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질 높아지고 교육·연구에도 긍정적 영향

동료 교수끼리 함께 취미 즐기며 화합도 다져

[한국대학신문 민현희 기자] 최근 ‘마음의 풍요’에 대한 관심이 점점 더 커지고 있는 가운데 독특한 취미활동으로 삶의 행복을 더하는 교수들이 있어 눈길을 끈다. 특히 교수들이 함께 취미생활을 즐기는 경우도 많은데 해당 교수들은 취미생활이 삶의 질을 높여주는 것은 물론 교육과 연구, 학내 소통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 지난해 여름 아프리카 희망봉 정상에 선 동신대 교수들. (왼쪽부터)오종근 사회과학대학장, 진문석 안경광학과 교수, 남기봉 건축공학과 명예교수, 조순철 도시계획학과 교수, 김성후 호텔관광학과 교수.
13일 대학가에 따르면 오종근 동신대 사회과학대학장(소방행정학과 교수)은 1993년부터 매년 여름방학이면 동료 교수들과 배낭여행팀을 꾸려 세계 곳곳의 오지를 탐험하고 있다. 이들이 지금까지 다녀온 여행지는 중국·인도·몽골·네팔·미얀마·타클라마칸사막·이란·실크로드·차마고도·페루·멕시코·아르헨티나·브라질·쿠바·아프리카 등이다.

특히 올해 6월에는 오 학장을 비롯 남기봉 건축공학과 명예교수, 조순철 도시계획학과 교수, 진문석 안경광학과 교수, 김성후 호텔관광학과 교수 등 5명이 지난해 여름 다녀온 아프리카 여행에 관한 책을 펴내 화제가 됐다. 이 책에는 교수들이 직접 보고 느낀 아프리카 남부지역의 생활 풍습, 문화 등에 대한 이야기가 담겼다.

오 학장은 오지여행을 하는 이유에 대해 “인간이 오지를 그리워하는 것은 일종의 귀소본능이다. 문명 이전에 비문명이 있었던 만큼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모습인 미개인을 통해 태초에 대한 그리움을 느낀다”며 “부족함 속에서 욕심을 비우고 삶에 대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것도 오지여행의 매력”이라고 밝혔다.

특히 그는 오지여행이 동료 교수들과의 파트너십 강화, 학생 교육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오 학장은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하는 게 교수들이다. 같이 여행을 하면서 서로를 더 깊이 알게 되고 소통할 수 있어 좋다”며 “교양과목인 ‘한국민속의 이해’를 담당하고 있는데 학생들에게 해외 민속과 우리 민속을 비교해 알려 줄 수 있어 효과적”이라고 전했다.

▲ 부산대 교수들로 구성된 악기동호회 ‘뮤지코페서’는 2011년부터 매년 3차례씩 연주회를 진행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바쁜 시간을 쪼개 매주 2시간씩 모여 연습을 할 만큼 악기 연주에 열심이다. 지난 10월 열린 정기 연주회 장면.
김병기 부산대 생명과학과 교수도 2011년 음악을 좋아하는 동료 교수들과 악기동호회 ‘뮤지코페서’를 만들고 매년 3차례씩 학내에서 연주회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뮤지코페서에는 물리학과·분자생물학과·사학과·불어불문학과·정보컴퓨터공학부·사회복지학과·교육학과·치의학전문대학원 등 다양한 전공의 교수 23명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기섭 총장 역시 뮤지코페서의 일원이다.

전공만큼 이들이 연주하는 악기도 다양하다. 바이올린·첼로·피아노·클라리넷·색소폰·트럼펫 등의 양악기는 물론 대금과 같은 우리나라 전통악기를 연주하는 교수도 있다. 김 교수의 경우 일반인에게는 낯선 남미 안데스 지역의 전통악기 '깨나'를 연주한다. 뮤지코페서 소속 교수들은 매주 2시간씩 음악학과 교수의 지도를 받을 만큼 악기 연주에 열정을 쏟고 있다.

김 교수는 “음악을 여럿이 함께 즐기며 화합하고 싶어 뮤지코페서를 만들게 됐다. 처음에는 10여명 정도로 시작했고 화음을 맞추기도 쉽지 않았지만 3년이 지나고 나니 동참하는 교수도 늘었고 호흡도 잘 맞는다”며 “실력이 좀 더 쌓이면 학외에서 지역 주민들을 위한 연주회를 여는 등 재능기부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요즘 학생들은 취업 외에 다른 것들을 생각하고 고민할 틈이 없다. 학생들이 교수들의 연주를 들으면서 마음의 여유를 얻고 정말로 가치 있는 삶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한 번쯤 깊게 생각해볼 수 있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바이크의 속도감을 즐기며 삶의 행복을 더하는 교수도 있다. ‘바이크를 탄 고전문학자’로 불리는 김창룡 한성대 한국어문학부 교수다. 김 교수는 살인적인 교통체증 때문에 1998년부터 통근 수단을 승용차에서 바이크로 바꿨고 15년째 바이크 출퇴근을 즐기고 있다.

김 교수는 처음에는 교수라는 신분 때문에 행여나 학교 안팎에서 뒷말이 나오지 않을까 우려스러워 바이크를 탄다는 사실을 숨겼지만 동료 교수들과 학생들의 반응은 상당히 긍정적이다. 김 교수 역시 바이크를 타며 삶의 여유와 행복을 느낀다.

그는 “매일 아침 바이크를 타고 건너는 한강은 낭만 그 자체다. 버스나 지하철은 목적지에 도착하는 게 목적이지만 바이크는 과정 자체를 즐길 수 있다”며 “선비가 말을 타고 풍류를 즐기듯 바이크 위에서 인생의 자유와 낭만을 만끽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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