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수 지방대서 취업률과 유지취업률 반비례

“정부 대학평가 개선하고 지역 상황 고려해야”

[한국대학신문 민현희·신나리 기자] 상당수 지방대의 취업률과 유지취업률이 반비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부 대학은 해당 지역에서 취업률은 최고, 유지취업률은 최저를 기록하며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취업의 양만 좇다보니 질을 고려하지 못한 탓이다.

지방대 관계자들은 “취업률 중심의 대학평가로 지방대들은 취업의 질보다는 양에 역점을 둘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며 “지역 산업체의 열악한 근무 여건과 학생들의 높은 기대치 역시 지방대의 유지취업률이 낮아지는 이유”라고 토로한다.

■ ‘거품’ 빼니 취업률 순위 뒤집혀 = 지난 26일 본지가 대학정보공시 사이트 대학알리미를 통해 전국 70여개 대학의 올해 6월 1일 기준 취업률과 9월 기준 유지취업률을 비교 조사한 결과 상당수 대학의 취업률과 유지취업률이 반비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유지취업률이란 취업한 졸업생이 일정 기간이 지난 후에도 해당 직장에서 계속 근무하고 있는지를 조사한 지표로 대학들이 학생들을 단기간 취직시켜 놓고 이를 취업률에 반영하는 편법을 막고자 지난해부터 도입됐다. 때문에 유지취업률이 높은 대학은 취업의 질이 우수한 것으로 평가 받는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특히 지방대 중에서는 취업률은 전국 4년제 대학 평균인 55.6%를 훨씬 웃돌면서도 유지취업률은 80%대에 불과한 경우가 많았다.<맨 아래 표 참조> 50~60%대의 취업률, 90%대의 유지취업률을 보이고 있는 서울 주요 대학들과 다른 모습이다.

실제로 광주·전라지역 호원대의 경우 취업률이 77.7%에 달하며 ‘다’그룹(졸업자 1000명 이상∼2000명 미만) 1위에 올랐으나 유지취업률은 87.9%에 그쳤다. 남부대 역시 취업률은 66.7%로 지역 최고 수준이었지만 유지취업률은 80%로 조사 대상 대학 가운데 가장 낮았다. 동신대·원광대·전주대·호남대의 취업률도 전국 평균보다 높았지만 유지취업률은 80%대였다.

타 지역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대전·충청지역 우송대는 취업률이 72.9%로 지역 최상위권이었으나 유지취업률은 87.2%로 최하위권에 속했다. 건양대와 배재대도 취업률은 60% 이상으로 높았지만 유지취업률은 각각 89.1%와 88.9%로 낮은 편이었다. 목원대의 취업률은 58.7%로 전국 평균 이상이었지만 유지취업률은 82%에 불과했다.

영남 소재 대구가톨릭대도 취업률은 64.2%로 ‘나’그룹(졸업자 2000명 이상~3000명 미만) 2위에 랭크됐으나 유지취업률은 85.9%로 지역 최하 수준이었다. 동서대도 취업률은 59.1%로 지역 최상위권에 들었지만 유지취업률은 89.5%로 가장 낮은 편에 속하는 등 두 지표는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이례적으로 취업률과 유지취업률 모두가 전국 최상위권에 든 지방대도 있었다. 특성화 대학인 금오공대와 한국기술교대의 경우다. 이들 대학의 취업률은 각각 70.1%와 81.8%, 유지취업률은 각각 96%와 94.4%로 수도권 주요 대학들을 능가했다. 특성화를 바탕으로 취업의 양과 질 모두를 잡는 데 성공한 것이다.

