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연(본지 논설위원/대구사이버대 행동치료학과 교수)

얼마 전, 학과조교를 채용하기 위해 지원한 지원자의 이력을 보며 깜짝 놀란 적이 있다. 학부졸업 이상의 학력, 유효한 자격증이 몇 개나 되고 토익점수는 850점 이상에 해외봉사활동을 다녀온 사람도 있었다. 화려한 경력으로도 아직 취업이 되지 않은 이유가 대체 무엇인지, 어쩌면 우리나라는 학력의 과소비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이 인재양성이 주목적이 아닌, 학생을 대상으로 대학사업을 하고 있지는 않은가 반성할 필요가 있다. 이 때문에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한 직장에서 제대로 일 처리를 하지 못해 직장을 그만두는 젊은이들이 생긴다. 기업에서는 대학교육 졸업장만으로는 기업에서 요구하는 일 처리가 되지 않아 졸업장 이상의 것들을 요구한다. 이 같은 현상이 악순환 되는 게 현실이다. 만약 대학을 진학하는 이유가 좀 더 나은 직장을 갖기 위함이라면, 대학을 가지 않고도 좋은 직장을 가진다면 대학을 굳이 진학할 이유가 있을까?

시대별로 직업의 주(主) 계급을 색깔별로 살펴보면 18세기는 블루칼라(Blue colour)시대였다. 블루칼라는 생산현장에서 주로 입는 작업복 색깔을 의미하며, 이 시대에는 경제적 생산에 초점을 두는 시대였으므로 산업현장에서 일하여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계층의 사람들이 선호되는 시대였다.
20세기로 들어서면서 블루칼라보다는 화이트칼라(White colour)가 선호됐다. 화이트칼라는 기획을 하는 사람들이다. 작업복을 입고 직접 일을 하는 산업현장에서의 생산직 보다는 흰 와이셔츠에 넥타이를 매고 사무실에서 앉아 기획하는 사람들이다. 화이트칼라가 내는 아이디어로 블루칼라가 현장 생산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사는 21세기는 어떤 칼라인가? 바로 골드칼라(Gold colour)시대이다. 골드칼라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골드(Gold)는 황금을 의미하며 변하지 않는 특성이 있다. 결혼하는 사람들이 금반지를 서로 교환하며 변하지 않는 사랑을 약속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변하지 않는 특성은 자신만의 전문성, 즉 제대로 된 전문가를 의미한다. 스펙이 좋다고 일을 모두 잘하는 것도, 자격증이 많다고 일을 제대로 해내는 것도 아니다. 누가 뭐래도 나만의 비법으로 내가 그 분야에 다른 사람으로 대체할 수 없을 정도의 지식과 지혜를 가진 사람이 전문가다. 초등학교 담벼락에 풀빵 장사를 하더라도 나만의 비법으로 전국 어디에서도 따라올 수 없는 맛과 영양을 갖고 있다면 그 풀빵을 사 먹기 위해 전국에서 몰려와 줄을 지어 기다릴 것이다. 식품회사에서는 그 풀빵 재료를 연구하기 위해 애쓸 것이며, 대학에서는 그 사람을 모셔가 특강을 들을 것이다.

이처럼 골드칼라 시대는 자신이 하고자 하는 분야를 계속 탐구하고 각자 고유의 탈랜트(Talent)를 잘 개발할 수 있도록 시도하고 지속해서 연구하는 인재 즉 전문가가 필요하다. 결국, 대학교육이 이 인재들을 양성할 수 있도록 역할을 해내야 할 것이며, 전문가 양성은 곧 차별화된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일을 하는 인재양성과 부합되고, 부강한 나라를 만들게 되는 길이 된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이 인재 채용을 하는 기준을 학교서열이나, 스펙, 자격증과 같은 기준에서 벗어나 사람마다 갖는 장점과 특성을 고려한 존재 자체의 가치를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대학 역시 자격증 취득양상이나 스펙 쌓기에 초점을 둔 기능인을 기르기보다, 미래를 이끌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진리 탐구하는 상아탑 본래의 기능으로 돌아갔을 때 존속할 것이다. 교육은 백년지대계(白年之大計)라 하는 말처럼 지금 시작할 수 있는 자만이 미래에 앞서게 될 것임을 기억해야 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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