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둘러싼 극심한 학내갈등… 막강 권한과 혜택 ‘방증’

[한국대학신문 이우희 기자] 대학마다 총장 선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서울대 총장 선출은 법인화 이후 처음 간선제로 치러지는만큼 6개월여를 앞두고도 벌써부터 이사회와 교수협의회간 치열한 세력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갈등은 최근 총장추천위원회를 각 이사회 5명, 평의원회 25명으로 구성한다는 데 합의하면서 일단락 됐지만, 불씨는 여전하다. 충북대는 차기 총장 출마를 준비중인 인물만 1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역대 가장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대구대는 홍덕률 총장이 지난 9월 치러진 총장선거에서 재선을 확정했지만 구 재단측의 반발로 직무대행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김윤배 청주대 총장은 이사회의 신뢰를 얻어 4선 연임에 성공했지만 일부 교수와 학생들의 극심한 반발 끝에 12월 27일 어렵게 4선 임기를 시작했다. 경북대 교수회는 총장 직선제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는 이유로 함인석 총장에 대한 불신임 투표까지 벌였다. 불신임 투표는 기준선인 투표율 50%를 넘기지 못해 무산됐지만, 총장 선거가 교수사회에서 얼마나 첨예한 이슈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 대학총장 선거는 교수사회의 가장 중요한 이슈 가운데 하나다. 한 사립대에서 총장선거를 위해 교수들이 투표하고 있다.(※본 내용과는 무관함)

■ 대학총장, 정·관계 진출의 교두보로 각광 = 대학총장은 기본적으로 명예는 물론 상당한 예우를 누리는 자리지만, 최근에는 여기에 ‘정치스펙’의 의미가 한층 짙어진 양상이다. 실제 장관은 물론 지방자치단체장, 국회의원, 시·도교육감 중에는 전직 대학총장을 심심찮게 만나볼 수 있다. 교육자로서 정치에 입문하는 게 옳은 지를 두고 논란이 있지만, 대학총장의 정계 입문은 분명한 흐름이 됐다는 분석이다.

우선 서울대 총장은 역대 정부마다 ‘총리 영입 후보’ 1순위로 거론될 정도로 당선 만으로 거물급 정치인으로 거듭난다. 실제 지금까지 서울대 총장 출신 가운데 총리는 3명(정운찬, 이현재, 이수성), 장관은 5명(최규남, 윤천주, 권이혁, 조완규, 이기준 )이 배출됐다.

관료보다는 교수 출신을 선호했던 MB정부에서는 대학총장들의 정계 진출이 특히 줄을 이었다. 어윤대 전 KB금융지주 회장은 고려대 총장 출신으로 MB정부에 발탁됐고, 제 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이끌었던 이경숙 위원장도 당시 숙명여대 총장이었다.

윗선 영입 대신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직접 뛰어드는 경우도 있다. 박성호 새누리당 국회의원은 창원대 총장을 지내다가 창원 의창구를 지역구로 출마해 19대 국회에 입성했다. 지방자치단체장 가운데엔 경주대 총장을 지낸 최양식 경주시장이 유명하다.

■ 교육감선거, 전·현직 대학총장 각축장으로 = 직선제로 바뀐 시·도교육감 선거는 대학총장들이 가장 선호하는 정치판으로 떠올랐다. 현직 교육감 가운데엔 고영진 경상남도 교육감이 한국국제대 총장을, 우동기 대구시 교육감이 영남대 총장을, 장만채 전라남도 교육감이 순천대 총장을 지냈다.

이번 교육감 선거에는 출마를 저울질하는 대학총장들이 부쩍 늘었다. 대전시교육감의 경우 설동호 전 한밭대 총장, 한숭동 전 대덕대학 총장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충남교육감의 경우 거론되는 후보만 10명에 달한다. 이들 가운데 대학 총장출신으로 우형식 전 금오공대 총장, 서만철 공주대 총장 등의 출마설이 나돈다.

이승우 현 군장대학 총장은 전북교육감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이본수 전 인하대 총장과 고충석 전 제주대 총장도 자천타천으로 교육감선거 후보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양창식 전 탐라대 총장도 지난번에 이어 올해 다시 제주도 교육감 선거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장병집 전 한국교통대 총장, 안재헌 전 충북도립대 총장, 김상용 전 부산교대 총장, 박맹언 전 부경대 총장, 정홍섭 전 신라대 총장 등이 교육감 선거 출마를 고려하고 있다. 경기도 교육감 선거 역시 다수의 대학총장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 억대 연봉에 장관급 예우까지 = 정계 진출을 노리지 않더라도 대학총장이 되면 막강한 예우와 권한, 혜택이 주어진다. 국립대 총장이 되면 기본적으로 예우는 장관급이다. 2013년 개정된 공무원여비지급 구분표에 따르면, 국립 종합대학 총장은 제1호 ‘가목’에 해당돼 대통령과 국무총리, 감사원장, 국무위원, 대장 등과 같은 기준을 적용받는다.

대통령 취임식과 국군의 날 행사 등 국가 차원의 공식 행사장에서는 통상 차관급인 시·도지사보다 앞자리에 배석한다. 다만 지금은 사회지도층 이미지 보다는 'CEO형' 총장이 늘어나 대학총장의 의전 서열이 과거에 비해 다소 약해진 것이 사실이다.

