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호 본지 논설위원·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최근 대학가의 화두는 아마도 대학평가와 구조개혁이 아닐까 싶다. 각종 국내 언론매체는 물론이고 해외기관과 언론에서 까지 우리 대학들을 평가하고 있으며, 당연히 정부에서도 이런 저런 방법과 잣대로 다양하게 대학을 평가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정부 대학평가의 종착점은 대학의 구조개혁이며, 대학의 구조를 개혁하고자 하는 이유는 개혁을 통하여 대학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재 강력하고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대학구조개혁의 물살은 많은 걸림돌과 저항과 문제점에 직면하고 있어, 그 실효성이 의심스럽지 않을 수 없다. 이유는 정부주도의 대학구조개혁의 방향과 방법이 잘못 되었기 때문이다.

현재 진행 중이거나 계획 중인 개혁의 주된 계기와 원인은 학령인구의 감소에 기인한 것이라고 한다. 고교졸업생이 대학입학정원보다 더 많아지는 현실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대학입학정원을 줄여야하기 때문에 대학별 정원을 줄이고, 더 나아가 심지어 대학을 아예 퇴출시키기 위한 수단에서 출발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되었다. 학령인구, 즉 대학에 가는 사람들의 연령이 이제는 더 이상 고교를 갓 졸업했거나 곧 졸업할 예정인 학생들에게 국한되지 않고 오히려 평생교육(Lifelong education), 즉 대학교육을 받는 학령기가 평생 동안으로 확장되어 학령인구가 20세부터 80세까지로 확대될 수 있음에도 이를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고교생의 감소에만 매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곧 대학구조개혁의 방향이 정원을 줄이기만 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고객, 즉 학령인구를 찾도록 하는 것이 먼저여야 함을 보여주고 있다.
 
그럼에도 부족한 구조개혁을 보완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쉽고 보편적인 방식도 정부주도가 아닌 시장의 자율경쟁에 맡기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지방대학과 전문대학이 붕괴되고, 수도권의 큰 대학들만 살아남아 오히려 더 큰 이득을 보게 되는 교육의 지역적, 기능적 불균형을 초래하게 된다. 반면, 지금과 같은 정부주도의 일률적 정원감축 등은 입학정원은 조금 줄일 수 있겠지만 대학의 경쟁력강화나 문제점의 개선은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구조조정(Downsizing)은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구조개혁(Restructuring)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학구조개혁은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한국 고등교육의 틀을 완전히 바꾸지 않는 한 우리가 바라는 대학의 구조개혁은 요원할 것이다. 현재의 대학은 평가순위 1위에서 꼴지에 이르기 까지, 국립이건, 공립이건, 사립이건 그 설립과 운영주체가 어디이건, 어디에 위치하고 있건 대학의 편제, 학제, 교육과정, 학사운영 등 모든 것이 일란성 쌍둥이만큼이나 똑 같다. 어떻게 모든 대학이 같을 수가 있는가. 내가 유학했던 Michigan주를 보자. 다 같은 공립인 주립대학이지만 대학별로 특성화하여 미시간대학교(University of Michigan)는 주로 응용학문분야를, 반면에 미시간주립대학교(Michigan State University)는 실용학문분야를 강점으로 한다. 미시간주립대가 법죄학, 광고학, 포장학, 호텔경영학 등에서 두각을 보이는 반면에 미시간대학은 공학, 법학, 경영학, 의학 등에서 우수성을 평가받고 있지 않은가. 대학구조개혁은 여기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굳이 이름하자면 대학과 대학교육의 특성화라고 해도 좋다. 그러나 특성화가 자칫 시장성이 높은 특정 이공계열 등 실용학문에만 집중되고 기초학문이 소외될 우려가 생길 수 있다. 이러한 부작용을 고려하여 국립대학은 기초학문을 위주로 편제되고, 일부 공립대학은 응용학문을 중심으로, 그리고 사립대학은 실용학문을 중심으로 개편하는 것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잇을 것이다.
 
대학구조개혁에 있어서 정부의 역할은 여기까지여야 한다. 국공립대와 사립대학의 역할과 기능을 정부주도로 재편한다면 그 다음부터는 시장에 맡기면 되기 때문이다. 이미 대학들은 대학교육의 수월성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 기준을 명시하여 대학을 평가인증하고 있어서, 인증을 받은 대학과 받지 못한 대학을 구분하고, 각종 언론기관에서도 해마다 모든 대학을 평가하여 좋은 대학의 순서로 순위를 매기고 있으며, 각종 선도대학, 우수대학 등을 선정하여 국고를 지원하고 있어 이에 선정된 대학과 탈락한 대학으로 나누고 있으며, 정보공개로 인하여 대학의 모든 정보가 공시되어 대학을 스스로 평가, 판단할 수 있게 되어 지원하고 싶은 대학과 가고 싶지 않은 대학이 분명해지고 있다. 결국 학생이 지원하지 않는 대학은 살아남지 못하는 것이 너무나도 분명해진다. 사정이 이러한 만큼 굳이 정부가 또 다시 평가와 지원이라는 칼날을 뽑지 않아도 저절로 대학은 구조가 조정되고 개혁되기 마련이다. 다만 정부는 대학 스스로가 자발적으로 특성화를 통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지원만 하면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시장의 경쟁에서 버티지 못하여 살아남지 못하는 대학에 대해서는 폐교하는 대학을 사회복지기관이나 직업훈련기관으로 전환하여 대학설립자나 법인에게 그 운영을 맡기는 등 스스로 퇴출할 수 있는 퇴로를 만들어주어야 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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