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주 (본지 논설위원·서울여대 정보보호학과 교수/ACE사업단장)

대학은 유통조직이다. 기성세대가 보유하고 있는 지식을 다음세대에게 전달한다. 이를 위해서 대학은 교육한다. 대학은 생산조직이다. 지금까지 없었던 지식을 새롭게 만들어 낸다. 이를 위해서 대학은 연구한다. 그래서 교육과 연구는 대학의 핵심기능이며, 교육과 연구는 대학 교수의 핵심책무이다. 이 둘은 수레의 두 바퀴와 같다. 이 둘이 같은 크기와 모양일 때에만 수레는 잘 굴러간다. 그러나 우리 대학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연구라는 커다란 바퀴에 비하여 교육이라는 바퀴는 초라하다. 교수의 임용과 승진에 있어서도, 주요 일간지의 대학평가 기준에 있어서도, 정부의 대학재정지원사업에 있어서도 연구는 커다란 바퀴로 독식하듯 자라왔다.

대학 운영에 있어서 주된 수입원은 등록금이다. 시급 5천원을 받으면서 어렵게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들이 좋은 교육을 기대하면서 지불한 등록금이다. 그래서 대학은 연구실 안에 묻혀있는 교수님들을 대학생들에게 돌려줄 의무가 있으며, 교육과 연구 사이에서 균형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2010년부터 시작되어 현재도 진행하고 있는 “학부교육선진화 선도대학지원사업”(ACE사업)은 이러한 배경과 동기에서 출발한 정말 주목할만한 정부의 교육지원사업이다. 25개의 ACE사업 참여대학 뿐 아니라 이를 준비하다가 선정되지 못한 대학들마저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몇 안 되는 정부지원사업 중 하나이다.

ACE사업은 지금까지 사문화되어온 각 대학의 건학이념을 되살리는 계기를 만들었다. 대학마다 추구하는 인재상과 교육목표가 다르다. 이를 구현하기 위한 고유의 학부교육모델을 ACE사업 참여대학은 꼭 제시해야 한다. 제시한 모델을 근거로 교양과정은 물론 전공과정, 비교과과정도 전면 개편된다. 이를 뒷받침해주는 교수학습 기능, 학생지도 기능도 강화된다. 입학제도 개선은 물론 교육의 성과를 모니터링하는 선순환적 평가시스템도 필요해진다. 이처럼 ACE 사업이 진행됨에 따라 대학의 잊혀진 교육 책무가 되살아나며 “잘 가르치는 대학”으로서 체질이 바뀌고, 대학 고유의 색깔이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대학별 특성화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ACE사업은 정부가 대학의 자율성과 책무성을 가장 확실하게 부여한 획기적인 지원사업이다. ACE 대학을 선정할 때도 대학이 스스로 제시하는 학부교육모델 전반에 대한 정성평가와 방문평가에 비중을 실었다. 사업 성과평가 역시 대학이 제시한 핵심지표와 자율지표를 기준으로 시행했다. 정부가 대학별 여건과 자발적 계획을 전폭적으로 믿고 상당히 긴 기간을 지원한 사업으로는 ACE 사업이 처음인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 ACE 사업을 바라보는 시각이 우호적인 것만은 아니다. 대표적인 연구지원사업인 BK21의 경우, 국제논문지 게재율 상승이라는 단일지표 개선을 통해 정부지원효과가 단기간에 검증된다. 반면에 교육지원사업인 ACE 사업은 참여대학마다 지표가 다양하고 대학교육의 체질을 개선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어서 효과가 서서히 나타난다. 그렇기에 정부가 바뀌거나 사업담당관이 바뀔 때마다 단기성과를 추구해야하는 현실과 장기적 안목에서의 이상 사이에서 갈등이 배어나기 쉽다.

2010년 가장 먼저 시작한 11개 ACE 대학이 다음 달로 4년간의 ACE 1주기 사업을 마친다. 정부는 ACE 2주기 사업을 계속하겠다며 예산도 확보해놓았다. 그러나 현 정부가 대학구조조정이라는 새로운 큰 과제를 대학특성화지원사업을 통해서 풀어가는데 열정을 쏟으면서 ACE 사업의 중요성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어떻게 보면 ACE 사업은 현 정부 입장에서는 서자(庶子)이고 대학특성화지원사업은 적자(嫡子)인 셈이니까 일견 그럴 수도 있다.

대표적인 연구지원사업인 BK21사업은 여러 정부에 걸쳐 15년간 지속적으로 적자(嫡子)로서 자리잡아왔다. 이제 4년의 역사를 가진 교육지원사업인 ACE사업이 수레의 다른 바퀴로서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정부의 정책적 배려가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는 ACE 사업의 원래 취지와 목표가 2주기 시작과정에서 변질되지 않도록 초심과 일관성을 유지해주어야 한다. 아울러 ACE 사업이 자칫 대학별 나눠먹기식 재정지원사업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 한다. 우리나라 대학교육을 선진화할 수 있는 대표적인 학부교육모델 대학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다양하게 드러날 수 있도록 연속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ACE 사업을 빛바랜 서자(庶子)에서 빛나는 적자(嫡子)로 만드는 것은 현 정부만이 해낼 수 있는 몫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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