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곳에서 남을 돕고 섬기는 ‘서번트 리더십’ 필요할 때”

“사회적 책무성 잃고 백화점식 운영하면 안 돼…특성화만이 살길”

[한국대학신문 손현경 기자] “발전 계획이요? 지금이 뭐 대학 발전을 꾀할 수 있는 환경인가요. 비전을 제시하라 많이들 말하는데 생존이 곧 비전입니다.”

장애학생들을 배려한 넓은 교정과 달리 상대적으로 좁은 총장실에서 만난 신민규 나사렛대 총장은 솔직했다. 2023년까지 대학입학정원 16만 명이 줄어드는 현실 앞에 그는 지역 대학 총장으로서 고민이 깊어 보였다.

“대학을 30%에서 50%까지 줄이라고 까지 말이 나오는 상황에서 어떻게 우리 교직원들, 내 식구들을 끝까지 같이 데려 갈 것인가 매일 걱정합니다.”

그는 “현 상황을 정부에서만 책임지라고 할 수는 없다. 구조조정, 어떻게 안할 수 있겠나. 질서는 기본적으로 인정해야한다”면서도 “우리는 단순한 산업체 근로자 들이 아니다. 대학은 대학으로서의 최소 책임감을 가지고 사회 여파에 흔들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학이 살벌한 구조조정 속에서도 사회적으로 다해야할 책무성을 잃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총장을 맡은 지 2년차다. 소회는.

“지난해 총장을 맡고 1년 9개월이 지났지만 갈 길이 녹록치 않다. 취임 이후 취업률 상승, 학과 구조조정, 교육과정 개편 등 사회가 요구하는 여러 부분을 혁신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지역대학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러한 것들을 실현하고 제도화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특성화’라는 것을 느끼고 있다.”

-‘나사렛대’하면 재활복지분야 선도 대학으로 유명하다.

“현재 나사렛대에는 6000여명의 학생 중 325명의 장애학생이 재학하고 있다. 이는 다른 대학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치다. 그 중에서도 80·90%가 중증장애인이다. 1954년 학교를 설립한 이후부터 장애학생에 대한 교육을 영역·수준별로 나눠 체계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특히 2007년에 개설된 점자문헌정보학과에서는 장애·소외계층에 대한 도서관 서비스 등 문화정보복지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국내 대학에 하나밖에 없는 유일무이한 학과다. 바로 이런 것이 특성화이고, 경쟁력이라 본다. 요즘 대부분의 대학들이 백화점 식의 비슷한 학과 구성과 정부 평가 기준에 맞추기 위한 ‘보여주기 식’ 사업들을 진행해 안타깝다. 장애인 특성화 대학을 운영하는 것이 쉽지 많은 않지만 재활복지특성화 대학이란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앞으로 장애학생을 될 수 있는 한 많이 받을 계획이다.”

-장애학생들이 고등교육 수학과정을 따라가는데 어려움은 없는가.

“수학능력이 되니까 데려와서 공부시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장애인들이 과연 대학 교육을 잘 따라 갈수 있을까 걱정하지만 장애인들은 비장애인들보다 뛰어나고 훌륭한 점이 많다. 그러나 비장애인들 기준으로 접근 하면 곤란하다. 예를 들면 청각에 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시각에 뛰어나고 시각에 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청각에 뛰어나다. 특히 지적장애 학생들은 집중력이 강하다. 이들은 충성심이 강하다. 그리고 진실하다. 단순하고 규칙적인 일을 하는데 있어서 기계와 가깝게 처리한다. 솔직히 우리 사회에 이런 사람들이 필요한 것 아니냐. 장애 학생들은 이렇게 또 다른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다. 때문에 비장애인들은 그들에게서 배울 점이 너무 많다.”

-장애학생들이 교내에 취직도 가능하다던데.

