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2년차 맞는 윤종록 미래창조과학부 제2차관

朴대통령 ‘창조경제 과외선생님’… ‘후츠파정신’ 강조
“창조경제는 지원사업 아닌 상상 북돋는 토양 만들기”
대학생 창업 ‘융자’=>‘투자’로 …"제도손질 계속할 것" 
전국민이 쏟아낸 창의·상상력 “미래부가 新산업화 하겠다”

 

[한국대학신문 최성욱 기자] ‘창조경제’는 지난 2월 출범한 박근혜정부가 야심차게 내놓은 취임 일성이다. 창조경제는 꽁꽁 얼어붙어가는 세계시장에서 독보적인 활로를 개척할 창의적 아이디어와 이를 경제 성과물로 극대화할 수 있는 정부의 로드맵을 품고 있다. 지난 정부의 교육과학기술부가 맡고 있던 과학기술진흥에 관한 업무를 정보통신기술(ICT)과 결합해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 신설)에 이관시킨 것도 창조경제를 전략적으로 가져가기 위한 포석이었다.

윤종록 미래부 제2차관(56)은 새 정부의 전략적 정책기조인 창조경제를 직접 디자인 한 인물이다. KT부사장, 미국 벨연구소 특임연구원을 거쳐 연세대 연구교수를 지내던 윤 차관은 '창업국가'(2010)를 펴낸 것을 계기로 박근혜 대통령에게 발탁됐다. 인수위 시절 박 대통령의 ‘창조경제 과외선생님’이기도 하다. 최근 미래부 출범 1년을 맞아 신간 '후츠파로 일어서라'를 펴내며 창조경제의 밑그림을 제시했다. 그는 “대학생들에게 창조경제를 알리고 (창업과 도전정신에 관한)동기부여가 시급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올해를 넘기려고 하지 않았다”며 세밑 신간 출간한 배경을 밝혔다.

미래부도 지난 한 해 동안 그려놨던 창조경제에 방아쇠를 당길 준비를 마쳤다. 창의적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한 소프트웨어산업의 부흥과 청년창업이라는 모토는 새해에도 변함없다. 창조경제는 윤 차관이 거듭 강조하듯 “정부가 특정 프로그램을 마련해서 재정지원을 분배하는 방식이 아닌, 창조경제가 활성화 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그는 R&D 대신 I&D(Imagenation & Development)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1%가 이끌어온 R&D 투자에서 벗어나 99% 즉 인터넷 유저·학생·회사원·주부·군인 등 모든 비전문가들로부터 쏟아져 나오는 아이디어를 배척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를 만드려는 것이다. 엉뚱해도 좋다. 그런데 지금껏 한국 특유의 경직된 정서 탓에 99% 집단에서 나온 상상력은 꽃도 피워보지 못하고 사그라들지 않았나.”

무한한 상상력이 만들어낸 씨앗이 디지털 토양이라는 비옥한 대지에 떨어져야 한다는 말이다. 윤 차관은 “우리가 전문가를 동원해서 이 아이디어들을 기술화하거나 상용화 할 수 있게 돕겠다는 것”이라고 미래부의 창조경제 전략을 소개했다.

-지난 3월 미래부 제2차관에 취임했다. 2013년 첫 해  미래부의 역할과 성과를 자평하면.

“사회문제가 점점 복잡해져 정부의 한 부처가 단독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부처 간 협업과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범부처의 노력이 대표적이다. 미래부는 창조경제 실현을 위해 부처 위의 부처가 아닌, 부처 아래의 부처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를 기반으로 창조적 자산(Creative Assets)의 창출을 견인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상상력이라는 씨앗이 창조경제의 열매를 맺는 전 과정에서 정부부처 간 협력을 지원했다. 특정 부처가 해결하기 힘든 문제는 협업이 가능하도록 ‘플랫폼’ 역할을 해왔다.”

-‘창조경제’ 전도사로서 미래부 출범 초부터 창의적 사고와 문화의 중요성을 수차례 강조했는데.

