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이우희기자]세간의 관심이 대학에만 몰려있는 사이, 정작 고급 연구 인력을 양성하는 대학원의 경쟁력이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 정원미달과 대학원자원의 질적 수준 저하는 향후 국가 연구수준 저하로 이어질 것이 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최근 일명 강사법 파문으로 강사 대량해고까지 맞물리면서 대학원 진학의 인기가 시들해져 상당수 대학원의 정원미달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 서울지역 사립대 대학원 입학관계자는 “요즘 중위권 대학원들은 전기 신입생 모집이 끝났는데도 다양한 이름의 ‘특별전형’ 모집공고를 내고 있다”며 “정원을 못 채워서 추가모집을 하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정원미달보다 심각한 것이 대학원 진학자의 질적 하락 우려다. 요즘 서울대 대학원 가기는 그렇게 어렵지 않다. 한 서울대 교수는 “서울대 자연대 학부에서 동 대학원에 진학하는 본과 출신 비율은 학과마다 절반을 넘지 못 한다”며 “특히 생명과학부나 화학부는 20~30% 수준”이라고 밝혔다. 나머지는 타 대학 출신이 채운다. 실제 서울대 대학원생 중엔 중위권대학이나 지방 사립대 출신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물론 중위권대학이나 지방대 학생들의 질적 수준이 낮다고 폄훼할 수는 없지만 서울대 이공계열 본과 출신이 동 대학원에 진학하지 못하던 과거에 비하면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서울의 한 중위권대학의 대학원 관계자는 “본교 학부생들이 졸업 후 6개월 이내에 동 대학원에 진학하면 입학금과 1학기 수업료를 면제해준다”며 “취업률을 높이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서울대 대학원도 무리 없이 가는 상황에서 동 대학 학부 출신 ‘우수인재’를 유치하는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대학원의 경쟁력 하락은 국가 연구경쟁력의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국내 연구자 대부분을 국내 대학원이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축구에서 탄탄한 자국 리그 없이 국가대표가 강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서울대의 한 교수는 “대학원 경쟁력이 무너진 상태에서 10년, 20년 후 국가 연구수준 저하는 불을 보듯 뻔하다”고 한탄했다. 교육당국과 대학의 대학원 살리기 대책이 절실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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