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백수현 기자] "정말 서럽더라" 최근 충청지역 모 전문대학 총장이 깊은 한숨을 내쉬며 한탄한 말이다. 이 총장은 지역대학 총장들이 모인 자리에서 자신은 알지도 못하는 ‘대학 구조개혁 토론회’가 도마 위에 오르는 당혹스런 경험을 했다.

해당 총장은 “나만 초대받지 못한 건가 하는 생각이 들어 주변 전문대학 총장들에게 물어봤지만, 4년제 대학 총장들과는 달리 전문대학 총장들은 연락받았다는 사람이 단 한 사람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한창 이슈가 되고 있는 구조개혁과 관련한 문제인데다 교육부가 지역별로 돌며 진행하는 토론회에 전문대학 총장을 소외시킨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비단 이번 일뿐만 아니라 전문대학 총장이라서 서러운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고 한숨지었다.

물론 주최 측도 할 말은 있다. 전문대교협 관계자는 “300~500명 정도가 모인 대규모 행사는 3회(서울·부산·광주)에 걸쳐 개최했다. 이 행사에는 교육부와 전문대교협에서 모든 전문대학에 공문을 발송했다. 오해를 산 부분은 위원들 몇 분과 해당 지역 총장들 몇 분을 대상으로 대전·충청, 호남지역 등에서 진행한 소규모 토론회를 말하는 듯한데, 이는 위치나 시간 관계상 몇몇 대학을 임의로 선정해서 참석 가능 여부를 확인해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이기우 전문대교협 회장은 지난 4일에 열린 ‘2013 전문대학 교육포럼’에서 “박근혜정부의 전문대학 육성 방안은 과거 정부에서 찾아보기 힘든 강력한 전문대학 지원 정책으로, 이를 통해 전문대학은 획기적인 발전의 계기를 확보했다”며 한층 고무된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이런 배경에도 불구하고 전문대학인들은 ‘아직’ 서럽다. 서울지역 한 전문대학 총장은 “사실 전문대학이 4년제 대학에 비해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현실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고 말하며, “박근혜정부 들어 전문대학을 육성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확실해 그나마 위안이 되지만, 이마저도 재정 등의 문제로 난관이 부딪히면 정책기조가 변하지 않을지 우려스럽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전문대학인들은 “제대로 된 전문대학 육성을 위해서는 정책적 지원을 넘어 재정적 지원과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양한주 전문대교협 고등직업교육평가인증원 원장은 ‘4년제 대학’과 ‘전문대’가 아닌 ‘일반대’와 ‘전문대’가 맞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에선 전문대학의 소외 현상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육부 직제개편과 전문대교협 위상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옛말에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는 말이 있다. 전에 없던 강력한 전문대학 지원 정책이 나온 마당에 이를 제대로 활용하는 현명함이 전문대학인들에게 요구되고 있다. “극심한 취업난, 고등교육과 기업의 미스매치 등을 해결할 수 있는 열쇠는 ‘전문대학’에 있다”는 주장을 이제 증명해야 할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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