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대학구조개혁위원장이 선임되고 새로운 대학구조개혁방안이 나왔다. 전임 위원장이 공직출마로 사퇴함에 따라 비어있던 자리가 새 구조개혁방안이 나오기 하루 전에야 겨우 채워졌다.

올해 구조개혁은 기존안을 따른다. 올 하반기부터 새 구조개혁방안에 따른 대학평가가 실시된다. 새 구조개혁방안에 대해 앞에서 직접 지휘하고 나서야 하는 위원장이 방안이 확정된 이후에야 선임된 건 안타까운 일이다. 물론 새 방안이 발표된 건 선임 발표 하루가 지난 후였다. 미리 듣고 미리 점검하고 미리 설득하는 작업들은 방안이 확정되기 전에 대학구조개혁위원장이 해야할 일들이었다.

대학구조개혁은 대학의 경쟁력을 높여 본질을 찾자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양적 팽창을 정책적으로 유도한 교육정부의 실정이 원인이었지만 질적 개선을 등한시한 것은 대학을 운영하는 주체에 책임이 있다는 것은 맞는 말이다. 비리와 부실 경영으로 막대한 세금을 축내고 구성원들을 희생시킨 일부 대학들에게는 철퇴가 내려져야 함이 마땅하다. 텅빈 강의실과 텅빈 캠퍼스를 굳이 세금을 쏟아부으며 끌고 갈 필요는 없다.

그러나 올해 특성화사업을 브리핑하는 자리에서 굳이 교육부차관이 “지방대 특성화사업의 목표는 대학구조개혁이 아니다”고 강조할 정도로 대학가는 오해가 깊다. 사업을 신청해야하는 대학들로서는 오해를 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들어놓은 틀에 갇혔다. 대학구조개혁 없이 특성화도 없다는 게 결국 교육부의 입장이다. 무엇이 다르다는 것인가.

대학은 특성화 사업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고 그러려면 정원감축으로 가산점을 받아야만 한다. 그러다보면 결국 취업률이 낮고 학생지원도 적은 비인기학과, 기초학문분야에 제일 먼저 칼을 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서남수 교육부장관은 지난 5일 대학교육협의회 정기총회에 참석해 "취업에 취약한 분야의 학과들이 타격을 입는 쪽으로 구조개혁이 이뤄지면 대학이 사는 길이 아니라 반대의 길로 가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13일 교육부가 올해 ‘창조적 인재를 기르는 질 높은 대학 구현’을 하겠노라고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창조적 인재는 과연 어떤 환경에시 키워질 수 있는 것인가.

비리로 부실하게 운영돼 학생들도 교수들도 직원들도 희생을 강요당한 대학이 퇴출되는 것도, 재정 등의 문제로 경영이 어려운 대학에 퇴로를 만들어주겠다는 것도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렇게 통로를 만들어주고 시스템을 만들어주는 게 정부가 할 일이다. 시간은 더 걸릴 지도 모른다. 하지만 후유증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시간이 걸리는 편을 택하는 게 낫다. 무엇을 평가해서 잘라내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무엇으로 평가했느냐에 따라 상황은 너무도 달라진다. 곪아터져 목숨을 위협하는 손가락을 잘라내야지 신경이 살아있고 치료하면 나을 손가락을 잘라내면 안되지 않은가.

시장에 맡겨만 두고 손을 놓으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새 수장이 들어선 대학구조개혁위원회는 모두가 예외없다고 압박만할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 각계각층이 함께 모여 개별 대학의 역할을 분담하고 이를 기반으로 자발적인 구조조정안을 내놓아 상호 협의하며 이를 실행할 수 있는 시스템과 틀을 구축해가는 방안을 고민해주길 바란다. 그리고 그들이 감내하고 치러내야 하는 격한 구조조정의 현실을 어루만져 주고 격려하고 다독이며 지원해줘야 한다. 그래야 대학들도 울며 겨자먹기로 겨우겨우 따라가는 게 아니라 그야말로 제 살과 뼈를 깎는 절박한 심정으로 구조조정에 임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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