“창조경제를 압축적으로 표현하면, 창의적 아이디어로 창업이나 융합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전략이다. 자원이 없는 나라의 ‘국가 경영방식’이다. 다시 말해 창조경제란 상상력과 아이디어가 ‘돈’이 되는 세상을 만들자는 것이다. 미래부는 지난 6월 발표한 ‘창조경제 실현계획’을 근간으로 그간 소관 부처별로 총 76개의 분야별 세부계획과 정책을 발표했다. 특히 국민 개개인의 창의적 아이디어와 상상력이 창업 등 창조적 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창조경제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지난 1년은 제도적 기반을 다졌다. 이에 따라 올 1~11월 벤처기업 수가 지난 5년간 같은 기간 평균치보다 29% 증가했다. 대학생 창업동아리도 지난해보다 50% 늘었다. 지난 9월 30일 개설한 ‘창조경제타운’(www.creativekorea.or.kr)의 경우 3805여 건의 아이디어가 등록(12월 9일 현재)됐고 이 가운데 2051건은 전문가 멘토링이 진행되고 있다. 창조경제의 핵심인 창업이 활성화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창조경제는 이스라엘의 후츠파(chutzpah) 정신을 모델로 하고 있다.

“유대인하면 흔히 △세계에서 명석한 두뇌를 가진 민족 △가정교육을 잘 시키는 민족 △유대교로 똘똘 뭉친 민족이라는 인식이 있다. 이 덕분에 작은 나라 이스라엘(유대인)이 세계를 리드하고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이스라엘의 이 3가지는 필요조건일 뿐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라고 본다. 우리 앞에 총과 총알이 놓여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 총알은 장전이 되어 방아쇠를 당겨주지 않으면 평생 50g짜리 쇳덩어리에 불과하다. 방아쇠를 당겼을 때 비로소 어마어마한 위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총과 총알이 혁신을 위한 필요조건이라면, 겁 없이 방아쇠를 당기는 힘이 (성공의) 충분조건이다. 두뇌, 교육, 종교가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도전하지 않으면 소용없다는 말이다. 이스라엘의 후츠파 정신(뻔뻔하고 당돌함)은 언제든지 방아쇠를 당길 수 있는 저변이다. 이 단어에 창조성을 자극하는 요인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후츠파 정신을 배워야 한다.”

-최근 대학가의 가장 뜨거운 이슈는 ‘취업’이다. 창조경제로 고용률을 70%까지 올릴 수 있을 거라고 전망하면서 동력으로 ‘창업’을 꼽았다.

“최근 세계은행이 세계 각국의 창업환경을 비교한 바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24위로 2008년(126위)에 비해 상당히 개선됐다. 그러나 여전히 개선할 점이 많다. 아직도 창업자들이 자금을 ‘투자’ 받는 일이 쉽지 않다. 수많은 창업자가 연대보증을 통해 ‘융자’를 받아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대학생의 경우엔 학업을 병행해야 하고 군입대도 해야해서 고충이 더 많은 게 현실이다. 지난해 벤처기업협회 조사에 따르면 대학생들이 창업에서 느끼는 가장 큰 장벽으로 자금(51.7%)과 기회비용(16.2%)을 꼽았다. 최근 한 대학생이 창업하기 위해선 대학을 떠나야 한다고까지 말하지 않았나. 우수한 기술력과 아이디어를 보유한 창업자들이 창업초기부터 원활히 투자 받을 수 있는 자금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 윤종록 미래부 제2차관 ©한명섭 기자

-대학생 창업지원에 어떤 ‘아이디어’가 있나.

“창업은 기본적으로 위험을 무릅쓰는 건 맞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융자’에서 ‘투자’로 개념을 이동시켜야 질 높은 창업이 활성화 된다. 미래부는 지난 5월 ‘벤처·창업 자금생태계 선순환방안’을 마련해 엔젤투자의 소득공제 한도(40%→50%)와 소득공제 비율(30%→50%)을 확대했다. 미래창조펀드(6천억원)와 성장 사다리펀드(2조원) 등 창업·성장지원펀드를 크게 늘렸다. 9월엔 ‘대학 창업교육 5개년 계획’을 통해 ‘창업 휴학제’를 도입해 최대 2년간 창업을 이유로 휴학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었다. 10월에는 ‘중소기업 재도전 촉진 대책’을 발표했다. 정책자금의 연대보증 면제대상을 확대하고 우수 창업기업에 대한 연대보증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아울러 성공창업자들의 후배 멘토링과 네트워킹 공간(글로벌 창업지원센터 등)을 확충하고, 창업보육전문기관 양성, IP 보호 등 창업의 활력을 높일 수 있는 제도를 개선해 나갈 계획이다.”

-컴퓨터언어가 영어를 앞지를 21세기 ‘랭귀지’라고 강조했는데.

