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이연희 기자]박근혜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한지 1년여가 지난 지금, 사회 각계각층에서는 ‘민주주의 후퇴’라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국가정보원이 대선에 개입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는 가운데 시민·종교단체는 연일 시국선언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파업 중인 철도노조 지도부를 검거하기 위해 압수수색 영장도 없이 4000명 이상의 대규모 경찰인력이 민주노총 사무실이 위치한 건물에 강제 진입한 사실이 알려지자 시민들의 분노는 더 커졌다.

대학가에서는 일찍이 민주주의의 후퇴를 우려한 바 있다. 지난 6월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이 제기되자 100개교에 달하는 대학의 교수들과 총학생회는 정부의 해명을 요구하는 시국선언을 이어갔고, 지난달10일에는 한 대학생이 사회에 대한 관심을 촉구한 대자보 ‘안녕들하십니까’가 20대와 3-40대의 마음을 움직이며 신드롬이 됐다.

전 세계적으로 대학이 사회의 변화를 이끈 사례는 수없이 많다. 국내의 경우 4.19혁명, 5.18광주민중항쟁, 6.10민주항쟁 등 대한민국 정부 설립 이래 굵직한 민주화 운동의 가운데 늘 대학교수와 학생들이 있었다. 정부는 이들을 폭력과 ‘색깔론’으로 억눌러왔지만 결과는 언제나 시민들의 승리, 그리고 정권 교체였다.

2013년 대학은 어땠나. 대학들은 생존경쟁에, 교수들은 업적평가에, 강사들은 강의시수 연장에, 학생들은 취업난에 허덕였다.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을 규명하라는 교수와 학생들에게는 ‘종북’이라는 빨간 딱지가 붙었고, 정부는 무시와 버티기로 일관했다. 극우성향 모 인터넷 커뮤니티는 ‘안녕하지 못하다’는 학생들의 대자보를 찢는 등 이념갈등의 온상으로 만들기 위한 시도를 멈추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성의 전당’으로서 대학은 여전히 유효하다. 교수들의 한 마디가 예전만한 영향력을 갖지 못하고, 학생사회 역시 예전만한 응집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현실 속에서도, 대학은 다양한 사상과 의견을 나누는 공론장으로서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담은 메시지를 꾸준히 던지고 있다.

그렇기에 박근혜정부는 더는 대학에서 나오는 경고를 무시하지 않기를 바란다. 앞으로 4년의 임기가 남았다. 올해부터라도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함께 토론하는 데 집중해야만 임기 1년만에 얻은 ‘불통(不通)’의 오명을 벗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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