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학가의 제 일 화두는 '대학구조조정'이다. 말이 구조조정이지 줄어드는 학생수에 대비해 대학의 조직과 인원을 감축하는 일을 어떻게 해 낼 것인가에 온갖 신경이 곤두서있다. 직설적으로 표현하자면, 학과를 폐쇄하고 교직원을 방출하는 '험악한' 일이기 때문이다.

피할 수만 있다면 피하고 싶은 이슈겠지만, 학령인구 감소라는 냉혹한 인구사회학적 현실을 한국의 대학사회가 비켜갈 수 있는 우회로는 없다.  2018년부터 대입정원이 고교졸업생 수를 초과하는 역전현상이 나타나, 2023년에는 현재 56만 명인 대학정원을 최대 40만 명밖에 채울 수 없게 된다니,  대학사회 전체로 보면 이처럼 근본적인 난제는 전에 없었다.

하지만 어차피 감수해야 불가피한 일이라면, 그 고통을 통해 값진 것을 얻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 일을 단순히 조직과 인원을 감축하는 일이라고만 생각하지 말고, 차제에 이 비상사태를 계기로 문자 그대로 교육구조를 개선하여 교육의 질을 높일 구상을 해 볼 일이다. 교육의 질을 높이는 데 성공하는 대학은 학생유치에서도 성공해 인원감축, 학과 폐쇄 등의 고통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수준 높은 양질의 실속 있는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대학을 학생들이 외면할 리 없기 때문이다. 

교육의 질을 높이는 교육구조란 어떤 것인가?  오늘 우리 대학의 교육구조는 기초학문교육과 응용학문교육이 층위상 차별이 없다. 모든 학과들이 무차별적으로 병치(倂置)되어 있는 가운데 학생들은 입학 때부터 이들 중 하나의 학과를 선택하여 졸업 때까지 대부분 그 학과의 학업만 수행하도록 돼있다. 학과 중심의 전공주의라는 것이 이것이다. 이런 교육구조를 과감히 깨고, 어느 전공학과의 학생이든 기초학문 분야의 학업을 토대로 하여 응용학문분야 교육을 받도록 교육과정을 성층화하는 것이 교육의 질을 높이는 길이다. 여기서 전자를 감당해 주는 것이 곧 진정한 의미에서의 교양교육이다. 교양교육이란 다양한 기초학문분야의 학업을 균형 있게 수행함으로써 지적 융복합을 통한 창의성 함양에 그 성과가 있기 때문이다.

병렬적 학과 중심제가 그대로 간다면, 학령인구가 줄어들 때 어느 학과가 먼저 외면당할지 자명하다. 철학과나 독문학과 같은, 취업전망이 어두운 기초학문분야의 학과들이다.  그렇다고 과연 이런 기초학문분야의 학업은 필요 없는 것인가? 그럴 리가 없다. 국제경쟁력을 갖춘 대학교육이라면 그 기반은 바로 이 분야에 있다. 지식정보사회에 깊숙이 들어선 오늘에 와서도 계속 부인할 것인가? 정말 유능한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대학에서 어떤 공부를 어떻게 한 사람인지를 진지하고 허심탄회하게 점검해 봐야 할 때다. 그 역량이 결코 전공학업 성적표대로 가지 않는다는 걸 기업의 CEO들은 잘 아는데, 정작 대학의 교수들은 잘 모르는 것 같다. 

교육부에서도 대학구조조정을 단순히 비리 대학 퇴출과 수도권, 지방 등을 구분해 그룹별 입학정원을 감축하는 수단으로만 생각할 일이 아니다. 각 대학의 교육구조 개선 작업에 초점을 맞춰 이를 잘 수행하는 대학을 적극 지원하고 그렇지 못한 대학은 지원하지 않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지방대학 특성화 사업이나 ACE사업 같은 영향력 있는 사업에 이를 적극 반영해야 할 것이다. 교양교육을 비중 있게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은 바로 이 점에서 현실적 구체성을 갖는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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