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필요예산 120억원 교착상태 …교육부 “구조조정정책 배치” 난색

[한국대학신문 이용재 기자] 교육부 등 중앙행정기관의 세종시 2단계 이전이 시작된 가운데, 대학가는 행정중심복합도시에 입주할 대학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은 지난 8월 행복도시의 자족 기능 마련 방안의 하나로 연내 1~2개 대학을 선정, 입주시킬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예산과 교육부의 반발 등의 이유로 불과 10일을 남겨둔 현재까지도 이렇다 할 발표가 없어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행복청 투자유치팀 이한나 사무관은 “지난 9월부터 KAIST의 조기 입주를 추진하고 있지만 예산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어 확정된 것이 없는 상황“이라며 ”교육부도 정원 증가 등을 우려해 난색을 표하고 있어 대학들과 대안을 마련을 위해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KAIST' 설립 예산 삭감에 타 대학도 난감 = 26일 행복청에 따르면 당시 행복도시에 캠퍼스 건립유치 제안서를 제출한 대학은 KAIST·고려대·공주대·충남대·한밭대 5곳이다. 행복청은 지난 9월 이들 대학 가운데 KAIST를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하고 조기 입주를 추진했다.

순조로워보였던 KAIST의 행복도시 입주는 지난 10월 기획재정부에 관련 예산 120억원을 신청했으나 전액 삭감되면서 꼬여버렸다. KAIST 한 관계자는 “현재 예산적인 부분이 막혀있어 교착상태”라며 “이 부분을 어디선가 뚫어줘야 하는데 그 방법을 제기 못해 가시적인 성과가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KAIST는 현재 국회는 물론 자체적으로 예산을 확보하는 등 다각도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KAIST가 표류하자 함께 입주를 희망하던 타 대학들도 앞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공학계열 최고 대학인 KAIST와 함께 입주하는 것이 ‘구색 맞추기’에 좋다는 판단에서다. 송복섭 한밭대 기획처장은 “행복청에서는 KAIST와 경쟁력 있는 국립대 1곳이 함께 입주하는 시나리오를 그린 것으로 안다”며 “대학과 기관 모두 KAIST 없이 먼저 입주하는 것은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교육부 ‘대학 양적 팽창’ 우려에 공동캠퍼스 설립 논의도 = 교육부의 반발도 대학의 입주를 지연시키고 있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교육부는 행복도시의 자급자족 기능을 위해 대학 입주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수년간 유지해온 대학 구조조정 기조 때문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교육부 대학정책과 김성원 사무관은 “교육부 입장에서는 정원을 늘리는 부분은 대학 구조조정과 맞물려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라고 밝혔다. 행복도시 캠퍼스 설립은 정원 증가 등 사실상 대학의 양적팽창을 묵인시킨다는 것이다.

그러나 교육부의 이와 같은 설명은 표면적인 이유일 뿐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충청지역 한 대학 관계자는 “우리 대학은 처음부터 정원 증가를 요구한 적이 없었다”며 “교육부가 주장하는 대학의 양적팽창 보다는 입주 대학에 대한 재정지원 부담이 그 속내인 것 같다”고 의구심을 드러냈다.

대학 유치를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는 행복청은 이런 교육부의 입장을 반영해 최근 대학들에 공동캠퍼스 설립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충남대와 한밭대, 공주대의 공동캠퍼스에 대한 아이디어를 모아보자고 제한 것이다. 이에 대해 최인호 충남대 기획부처장은 “공동캠퍼스는 국내에서 전례가 없는 것은 물론, 운영 주체와 건물의 이용 등 대학들의 온도차가 크다”며 현실성 없는 이야기라고 잘라말했다.

■‘부동산 차익·정원 증원 노린다’ 온갖 추측 난무 = 행복청은 물론 대학들이 행복도시 입주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은 세종시가 이른바 ‘기회의 땅’이기 때문이다. 최인호 충남대 기획부처장은 “행복도시가 대학 입장에서는 새로운 발전 동력”이라며 “입주 대학에 여러 혜택은 물론 공공기관이 밀집돼 있고, 전략육성분야를 유치하면 대외적인 홍보 효과도 크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부로부터 값싸게 땅을 양도 받아 시세차익을 노리거나 정원 증가를 요구했다는 등 온갖 추측도 난무하고 있다. 행복도시 대학입주와 관련된 한 관계자는 “모 대학이 학생 증원을 해 주면 행복도시에 캠퍼스를 설립하겠다고 제안했다는 소문이 있다”며 “지방 캠퍼스도 있는데 어떻게 다 운영하려고 입주를 추진하고 있는 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학들이 구체적인 특성화 방안도 내 놓지 않고 무조건 입주만 하면 된다는 식”이라며 “최근 불거진 연세대 송도캠퍼스 의혹 등 대학들이 부지를 저가에 불하받아 다른 용도로 쓰는 등의 부작용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