사립대학 총장은 해당 대학의 위상에 영향을 받는다. 일반적으로 지역 종합 사립대학의 경우 지역경제에 기여도를 감안해 지역 주요 행사에서 가장 앞줄에 배석한다. 이외에도 대학총장은 공항 VIP라운지 이용, 대형의전차량 지급, 업무공간 지원과 행정직원 배치 등 다양한 혜택을 누린다.

연봉은 대부분 억대다. 정진후 정의당 국회의원이 제공한 ‘2012년도 112개 대학 총장 연봉 현황’에 따르면 국내 40개 국립대학 총장의 평균 연봉은 1억4231만원 이었다. 함인석 경북대 총장(1억8749만원)은 지난해 국립대 총장 중 가장 많은 연봉을 받았다. 오연천 서울대 총장은 작년에 1억4810만원을 받아 국립대 중 10위에 올랐다. 국립대 총장의 기본급여는 학생수를 기준으로 ‘다목’ 월 680만원, ‘나목’ 669만원, ‘가목’ 566만원 수준이지만, 여기에 각종 상여급과 수당 등이 포함된 결과다.

사립대학은 천차만별이다. 대학에 따라선 4억원이 넘는 등 억대연봉자도 있지만 국립대 총장보다 못한 경우도 있다. 심지어 급여명세가 ‘0원’인 무보수 총장도 있다. 총장 연봉을 공개한 72개 사립대 평균은 1억5134만원이었다. 이 가운데 연봉 상위 10개 대학의 평균은 2억2710만원 수준이다.

연봉을 공개한 사립대학 중 최고액을 받는 총장은 김용민 포스텍 총장으로 4억425만원을 받았다. 이어 국내 유일의 외국인 총장인 존 엔디컷 우송대 총장이 20만달러(2012년 기준 2억5963만원), 최준영 한국산업대 총장 2억4879만원, 박희종 관동대 총장 2억833만원, 장제국 동서대 총장 2억353만원 등이 뒤를 이었다.

총장에게 중요한 건 사실 사용목적이 비교적 자유로운 업무추진비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에 따르면 2011년 전국 155개 사립대학 가운데 96개교가 업무추진비를 1억원 이상 지출했다. 동의대가 9억3000만원으로 1위였고, 주요 사립대 가운데엔 고려대가 7억2000만원, 연세대가 6억3000만원에 달하는 등 4억원 이상을 지출한 대학만해도 22곳에 달했다. 국공립대 총장의 업무추진비 지출은 최근 주춤하고 있지만 지난해까지만 해도 평균 5600만원을 지출한다는 보도도 있었다.

권한도 막강하다. 일부 대학을 제외하고 총장은 학교 예산의 편성과 집행에 대한 최종 결정권을 갖는다. 통상 수천여명에 달하는 교원과 행정직원에 대한 인사권도 행사한다. 서울대의 경우 총 교직원 수는 5729명에 이른다. 조직 규모는 대학 관련 기구를 제외하고도 연구소·연구센터가 134개, 박물관 등 부속시설 35개, 서울대병원 등 법인기관 16개 등 일년 예산만 8275억원에 달한다. 학장 등 주요 보직교수에 대한 임명권도 행사한다.

■ “총장추천위원회 심의기능 강화해야” = 이 같은 총장의 권한과 특혜 때문에 총장선거는 대학가 분위기를 흐리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총장선거에 출마했던 한 지방대학 교수는 “대학에는 묵묵히 연구하고 강의하는 교수들이 대부분이지만, 일부 연구는 거의 하지 않으면서 내부정치에 몰두하는 교수들이 문제”라며 “직선제 선거를 한 번 치르면 교수사회는 파벌에 따라 사분오열된다”며 개탄했다.

총장 선거 과열 현상은 출세 지향적인 교수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남지역 사립대의 강모 교수는 “국립대 총장 선거에 17명에 달하는 후보가 거론된다는 사실은 교수사회의 부끄러운 단면”이라며 “대학 총장을 통해 정치적인 뜻을 품으려고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학내 분열을 예방하고 건전한 선거가 되도록 하기 위해선 총장 후보를 엄격하게 심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강모 교수는 “지금은 나이와 정년과 관련된 제한 외에는 별다른 자격 기준이 없어 사실상 총장이 되고 싶은 교수는 누구나 출마할 수 있다”면서 “총장추천위원회에서 사전 심사를 한다지만 우리 정서상 친분관계에 좌우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간선제든 직선제든 일단 추천위에서부터 엄격한 심사를 통해 교육과 경영, 봉사 등 여러면에서 존경을 받을만한 분을 후보로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권력지향성 총장이 선출되는 구조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된다. 한 지방 국립대 교수는 “교육보다는 정치에 관심있는 권력지향성 총장이 나오면 학생들만 죽는다”며 “그런 총장은 표를 가진 동료 교수나 교직원들의 눈치를 보게 되고 학생이 아닌 교직원들이 주인인 대학으로 만들 가능성이 높다”며 신중한 총장 선출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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