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영어만 사용 '스웰' 참가한 남학생들 인터뷰

서울여대 기숙사에 남학생들이 살고 있다? 매년 방학 때마다 이곳을 찾는다는 ‘단골’부터 방학을 맞아 중국에서 제주에서 물 건너온 유학생까지, 다양한 이력의 학생들이 서울여대 기숙사에 모였다. 20대 초중반의 열혈남아들이 한여름 산과 바다를 마다하고 여자 기숙사를 선택한 이유는 단 하나, ‘영어공부’ 때문이다. 지난달 말부터 엄격한 생활관리로 유명한 서울여대 영어합숙프로그램인 ‘스웰(SWELL : Seoul Women's University English Language License)’에 참가해 ‘영어의 바다’에 빠져 지내는 6명의 남학생들이 좌충우돌 생활기를 풀어놨다. 서울여대 제1기숙사 415호 문이 열리다 서울여대 제1기숙사 415호 문을 열었다. 방 주인인 고광윤(상해복단대 국제관계3), 윤태윤(서강대 전자3), 한승재(제주대 회계2) 군에 옆방 417호 권혁률(서울대 응용화학4), 김대승(카이스트 테크노경영대학원 석사1년차), 김일영(성균관대 건축1) 군까지 6명이 한방에 둘러앉았다. 여대 기숙사에 모이게 된 사연도 가지가지. 415호에는 해외유학파가 둘이나 있다. 고등학교를 마치고 중국 상해복단대에서 공부하던 고광윤군은 방학을 맞아 이곳을 찾았다. 원래는 지난해 입국해서 영어공부를 할 계획이었지만 사스 때문에 한 해 미뤄졌다. 다른 한명의 해외유학생, 한승재군. 제주대에 재학 중인 한군 역시 방학을 맞아 바다를 건넜다. 군 제대 후 학교생활에서 ‘달리는’ 영어실력에 고심하던 한군은 누나의 추천으로 서울여대 행을 택했다. 윤태윤군은 벌써 세 번째다. 지난 2002년 겨울, 2003년 여름 두 차례 스웰 프로그램에 참가했던 데 이어 올해도 또 서울여대 기숙사를 찾은 ‘단골’이다. 영어의 압박은 연령차도 극복했다. 대학 졸업예정자인 권혁률군과 대학원 석사 1년차인 김대승군은 물론 04학번 새내기 김일영군까지. 레벨은 다르지만 영어정복의 꿈을 키우는 417호 룸메이트다. ‘Only English’ “한국어 사용하면 벌점 받아요. 운동할 때 무의식적으로 한국말이 나오려고 할때도 다시한번 생각해야해요. 공은 던져야되는데 말은 안나오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죠.”(일영) 한국어는 ‘엄마야’, ‘어머나’ 등 감탄사 조차 금물이다. 궁여지책으로 만들어 낸 것이 ‘스웰리쉬’. ‘스웰에서 쓰는 영어’라는 뜻을 지닌 이 독특한 언어는 일종의 콩글리쉬다. ‘답답해’는 ‘앤서 앤서 선(answer answer sun)’으로, ‘수정과’는 ‘크리스탈 워터(crystal water)’로 표현하는 식이다. 한국어로 된 것이라면 웹서핑도 전화통화도 할 수 없다. 영어 통화는 허용되지만 받아줄 사람도 없는지라 다들 포기했다. 동시통역사 준비 중인 여자친구를 둔 대승군이 유일하게 전화를 사용하지만 여자친구로부터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거냐”는 핀잔을 듣는 경우가 태반이다. 각종 한국어 매체를 접할 기회가 적다보니 뉴스에서도 멀어져 얼마 전에는 외출 나갔다가 서울시 버스체계가 바뀐 사실을 뒤늦게 알게되는 ‘충격’도 받았다. 영어는 나의 힘 “토익 8백점 돌파가 목표에요.”(김일영) “대학원에 진학하면 영어로 논문을 써야하는데. 이 과정을 마치고 나면 영작에 통달했으면 좋겠어요.”(권혁률) “회화가 좀 더 완벽해져서 여자친구랑 영어로 대화할 때 구박 좀 덜 당했으면 좋겠어요.”(김대승) “‘들려야 말을 하겠다’는 생각에 이번에는 ‘듣기’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중국에 돌아가서도 더 열심히 공부해서 미국으로 교환학생 나가고 싶어요.”(고광윤) “솔직히 군대 가기 전까지는 영어공부에 소홀했거든요. 학기 중에도 학원 다니면서 1~2년 정도 열심히 해보려구요.”(한승재) “6시30분 기상, 8시 수업시작 등 여기서 지켰던 규칙적인 생활을 지속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영어도 꾸준히 하구요.”(윤태윤) 24시간 영어만 사용해야 했던 ‘험난한’ 나날은 내달 2일로 끝이다. 그러나 영어실력 향상을 위해, 홀홀단신 용기를 내어 여대 기숙사를 찾았던 이들인 만큼 열심히 지냈다. 엄청난 분량의 과제들도, 영어만 사용했던 단체 생활도 모두 성공적이다. 여섯명 모두 아직 벌점 한번 받지 않았을 정도다. “이제 숙제하러 가야돼요.” 한국어가 허용된 특별한 1시간을 마친 그들. 기자가 돌아서자 ‘언제 그랬냐’는 듯 영어 대화다. '영어의 바다'는 이제 그들에게 더이상 낯설지 않아 보였다. <김슬기ㆍ김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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