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ㆍ용기 전할 수 있어 기뻐요"

6월7일 오전 10시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 버스정류장 앞. 한 손에는 아테네에서 날아온 평화와 화합의 불씨를, 다른 한 손에는 자신의 눈과 다름없는 안내견의 줄을 잡은 성화봉송 주자의 모습은 온국민에게 감동을 전했다. 주인공 김예진양(이화여대 특수교육4 휴학)은 생후 15개월 때 뇌막염으로 인한 고열로 양쪽 시력을 모두 잃은 1급 시각장애인이다. “소외당하고 고통받는 모든 분들에게 꿈과 용기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게 돼 너무 기뻐요. 성화봉송이 끝나고 불이 꺼진 성화봉을 집에 고이 모셔뒀어요. 영광스럽던 그 순간을 평생 잊지 못할 거에요.” 지난 97년 이화여대에 입학, 특수교육을 전공해온 김양은 앞을 보지 못하는 장애 속에서도 미국 오리건주립대에 교환학생으로 다녀오고 부전공으로 컴퓨터공학을 공부할 만큼 열정적인 여대생. 옷을 입거나 색깔을 맞춰 옷을 고르는 일까지 모두 스스로 해결하는 스타일이다. 그러기 위해 옷걸이에는 색깔별, 종류별로 옷을 나눠 걸고 직접 제작한 칸막이로 표시까지 해두는 꼼꼼함을 발휘한다. 김예진양 옆에는 언제나 안내견 세미가 함께 해 힘이 난다. 아홉 살 난 베테랑 안내견인 세미는 김양이 대학에 입학하던 97년부터 지금까지 대학시절 내내 캠퍼스를 누비며 함께 지냈다. 미국 유학 중에도, 최근 성화봉송에서도 역시 김양의 곁을 지켰다. 세미는 때때로 김양의 애인, 친구, 안내자가 되는 든든한 버팀목이다. 김양은 현재 대학 4학년 휴학 중. 여느 대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진로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이루고 싶은 일은 ‘보다 밝고 긍정적으로 살아가기’다. “특수교육을 전공했다고 꼭 교사가 될 생각은 아니에요. 장애인 교재나 생활용품 발명에도 관심이 많고, 아직 진로를 정하지는 못했지만 장애인들을 위해 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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