“‘드림앤챌린지(Dream&Challenge)’라는 사회적 기업을 교내에서 운영하고 있다. 2008년 학교법인 나사렛학원이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함께 설립한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이다. 제2창학관에 위치하고 있어 이곳에서 장애인들이 생산하는 물건을 지역주민들과 학교 구성원 등이 직접 주문·구입 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우리나라 청년 실업 인구의 증가는 큰 이슈 중 하나이다. 이 가운데 고학력 장애인들의 고용은 더욱 어려운 실정이다. 우리 사회에서 이들이 얻을 수 있는 좋은 일자리는 한계가 있고, 현실적으로 안정된 고용환경을 제공받기가 쉽지 않다. 드린앤챌린지는 이러한 문제를 조금이라도 해결하는데 앞장서고자 한다. 실제로 드림앤첼린지는 얼마전 나사렛대가 교육기관으로는 유일하게 ‘대한민국 좋은 기업문화 대상’을 받은 주요 이유 중 하나이다.”

-친환경 캠퍼스·그린캠퍼스를 위해서도 힘쓰고 있다.

“최근 환경부와 ‘그린캠퍼스 조성 지원사업을 위한 협약’을 체결해 향후 3년 간 1억 2000만원을 지원 받는다. 이러한 배경에는 친환경 교정이 한 몫 했다. 나사렛대는 이미 장애학생들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대학이기 때문에 캠퍼스 자체가 친환경적일 수밖에 없다. 특히 매주 금요일을 ‘차 없는 날’로 지정했다. 이는 물론 단순히 에너지 소비량을 줄이고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지만 장애학생들이 캠퍼스에 많아 혹시나 하는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효과도 본다. 이미 학교 기본 구성 자체가 그린캠퍼스로서 태생적으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지방대 위기라 불리는 상황 속에서 어떻게 대학을 운영할 것인가.

“대학의 위기 속에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안타깝고 이에 대한 무한한 책무성을 느낀다. 그러나 ‘위기는 기회’라는 말이 있듯이 현 상황은 나사렛대가 추구하는 재활복지 분야를 특성화해 경쟁력을 제고시킬 기회라고 본다. 총장뿐만 아니라 교수·직원 등 대학 구성원 모두가 스스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자발적으로 생존하기 위해 고민해야한다. 리더십은 끌고 나가기보다 방향을 정해주고 그 방향으로 갈수 있도록 뒤에서 도울 때 더 효과적으로 발휘된다. 기독교적 서번트 리더쉽(Servant Leadership)으로 대학 위기의 파고를 넘어가려 한다.”

-내년에 개교 60주년을 맞는다. 어떤 인재를 길러낼 것인가.

“개교 이래 낮은 곳에서 남을 돕고 섬기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 결과 많은 비용과 낮은 사회적 인식으로 꺼려했던 재활복지 분야를 특성화하고 장애학생들에게 고등교육을 보편화하는데 선도적 역할을 했다. 앞으로 장애인들의 고등교육 기회를 더욱 활성화 하고 이들이 비장애인과 대등하게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장애학생 교육 내실화와 취업시스템 개발에 힘쓰겠다. 더불어 사회에서 인정받고 세상에 봉사하는 인재를 키우고 싶다. 고등교육만이 아닌 남을 도울 수 있는 인성을 바탕으로 지구촌 시대를 이끌어 가는 '서번트 리더‘를 만들고 싶다. 내적으로는 재활복지 특성화에 힘쓰고 외적으로는 세계 53개 나사렛대와 연계해 어려운 시기에 생존을 넘고 세계적으로 발전하는 대학이 될 것이다.”

<대담: 박성태 발행인, 정리: 손현경 기자, 사진: 한명섭 기자>

▲ 박성태 본지 발행인(오른쪽)과 신민규 총장이 환담을 나누고 있다.

■ 신민규 총장은…
1981년 나사렛대 신학부를 졸업한 신 총장은 미국 나사렛신학대학원 신학석사, 캔사스주립대 대학원 이학석사와 교육학박사, 애모리대학원 목회상담학박사 과정을 거쳤다. 나사렛대 신학부 교수, 미국 프린스턴대 객원교수 등을 역임했다. 지난해 3월 나사렛대 제6대 총장으로 취임, 현재 전국신학대학협의회 부회장, 웨슬리언교회지도자협의회 대표회장 등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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