■ “취업 질, 지역 상황 등 고려돼야” = 대학들은 많은 지방대의 유지취업률이 취업률 성과에 비해 뒤떨어지는 가장 큰 이유로 취업률 중심의 대학평가를 꼽는다. 충청지역 한 대학 보직교수는 “취업률은 정부의 각종 대학평가, 신입생 유치 등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미친다. 생사의 기로에 서 있는 지방대로서는 우선 취업을 시키는 데 급급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취업률이 아무리 높다고 해도 질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며 “정부가 양질의 일자리를 더 많이 늘리는 게 가장 시급하고 뒤이어 각종 대학평가와 사회 전반에서 취업률보다 유지취업률이 중시돼야 한다. 대학들 역시 취업한 학생의 사후 관리에 더 많은 노력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타 지역에 비해 취업률과 유지취업률 모두가 낮은 편인 광주·전라지역 대학들은 지역의 취약한 산업구조로 인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학생들을 취업시킬만한 산업체가 적고 어렵게 취업을 시키더라도 열악한 근무 환경 때문에 학생들이 장기간 근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양승학 호남대 산학협력선도대학(LINC)육성사업단장은 “학생들이 지역 산업체에 현장실습을 다녀오면 ‘여기를 가느니 취업 준비를 더하겠다’고 한다. 학생들의 눈높이와 지역 산업체의 근무환경이 맞아 떨어지지 않는 것”이라며 “물론 타 지역에서도 이 같은 일이 일어나겠지만 산업구조가 취약한 광주·전라지역 대학들의 어려움은 더욱 크다”고 말했다.

강성준 목포대 종합인력개발원장도 “광주·전라지역은 산업구조가 취약하고 업종도 다양하지 못하다. 취업률을 중시하는 정부 정책 때문에 취업의 질이 좋지 않은데 취업을 시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 대학평가 등에서 지역과 대학의 특수성을 고려해 취업률을 유동적으로 반영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취업률이 높은 대학이 ‘취업 잘되는 대학’으로 인식되고 있는 만큼 취업률은 낮지만 유지취업률은 높은 대학들은 취업의 질적 우수성에 대한 인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진화 부산대 인력개발원장은 “유지취업률이 높다는 것은 취업률을 높이기 위한 각종 편법 없이 학생이 원하는 곳에 정직하게 취업 시켰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표]대학별 취업률·유지취업률 현황
(자료: 대학알리미, 캠퍼스가 있는 경우 본교 기준, 단위 %)

지역 대학 취업률(2013.06.01) 유지취업률(2013.09)
서울 건국대 58.4 93.8
  경희대 52.5 93.9
  고려대 69.1 96.6
  동국대 60.1 93.1
  서강대 66.2 96
  서울대 61.3 96.3
  서울시립대 63.1 96.7
  성균관대 69.3 97
  연세대 64.2 96
  중앙대 60 94.5
  한국외대 60 93.8
  한양대 62.6 96
경기·인천 가천대 54.8 90.4
  가톨릭대 49.9 91.6
  아주대 61.6 95.6
  인천대 58.5 93.2
  인하대 63.2 95.6
  한국항공대 73.1 98.1
강원 강릉원주대 49.5 89.5
  강원대 45.8 91.5
  한림대 56.6 92.9
대전·충청 건양대 69 89.1
  공주대 50.3 91.3
  대전대 64.2 91.1
  목원대 58.7 82
  배재대 60 88.9
  선문대 59.5 89.8
  세명대 59.1 87.2
  순천향대 54 92.1
  우송대 72.9 87.2
  충남대 49.2 93.8
  충북대 53 90.2
  한국기술교대 81.8 94.4
  한남대 52.4 90.2
  한밭대 66.2 93.8
대구·경북 경북대 51.2 95.9
  계명대 52.2 90.8
  안동대 49.5 91.9
  금오공대 70.1 96
  대구가톨릭대 64.2 85.9
  대구대 53.2 86.6
  동양대 60.8 91.4
  영남대 51.5 92.1
  한동대 53.7 92.9
부산·울산·경남 경남대 55 85.9
  경상대 46.6 91.9
  경성대 50.9 90.8
  동명대 66.6 90.6
  동서대 59.1 89.5
  동아대 52 93
  동의대 55 91.9
  부경대 52.6 93.8
  부산대 52.6 95.7
  신라대 50.1 89.7
  울산대 54.2 92.8
  인제대 54.2 93.3
  창원대 54.8 93.2
광주·전라 군산대 49.6 90.9
  남부대 63.5 80
  동신대 66.7 87.7
  목포대 45.3 88.9
  순천대 49.1 90.7
  우석대 54.6 92.9
  원광대 58.3 84.5
  전남대 47.4 91.9
  전북대 49.7 93.2
  전주대 56.7 85.6
  조선대 52.6 82.9
  호남대 57.6 84
  호원대 77.7 87.9
제주 제주대 52.8 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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