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문을 닫는 사립대 법인이 부채 등을 갚고 남은 재산을 공익법인 등 공익적 성격의 다른 시설에 출연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설립자의 생계가 어려울 경우 생계비 일부를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경영이 어려운 사립대의 자발적 폐교를 촉진할 길이 열리는 셈이다.

이 같은 교육부 방침은 일단 환영할 만하다. 현행 사립학교법은 학교법인이 해산하면 남은 재산을 다른 학교법인에 넘기거나 국고로 귀속시키도록 하고 있다. 설립자는 설립 당시 출연한 자기 재산을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하고 빈털터리로 물러나야하니 대학운영이 어렵더라도 폐교를 선택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다보니 부실한 교육운영으로 학생들의 학습권도 교수의 교육권도 어느 하나 보장할 수 없는 사태까지 간 대학들이 속출하고 있다.

대학설립준칙주의가 1995년 도입된 이후 지난해 폐지되기까지 대학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이 제도는 일정 기준만 충족하면 대학설립을 허용하는 것으로 1996년 시행 이래 무려 90개에 달하는 대학이 신설됐다는 통계도 있다. 물론 대학설립준칙주의 도입 당시에는 입학 자원이 넉넉했고 대학들도 경영상 큰 어려움이 없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규모로 대학 입학정원이 유지될 경우 불과 10년 뒤에는 고교 졸업자 수 대비 대학 모집정원이 16만명을 초과하게 된다. 굳이 10년 후를 내다보지 않더라도 이미 현재도 학생을 충원하지 못하는 대학이 부지기수다. 학생 충원의 어려움은 경영 부실, 교육 부실로 이어져 결국 애꿎은 학생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

때문에 정부는 강제적으로 대학구조개혁을 추진 중이나 각종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고 퇴로가 없으니 2000년 이후 스스로 문을 닫은 대학은 광주예술대(2000년), 건동대(2012년), 경북외대(2013년)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 교육부 계획대로 퇴로가 마련된다면 더는 연명이 어려운 사립대들이 잇따라 자발적으로 정리되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유념해야 할 점은 이 같은 퇴로가 대학을 사유물로 인식해 경영상의 비리를 일삼았던 사학에게까지 보장되면 안 된다는 것이다. 18대 국회에 이어 19대 국회에서도 설립자에게 잔여재산의 일부나 30%를 주는 법안이 발의됐으나 자동 폐기된 데에도 비리·부실 경영의 책임을 가진 설립자에게는 잔여재산권을 인정해줘서는 안 된다는 반대 여론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에 대학 퇴로에 관한 내용이 담길 ‘대학구조개혁 및 평가에 관한 법률(가칭)’에는 단서가 붙어야 한다. 투명하게 운영하고 갖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더 이상 경영이 어려운 대학에 한해서만 잔여재산권을 인정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 판단은 대학사회 스스로가 하게 해야한다. 대학사회를 하나의 큰 시장으로 본다면 소비자(학생, 학부모)나 동업자(타 대학)가 악덕 대학운영자를 가려낸다. 제멋대로 혹은 방만하게 운영해서 교수·직원·학생 등 구성원들을 피해자로 만든 비리재단이 이 법률을 악용하는 불행한 사태가 벌어져서는 안 된다.

아울러 정부는 퇴로와 예외 조건 등 자율적인 대학구조개혁을 유도할 시스템 구축에만 집중하고 더 이상 대학구조개혁에 개입하려는 시도는 멈춰야 한다. 정부가 대학구조개혁이라는 명목 하에 억지스럽게 대학들을 고통으로 몰고 가지 않아도 제대로 된 시스템만 마련해준다면 대학구조개혁은 시장이 자연스럽게 풀어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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