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권 인덕대학 총장 “인덕과 30여년, 소통은 필수”

*** 박근혜정부 들어 전문대학이 고등직업교육 중심기관으로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전문대학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서는 각 대학을 이끌고 있는 총장들의 리더십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지금까지 4년제 대학과 비교해 전문대학 총장들의 리더십에 대한 분석과 조명은 활발하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이에 따라 본지는 탁월한 역량으로 대학 발전을 이끌고 있는 전문대학 총장들을 찾아 그 리더십을 집중 조명한다.<편집자 주>

창업 특성화·파격적 홍보·조직 정비 등 혁신 …“품격 있는 대학으로”

[한국대학신문 백수현 기자] “총장도 교직원의 한 사람이다. 대학 위에 군림하는 존재가 아니라 대학발전에 함께 이바지해야 한다. 구성원들을 소통의 장으로 끌어내 함께 일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게 중요하다.”

이우권 인덕대학 총장은 그 누구보다 지난해 연말을 바쁘게 보냈다. 대학 내 부서별 워크샵 때문이다. ‘워크샵’이라고 해서 거창한 것이 아니다. 부서별로 직원들과 식사를 함께 하며 대학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시간이다. 대내외적으로 무척이나 바쁜 연말임에도 2주 이상의 시간을 오롯이 직원들과의 소통을 위해 기꺼이 쏟아 부었다. 소통을 중시하는 그의 면모를 엿볼 수 있는 일화다.

그는 “소통에는 고통이 뒤따르게 돼 있다. 누군가와 대화하고 의견이 다를 경우 상대방을 이해시키려는 노력을 한다는 것은 사실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소통을 하지 않는다면 더욱더 어려운 일이 닥칠 수 있다. 대학을 운영하는 데 필수적이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더불어 “진정으로 대학발전을 위해 전력투구한 총장으로 기억되고 싶다. 신바람 나는, 머물고 싶은, 가고 싶은 대학이 되도록 노력해 품격 있는 대학으로 거듭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 학생들을 위해 피자배달부로 변신한 이우권 총장
■첫 내부교수 출신 총장, 대학 ‘사랑’으로 똘똘= 소통을 강조하는 이유에는 무엇보다 그가 인덕대학 개교 41년 역사상 첫 내부교수 출신 총장이라는 점이 크게 자리한다. 1983년 인덕대학 건축과 교수로 임용된 이 총장은 2012년 5월 총장에 취임했다. 인덕대학의 한 직원은 “총장님께서 교수 때부터 교직원들과 학생들을 접해보셔서 그런지 구성원들을 친숙하게 대하며 자연스레 의견을 이끌어내신다. 반면 대학의 어떤 문제든지 정통하셔서 눈가림식 보고를 하거나 대충 일을 처리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 총장은 교직원만이 아닌 학생과의 소통도 적극적이다. 지난 7월에는 ‘총장·학생이 함께하는 한여름 저녁놀 대화’를 열고, 직접 피자배달부로 변신해 학생들에게 피자를 대접하기도 했다.

소통에 대한 그의 의지는 오랜 지인인 김신복 전 교육부 차관의 말에서도 나타난다. 그는 1989년 이 총장이 미국에 교환교수로 갔을 시절부터 인연을 이어왔다.

“총장은 독불장군으로 혼자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소통을 통해 구성원들을 결집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총장은 평교수 시절부터 인덕에 대한 자부심이 넘쳤다. 대학에 대학 사랑과 더불어 강한 추진력, 실천력으로 똘똘 뭉친 그가 총장이 된다고 했을 때 적임자라고 생각했던 이유가 거기 있다.”

30년 넘는 시간을 인덕과 함께 보내온 이 총장에게 인덕대학은 곧 삶이다. 교수였던 그에게 후배 교수들과 직원들이 총장 출마를 적극적으로 권하며 응원을 보낸 이유도 그의 대학에 대한 사랑을 간파했기 때문이다. 이 총장에게 ‘총장’이라는 자리는 특권을 누리는 자리가 아니라 ‘대학발전을 위해 봉사하는 자리’라는 생각이 자연스레 정립됐다. ‘전문대학 총장은 3D 직종’이라는 그의 말이 엄살로 느껴지지 않는 이유다.

이 총장은 취임하면서부터 현재까지 ‘대학의 품격’을 강조해왔다. 그가 말하는 ‘품격(品格)’이란 무엇일까. 그는 “예를 들어 도서관이라고 하면 이젠 책만 보는 공간이 아니다. 대학의 핵심적인 문화공간이다. 따라서 사서는 예전처럼 책을 관리하는 업무뿐만이 아닌 문화시스템 구축자로서 대학문화의 격을 살리는 일에도 일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 설립자 박인덕선생·초대학장 김혜란선생 추모비 제막식
■교육자 부친 뜻 받들어 교육계 투신= 이러한 이 총장의 생각은 대외홍보 전략과 대학 시스템의 진보로 나타났다. 신현준 방송연예과 교수가 등장한 ‘인덕앓이’ 광고는 인덕을 젊고 역동적인 대학으로 인식하도록 했고, 평생교육원과 미래교육단의 출범은 미래를 준비하는 대학으로서의 이미지를 굳히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주얼리디자인과의 한 학생은 “예전에는 주변에서 대학 이름 때문인지 ‘오래된’ 혹은 ‘보수적인’ 대학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했는데 인덕앓이 광고가 여기저기 알려지면서 우리 대학에 대한 긍정적인 시선이 많아졌다”며 뿌듯함을 감추지 못했다.

