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의사를 밝힌 송용호 대학구조개혁위원장이 지난 10일 사직서를 제출했다. 취임이 지난 8월이었으므로 딱 4개월만에 자리를 떠난다. 자진사퇴라기보다는 교육부의 교체 분위기에 떠밀리고 대학가의 높아지는 우려에 논란을 피하기 위한 반강제 사임이다.

교육부는 송 위원장이 대전시장 선거에 특정 당적을 가지고 출마한다는 데 대한 부담감이 당연히 작용했을 터다. 논란의 한 가운데는 송 위원장을 임명할 당시 이같은 정치적인 자리에 도전할 뜻을 교육부가 몰랐느냐는 점, 알았다면 왜 강행했느냐는 의문이 남아있다.

어쨌든 송 위원장은 지역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학구조개혁위원장의 직이 상임직이 아니기 때문에 지역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어떤 일이든 마다하지 않겠다는 게 기본 생각“이라고 말해 출마설은 기정사실로 굳어지고 있었고 겸직은 가능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송 위원장은 지난달 15일 대전시장 출마 기자회견장과 10일 사임 직전 본지와 인터뷰에서도 구조개혁위원장이 전임직이 아니고 교육부 장관 자문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시장에 출마해 당선된다고 해도 업무를 수행하는 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스로 사임하는 이메일을 교육부에 보낸 송 위원장은 왜 사퇴했느냐는 질문에 “겸임으로 인한 논란이 일기를 원치 않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구조개혁위원을 지냈던 대학가 인사는 송 위원장이 말한 구조개혁위원장과 대전시장 겸임에 대해 “대학교육의 미래가 달린 구조개혁을 지방행정 수반이 함께 겸할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교육계를 모독하는 것”이라고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맞는 말이다. 지방선거에 나갈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면 대학구조개혁위원장이라는 엄중한 자리는 고사했어야 맞다. 교육부가 아무리 강한 어조로 요구를 하더라도 혹은 아무리 애절하게 구애를 하더라도 그 자리는 사양했어야 했다.

대학구조개혁은 단지 대학들의 생존만이 걸린 문제가 아니다. 대학이 구조개혁을 통해 경쟁력을 가다듬어야 교육, 연구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고 학습권과 교수권이 원래 가져야할 사람에게 돌아갈 수 있다. 그래야 우수한 인력이 우리 사회로 배출돼 국제사회에서 앞서 나갈 수 있고 우수한 연구자들이 역량을 높여 세계를 압도할 성과를 냄으로써 국제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 기본적인 베이스를 다시 한번 점검하고 갈고 닦아야 하는 시점에 우리는 서 있다.

그런고로 대학구조개혁위원장은 대학과 교육을 알고 대학구조개혁이 국가적으로도 엄중한 일인만큼 책임감을 갖고 구조개혁을 주도할 사람이 맡아야 한다.

일을 맡길 때는 그 일을 온전히 해낼 수 있느냐를 판단해야 한다. 이 일을 온전히 해낸다 함은 대학가와 국민들을 충분히 설득할만한 논리와 그에 기반한 방식으로 구조개혁을 이끌 수 있도록 끊임없이 연구하고 계속해서 경청해야 한다는 의미다. 맡고 있는 책임의 엄중함을 따지자면 굳이 ‘교육계에 대한 모독’이라는 언급을 하지 않더라도 겸직이 왜 안되느냐를 물을 수 없다.

이미 일어난 일이야 어쩔 수 없다. 이번 일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새 대학구조개혁위원장 자리에는 대학가, 학계, 교육계가 두루 역량을 인정할 만한 인물이어야 함은 물론이고 비상임직이라도 대학구조개혁이라는 중차대한 임무에 심혈을 기울여 줄 인물이 앉아주길 바란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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