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공학 대학 남성 총장 압도적 … 서울대는 역대 23명 모두 남성

“남녀 조화 이뤄야 … 분위기 쇄신, 여교수 임용 확대 등 필요”

[한국대학신문 민현희·신나리 기자] 최근 이화여대가 남성도 총장직을 맡을 수 있도록 규정을 개정해 이 대학 최초의 남성 총장이 탄생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상당수 남녀공학 대학에서는 여성 총장이 단 한 번도 나오지 않고 있다. 이화여대처럼 총장 자격에 성별을 규정하지 않았음에도 남성이 계속해서 총장을 맡아온 것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여성의 요직 진출이 늘었지만 사회 시스템, 대학 내 분위기 등은 여전히 능력 있는 여성의 총장 진출을 어렵게 하고 있다. 그러나 남성과 여성 총장이 조화를 이룰 때 대학 운영과 교육에도 시너지가 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때문에 언제쯤 이화여대의 남성 총장과 주요 대학들의 여성 총장 탄생 소식을 접할 수 있을지에 귀추가 주목된다.

■ 여성 총장 ‘0명’ 수두룩 = 올 1월 27일 기준으로 본지가 전국 주요 35개 대학의 역대 총장과 현 총장을 조사한 결과 80%에 달하는 28개 대학에서 그동안 단 한 번도 여성 총장이 나오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맨 아래 표 참조> 또 여성 총장이 있었던 대학 7곳 중에서도 6곳은 여대였다.

특히 서울대의 경우 1946년 개교 이후 연임한 한삼석 총장을 포함해 무려 23명의 총장이 있었지만 여성은 한 명도 없었다. 건국대·고려대·동국대·전남대·충남대 등도 현재까지 15명 이상의 총장이 재직했으나 모두 남성이었다.

조사 대상에 포함된 남녀공학 대학 28곳 중 여성 총장이 있었던 곳은 중앙대가 유일했다. 이 대학은 여성이자 설립자인 임영신 총장이 1953~1961년과 1963~1972년 총장직을 맡아 대학 발전의 초석을 다졌다. 이랬던 중앙대도 임 총장 이후로는 여성 총장이 없었다.

현 총장 중에서도 여성의 수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35개 대학 중 14%에 불과한 5개 대학 총장만이 여성이었다. 또 이마저도 광주여대·서울여대·성신여대·숙명여대·이화여대 등 모두 여대 총장이다.

모든 남녀공학 대학의 남성 총장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던 데 반해 여대의 경우 남녀 총장 비율이 비슷한 경우도 있었다. 전국 7개 여대 가운데 서울여대와 이화여대를 제외한 5개 대학에서 남성 총장이 있었고 숙명여대는 역대 총장 중 남성이 8명, 여성이 6명이었다.

동덕여대의 경우 유일하게 여성 총장이 배출된 적이 없는 여대다. 동덕여대 한 관계자는 “여성 총장은 없지만 보직교수 중 30% 이상이 여성으로 남녀공학 대학에 비해 높은 편”이라며 “여교수들이 대학 경영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 학내 분위기, 사회 시스템 등 ‘걸림돌’ = 전문가들은 남녀공학 대학의 여성 총장이 희박한 가장 직접적인 이유로 여교수의 수가 적다는 점과 학내 분위기를 꼽는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전국여교수연합회 추계세미나에서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여교수 임용 비율은 국공립대는 13.1%, 사립대는 23.1%에 그쳤다.

민무숙 한국여성정책연구원 평등·인력정책연구실장은 “남녀공학 대학들에서는 현재로서는 여성 총장이 나오기 힘든 분위기”라며 “아울러 여교수는 소수이고 때문에 총장을 선출하는 권한도 남교수에게 더 많이 주어진다. 또 총장을 하려면 그에 앞서 보직을 거쳐야 하는데 남녀공학 대학의 여성 보직교수 비율은 10%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가사나 육아에 대한 1차적인 책임이 여성에게 주어진 것도 여성 총장이 적은 이유다. 서울 한 대학 교수는 “여교수는 보직을 맡고 싶어도 가사나 육아 때문에 못하는 경우가 많다. 또 보직을 맡았다가도 자녀 입시 등을 이유로 포기하는 케이스도 있다”며 “가사와 육아에 대한 1차적인 책임을 여성들이 담당하는 사회 분위기와 시스템이 바뀌지 않는 한 여성 총장의 탄생도 점점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우려스러운 부분은 여성 총장의 부재가 학생 교육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박남희 경북대 미술학과 교수(전 전국여교수연합회장)는 “현재 대학에 재학 중인 여학생 수가 50%에 달한다. 대학은 이들에게 어떤 롤모델을 보여줄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며 여성 리더십 육성을 위해서도 뛰어난 여성 총장의 선출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대학 내 분위기 쇄신 △여교수 임용 확대 △사회 시스템 개선 등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 소재 여대의  한 교수는 “남성이건 여성이건 어느 하나의 성별에 치우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대학들은 우선 여교수 임용 비율을 높이고 보직 진출의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며 “남성과 여성이 함께 협력해 대학을 이끌어 나가야만 국가 경쟁력 제고에도 도움이 되는 만큼 정부도 관련 정책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또 민무숙 실장은 “여성도 보직과 총장을 맡을 수 있다는 분위기가 학내에 형성돼야 하고 주체적으로 나서는 여교수들도 더 많이 늘어나야 한다”며 “빠른 시간 내에 여성 총장이 증가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최근 여성 CEO가 늘고 있는 만큼 대학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표]전국 주요 대학 남성·여성 총장 현황(대학명 가나다 순)

대학 현 총장(성별) 남성(명) 여성(명)
강원대 제10대 신승호 총장(남) 9 0
광주여대 제8대 이선재 총장(여) 6 1
건국대 제19대 송희영 총장(남) 15 0
경북대 제17대 함인석 총장(남) 14 0
경희대 제14대 조인원 총장(남) 9 0
계명대 제10대 신일희 총장(남) 4 0
고려대 제18대 김병철 총장(남) 15 0
덕성여대  제9대 홍승용 총장(남) 6 2
대구대 총장공석 7 0
동국대 제17대 김희옥 총장(남) 16 0
동덕여대  제7대 김영래 총장(남) 5 0
서강대 제14대 유기풍 총장(남) 11 0
서울과학기술대 제10대 남궁근 총장(남) 10 0
서울대 제24대 오연천 총장(남) 23 0
서울시립대 제7대 이건 총장(남) 6 0
서울여대 제7대 전혜정 총장(여) 0 5
성균관대 제19대 김준영 총장(남) 19 0
성신여대  제9대 심화진 총장(여) 6 2
숙명여대 제18대 황선혜 총장(여) 8 6
숭실대 제13대 한헌수 총장(남) 12 0
아주대 제13대 안재환 총장(남) 10 0
연세대 제16대 정갑영 총장(남) 12
 
0
영남대 제14대 노석균 총장(남) 13 0
원광대 제11대 정세현 총장(남) 6 0
이화여대 제14대 김선욱 총장(여) 0 14
인하대 제13대 박춘배 총장(남) 10 0
전북대 제16대 서거석 총장(남) 13 0
전남대 제19대 지병문 총장(남) 15 0
중앙대 제14대 이용구 총장(남) 12 1
조선대 제15대 서재홍 총장(남) 12 0
충북대 제9대 김승택 총장(남) 9 0
충남대 제17대 정상철 총장(남) 15 0
한국외대 제9대 박철 총장(남) 7 0
한림대 제8대 노건일 총장(남) 8 0
한양대 제13대 임덕호 총장(남) 7 0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