1년 전 도입한 학부제도 성과 중 하나다. 공학부, 디자인예술학부, 어문사회학부로 나눠 학부 간, 27개 학과 간의 선의의 경쟁을 하도록 했다. 학부장에게 상당한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자율적인 구조조정, 개혁을 통해 학부발전, 더 나아가 대학발전을 이룩하도록 구조화했다.

대학의 정체성을 살리기 위한 사업도 학격을 높이기 위한 일 중 하나다. 올해는 개교 41주년을 기념해 설립자 고(故) 박인덕 여사의 가족들을 초청, 대학역사에 대한 사진전시회를 비롯 설립자와 초대학장 김혜란 선생의 추모비 건립 등을 추진했다. 지금은 역사관을 개보수하고 있다. 이를 설립정신 교육의 장으로 활용함으로써 대학발전을 위한 구심점으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학격과 정체성을 중요시하는 이 총장의 교육철학은 부친의 영향이 컸다. 그의 부친은 경기 여주에 한 중학교를 설립하고, 후에 이를 국가에 희사하기도 한 교육자다. 이 총장은 교육을 위해 평생을 바쳤던 아버지의 유지를 받들고자 건축회사 ‘공간’에 근무하다 대학교수가 됐다. 이후 그는 ‘서우재’라는 건축스튜디오를 광주에 짓기도 했다. 학생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교육공간을 만들자는 의미였다.

■이노베이션(innovation)이 만들어낸 특성화= 이 총장이 취임한 후 인덕대학에 불어 닥친 바람 중 하나는 ‘창업 특성화’다. 그는 “4년제 대학도 그렇지만 전문대학은 ‘전문기술인력 양성’이라는 교육목표에 따라 특성화를 추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이 진정한 교육기관으로서의 정신을 실천하는 길이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어 “박근혜정부가 출범하면서 선포한 전문대학 육성책으로 전문대학은 호기 중에 호기를 맞고 있다. 호기에 소극적으로 대처하면 결국 낙오될 수밖에 없다. 구성원들이 한 몸이 돼서 한 목표를 향해서 달려가야 한다”고 말했다.

▲ '2013 한국대학신문 대상 창업교육 우수대학' 선정. 이인원 본지 회장(오른쪽)과 이우권 총장.
성과도 상당하다. 지난 3월에는 전문대학 중 유일(총 7개 대학 선정)하게 중소기업청이 지원하는 ‘사관학교식 창업선도대학’에 선정돼 연간 40억씩, 5년간 200억원을 지원받는다. 김종부 창업지원단장은 “총장님께서 창업에 대해서 전폭적으로 지원해주신다. 창업은 초기투자가 중요한데 대학의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며 오히려 구성원을 설득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직접 창업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산업디자인과 4학년(전공심화과정) 강효성 데이브레이크 대표도 “학교의 지원이 없었다면 창업할 생각은 꿈도 못 꾸었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데이브레이크는 골판지를 이용해 가구와 팬시용품 제작해 판매하는 기업이다. 그는 “취업 말고도 우리가 사회에 나갈 수 있는 길이 있다는 것을 학교를 통해 알게 됐고, 내 아이디어가 사업화될 수 있도록 멘토 교수님을 통해 여러 가지에 조언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다소 불안정했던 창업특성화를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었던 것은 이 총장의 혜안(慧眼)과 이노베이션(혁신) 정신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는 게 한결같은 평이다. 이 총장은 교수로 재직하면서도 현장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 전공인 건축디자인 활동과 학회(회장) 등 건축과 관련한 대외 활동도 활발하게 펼쳤다. 문화관광부 문화시설 정책자문위원, 국립중앙박물관 건립자문위원, 국방부 특별 건설기술 심의위원, 한국문화공간건축학회장 등이 그 예다. 그는 “몇년 학교에 머물게 되면 현장 감각이 현저하게 떨어질 것을 항시 두려워 했다. 현장 감각 유지는 고등직업교육기관의 교수로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 왔다. 교수시절 자문을 맡은 회사가 1, 2개 정도는 늘 있었으며, 건축 프로젝트도 끊임없이 수행했다”고 회고했다.

김 전 차관은 “이 총장은 교수 때도 건축분야의 전문가로서 대외적인 네트워크 형성, 혁신을 위한 연구 등 적극적인 활동을 펼쳤던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배경 때문에 이 총장은 현재 교직원들에게 이렇게 조언한다.

“교수는 실무 감각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학교 일도 중요하지만 대외적인 끈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프랙티컬(practical)한 실무 감각을 잃게 되면 학생들을 저버리는 것과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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