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정원감축 점수 10점…중하위권 선택의 여지 없어

상경계열·공학계열 등 인기학과도 안전치 않아

[한국대학신문 이연희 기자]지난 5일 교육부가 발표한 ‘지방대학 특성화사업(CK-Ⅰ; university for Creative Korea) 시행계획’을 두고 대학가에서는 올해 학사구조조정을 통한 대대적인 정원감축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예측이 이어지고 있다.

정원을 더 많이 감축할수록 가산점이 높아져 사업 선정에 유리해지는데다, 특성화 전략을 위해서는 특정계열에 재원과 인력을 몰아줘야 두드러지는 만큼 ‘학사구조조정을 통한 정원감축’이 올해 대학구조개혁 양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성화사업 시행계획을 보면 △대학 자율 △국가 지원 △지역 전략 등 3개 유형으로 분류됐다. 기본적으로는 대학들이 자율적으로 특성화 학문분야를 선택해 지원하도록 하되, 국가지원 유형에서는 학문간 균형 발전과 고등교육 국제화 등을 위해 다소 취약한 인문·사회·자연·예체능계열과 국제화 분야를 별도 지원한다. 지역균형발전을 꾀하기 위한 지역 전략 유형은 지역 연고산업과 연계된 특성화 분야를 지원한다.

각 대학 특성화사업단은 학과(부)와 전공단위, 전공계열을 기본으로 꾸려진다. 유형별로 자유롭게 지원할 수 있지만 1개 사업단이 3개 유형에 중복해 신청할 수는 없다. 이 때문에 각 학과는 사업에 선정되기 위해 평가가 이뤄지는 4월 말, 최종 선정되는 5월 말까지도 학과간, 대학간 경쟁을 벌이게 된다.

이렇게 치열한 경쟁을 뚫고 특성화사업에 선정된 학문단위는 사실상 학사구조조정 칼날로부터 안전해진다. 뿐만 아니라 정부 주도 대학구조개혁에서도 대학의 보호를 받아 정원을 최소한만 감축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특성화사업은 정원감축 가산점 외에도 세부 지표로 학사구조개편 실적과 그 정합성에 관한 배점을 두고 있다. 대학자율 유형의 ‘기본여건 및 향후계획 평가지표(안)’을 보면 최근 3년 동안의 학부교육 특성화를 위한 학사구조 개편 및 구조개혁 등 실적으로 3점, 학과통폐합 등 대학 전체 구조개혁의 정합성에 2점을 배점한다. 

또한 2015~2017학년도 정원감축 계획으로 10% 이상 감축시 최대 5점의 가산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특성화 분야 밖의 학문단위를 대대적으로 구조조정 할 경우 10점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하수권 전국대학교교무처장협의회장은 “특성화사업에 선정되기 위해 대학들은 학사구조조정 청정지역인 내성(內城)을 쌓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금까지 학사구조조정 양상을 보면 일반적으로 인기가 낮고 취업률이 떨어지는 인문·예체능·기초과학 계열이 통폐합되기 십상이었지만, 이제는 정원이 많은 인기학과도 결코 안전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지적이다.

박순진 전국대학교기획처장협의회장 역시 “사회적으로 인기 있는 학문분야는 비슷하기 때문에, 막상 특성화 사업 뚜껑을 열어보면 인기학과와 특성화학과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을 것”이라며 “중하위권 대학들은 특성화사업에 안정적으로 선정되기 위해, 동시에 대규모 정원감축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철저하게 지표와 틈새 등을 계산해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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