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흡연 단속직원 '달랑' 2명

골목흡연 늘어... 주민 불만 속출

▲ 경희대와 한국외대 앞 '금연거리'에 여전히 흡연자와 담배꽁초가 사라지지않고 있다. 경희대로 앞 화단에 쌓여있는 담배꽁초들과 빈 담뱃갑 등이 바닥의 금연 마크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한국대학신문 손현경기자] 대학가 '금연거리'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아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13일 대학가에 따르면 경희대와 한국외대 주변에는 새해부터 시행된 학교 앞 '금연거리'에 여전히 흡연자와 담배꽁초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서울 동대문구(구청장 유덕열)는 지난 1일부터 ‘금연거리 ’로 지정된 경희대 앞 양측 240m 구간과 한국외대 앞 양측 250m 구간에서 흡연 단속을 본격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계도기간 4개월이 종료됨에 따라 금연거리에서 담배를 피우다 적발되면 과태료 10만원을 내야 한다.

그러나 금연거리 내 화단에 쌓여있는 담배꽁초들과 빈 담뱃갑 등이 바닥에 붙어있는 빨간색 금연 스티커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경희대 우은영(경제학과 4)씨는 "주 진입로에서 담배 피는 경우는 전보다 많이 없어진 것 같지만 아침이나 저녁, 밤에는 여전히 정문 앞 인도에서 '눈가리고 아웅'식으로 담배를 피는 학생들을 쉽게 볼 수 있다"며 "금연거리가 시행된지 2주가 지났지만 그 실효성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금연거리와 구석구석 연결된 골목길에서도 흡연자를 눈에 띄게 볼수 있다. 금연거리가 생긴 이후 단속을 피해 주택 앞, 골목에서 흡연하는 사람이 늘어난 것이다.

외대역 인근 주민인 김상철(67)씨는 "집 앞 골목이 가래, 담배꽁초로 너무 지저분해졌다. 금연거리가 생기기 전에는 적어도 이 정도까지는 아니였다"고 토로했다.

이렇게 금연거리가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는 것은 지자체의 단속이 미흡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동대문구 전체 금연구역을 단속하는 직원은 시간제 근로자 2명 뿐이다.

동대문구 보건정책과 건강증진팀 박승맥 주무관은 "단속직원을 늘리고 싶지만 예산이 모자라다. 예산은 한정되 있고 인력은 없어 일부 흡연자들이 단속을 피해 담배를 피는 경우가 종종 적발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일방적인 금연거리는 실질적인 금연정책이 되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한국금연운동협의회 관계자는 "정부가 단계적 금연구역을 확대함에 따라 전면 실내금연이 보편화 됐다. 그러나 일방적으로 밀어 붙이는 제도가 아닌 시민들이 따라갈 수 있는 의식교육과 선전이 병행 돼야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대학 앞 거리보다 캠퍼스 내 금연이 더 시급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신성례 삼육대 간호학과 교수는 "대학 앞 금연도 물론 중요하지만 먼저 대학 내 캠퍼스를 금연구역으로 하고 나서 이를 바깥으로 확대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라고 설명했다.

앞서 동대문구는 간접흡연 피해를 줄이고 쾌적한 보행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지난해 7월 지역 주민의 의견을 수렴해 같은 해 9월 두 곳을 금연거리로 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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