 일선 대학교에 보낸 공문(교육부는 강제성 없는 협조전이라고 주장)에 따라 강사들의 해고 통보를 실시한 대학이 있는가 하면 강사 시수조정을 거의 마친 학교들이 내년도 1학기 강의일정표를 조만간 확정할 계획이다.

교육부는 협조전일 뿐인데 학교가 알아서 한 일이라고 한다. 교육부의 지침이나 공문을 받은 대학들은 그 지침이나 공문은 반드시 지켜야 할 법으로 인식한다. 지금까지 그래왔다. 그래서 부랴부랴 강사수를 줄이는 계획을 짜고, 강의시수를 줄이고, 강사채용 행정요원까지 준비시키고 난리법석을 떨고 있다. 그런데 교육부는 국회에서 유예안 결정이 나면 그때 가서 새로운 지침을 주겠다는 입장이다. 더욱이 이 개정 강사법안은 교육부가 발의한 것 인데 국회가 알아서 할 일 이라니 무소신과 무책임의 극치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야당의원들이 발의했지만 여당의원들도 동조하는 추세라 2년 유예안의 통과는 확실시 된다. 그렇다면 교육부는 지금이라도 2년 유예안을 전제로 대학에 새로운 지침을 주든지, 아니면 유예안 통과 여부와 상관없이 대학에서 자율적으로 강사제도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하든지, 양단간에 결정을 내려줘야 한다.

다시 한번 강조한다. 우문현답. 우리의 문제해결은 현장에 답이 있다. 제발 대학현장을 직접 뛰어보기를 촉구한다. 책상에 앉아서 걸려오는 민원 전화만 받지 말고 직접 현장에 나가 강사도 만나보고 대학본부 관계자도 만나고 행정요원도 만나봐야 한다.

모 대학 행정요원의 말. “새로운 강사법 대로라면 강사를 공채해야 하는데, 그걸 누가합니까? 교수 한 명 선발하는 것과 똑같은 절차를 밟아야 할텐데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교육부 공무원들은 이런 문제까지 다 검토를 해보고 강사법 개정을 추진하였는지 의문이다.

한신대 채수일 총장의 강사법 논란에 대한 아이디어는 참고할 만하다. 채총장은 박사학위 소지자들인 강사를 우수인력 관리차원에서 국가가 나서야 한다는 것. 교육부가 BK21 사업에 쏟아 붓는 2500억원의 예산의 일부라도 활용해 시간강사들에게 급여의 반이라도 연구비 형태로 지급하면 대학의 부담도 덜고 강사들의 처우도 개선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공무원을 공복(公僕)이라 일컫는다. 국가나 사회의 심부름꾼이라는 뜻이다. 교육부 공무원은 군림하는 공무원, 지시내리고 명령 내리는 공무원, 긴급현안에 목소리 내지 않고 복지안동( 伏地眼動)하는 공무원, 그래서 영혼없는 공무원이라는 소리 듣는 공무원이 아니라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을 주고, 문제해결에 앞장서는 우리의 진정한 공복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한국대학신문>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