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대학은 이미 지성의 전당 혹은 상아탑의 이름을 버린 지 오래 됐다. 취업률 끌어올리기를 비롯, 대학구조조정을 위한 각종 평가로 충분히 고단해진 대학이 듣기에 불편한 이야기를 굳이 하고자 하는 이유는 대학 사회에 대한 외부의 시선이 그만큼 차갑기 때문이다.  

최근 한 사학명문 로스쿨 재학생이 교수의 연구실에 들어가 해킹 프로그램을 통해 시험문제를 유출하려다가 경비요원에게 붙잡히는 사건이 발생했다. 해당 대학은 이 학생의 성적을 모두 F처리했고 징계위원회를 열어 징계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지 이틀만에 지방 거점 국립대 수의학과 학생이 지난 4월 교수 연구실에 몰래 들어가 시험지를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었다가 몰래카메라에 덜미를 잡혔던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해당 학과는 교수회의를 열고 전과목 F학점 처분과 1년 유급결정을 내렸다. 뒤늦게 사실을 확인한 대학본부는 수의학과를 상대로 자체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논란이 커지자 교육부도 경위파악을 지시했다. 

로스쿨이 값비싼 등록금 때문에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집안의 자제들을 위한 새로운 계층 재생산도구라는 비난이 이는 가운데 명문 사립대 로스쿨 학생의 이번 시험부정과 연이어 터진 지방 거점 국립대 수의학과 학생의 시험부정은 법조인, 수의사 등 우리 사회 이른바 엘리트 코스에 있는 학생들의 윤리의식에 대한 강한 의구심을 낳게 하고 있다. 

사실 대학 사회의 윤리의식이 도마 위에 오르는 예는 적지 않았다.

대학 교수들이 조교나 학생들을 연구조원으로 넣고 그들의 통장으로 들어온 급여를 다시 자신의 계좌로 입금하도록 시키는 연구비 횡령도 부지기수다. 이런 사건은 세간의 이목을 잠시 끌었다가 관심밖으로 밀려나게 되고 여전히 이같은 연구비 부정은 계속되고 있다. 

거기에 논문표절 문제도 더해진다. 자기논문표절부터 다른 연구자들의 논문 내용을 베끼는 일도 흔하디 흔한 일이다.  논문표절은 “제대로 검증을 하면  누구라도 걸리는 게 표절”이라며 “별 것 아니다”는 식으로 넘어가기 일쑤다. 그런 논문 표절이 해외에서는 당선이 유력한 대통령 후보가 출마를 포기하게 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인격말살행위도 적지 않게 발생한다. 교수가 학생을, 교수가 조교를, 학생이 학생을 성폭행하거나 성추행하는 사건도 빈번히 일어나는 곳이 대학이다. 그런가 하면 동아리나 학생회에서 후배들이 선배에게 고분고분하지 않다거나 인사를 안한다는 이유만으로 남학생이든 여학생이든 폭행을 서슴없이 행사하기도 한다. 군기를 세게 잡는 체육계열 학과에서는 일명 ‘얼차려’도 관행이 됐다. 

대학 규모가 커지고 대학이 많아지니 별의 별 일들이 다 일어난다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대학은 ‘가르치고 배우는 곳’이다. 대학사회에서 가르치고 배우는 것이 약자들로부터 요령있게 빼앗는 것, 부정한 방법으로 남들보다 앞서는 것, 강압적인 방법으로 상대방의 인격을 말살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된다.

대학의 경쟁력이 곧 국가의 경쟁력이다. 대학이 사회로부터 존경받고 귀감이 되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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