“컴퓨터언어인 소프트웨어(SW)는 창조경제의 핵심수단이며 21세기에 꼭 필요한 언어다. 이를 위해 정부는 누구나 쉽고 편하게 SW를 배울 수 있도록 온라인 SW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초중등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체험학습 중심의 SW창의캠프를 방학기간에 연다. SW 교육봉사단·대학·커뮤니티 등 민간에서도 SW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경인교대 미래인재연구소의 ‘스크레치 데이’는 대표적이다. 미국의 MIT와 연계한 이 프로그램으로 프로그래밍 교육을 받을 수 있다. 미래부는 이처럼 누구나 접근 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 기회’를 열어두겠다는 것이다.”

-창의성과 도전정신을 갖춘 인재를 대학에서 길러내려면.

“한국의 기업가정신(창업정신)은 외국에 비해 크게 저조한 상황이다. 지난해 OECD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창업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조사대상 31개국 중 2위를 기록했다. 기업가정신이 저조한 이유는 입시위주의 주입식 교육으로 도전·모험정신이 충분히 길러지지 않은 데다 경기침체 탓에 전문직과 대기업 등 비교적 안정적인 직장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미래부는 벤처협회 등과 협력해 성공 벤처인의 기업가 정신 교육, 1:1 멘토링, 성공사례 소개 등을 통해 기업의 생생한 이야기를 학생들에게 전달하려고 한다.”

-창의적 인재 양성을 위해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

“창조경제 시대의 핵심은 새롭고 탁월한 아이디어를 내는 창의성과 끊임없이 도전하는 열정을 갖춘 ‘창의적 인재’다. 미래부는 여러 분야의 인재들이 자신의 꿈과 끼를 발휘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원하려고 한다. 지난 8월 8개 부처와 공동으로 ‘창조경제를 견인할 창의인재 육성 방안’을 수립한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이공계 핵심인재를 위해 ‘과학기술특성화대학’을 육성할 계획이다. 우선 대덕특구 등에 기업가정신, 글로벌 창업교육 등을 제공해 과기특성화대학이 창업생태계 조성의 거점역할을 수행하도록 할 것이다. KAIST를 비롯해 5개 과기특성화대학(GIST, DGIST, UNIST, POSTECH)의 융합교육을 강화해 선도모델을 제시할 예정이다. 내년부터 ‘과학기술인재 진로지원센터’가 신설된다. 이공계에 진학한 젊은이들이 꿈과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경제적 성공모델 발굴·소개 △미래 유망 과학기술분야 새 직업군 발굴 △진로탐색 프로그램 개발·운영 △찾아가는 맞춤형 멘토링 등을 실시해 우수 인재가 이공계에 진출하도록 유도할 것이다.” 

-내년 미래부 사업 계획은.

“창업의 선순환 생태계를 조성하고 과학기술과 ICT 역량이 보다 가시화 되는 한 해가 될 것이다. 창조경제를 선도할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해 집중 육성하고 창업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과제들을 지속적으로 개선해나갈 계획이다. 중견연구자 지원을 확대하면서 기초연구를 강화시키려고 한다. 새로운 산업과 시장 개척은 우주·원자력 등 과학기술에 집중될 것이고, 소프트웨어나 디지털콘텐츠 분야, 정보통신기술, 스마트미디어 등도 지원할 방안을 만들고 있다. 국제협력 분야는 기존 선진국 중심에서 벗어나 신흥 국가와 전략적 협력을 맺는 데 힘쓸 계획이다.”

■ 윤종록 미래창조과학부 제2차관은 ... 
전남 강진 출생. 광주고, 한국항공대 항공통신공학과 졸업. 기술고등고시(15회) 출신으로 연세대 산업대학원(전자공학과), 미시간주립대(전기통신과정), 서울대 최고 경영자과정을 수료했다. KTAI 뉴욕법인 사장을 시작으로 KT e-Biz사업본부장·기술본부장·R&D부문장 등을 거쳐 부사장을 역임했다. 2009~2011년 미국 벨연구소 특임연구원을 지내다 지난해 연세대 글로벌융합공학부 연구교수로 임용됐다. 세계에서 처음으로 인터넷을 통한 소프트웨어 판매사업인 ‘비즈메카’를 출시했고, 통신망의 지능화 프로젝트를 통해 한국이 통신강국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일조했다고 평가받는다. 미국 금융·투자 전문가들이 집필한 '창업국가'(2010)를 번역해 박근혜 대통령의 인수위에 합류했고 ‘창조경제’와 ‘창업’의 연결고리를 설계한 인수위의 핵심 브레인을 담당했다. 

<인터뷰: 최성욱 기자, 사진: 한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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