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기(광주교대 전 총장)

또 터진 대학 신입생 환영회 관련 대형 참사로 스러져간 대학 새내기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한 편으로는 가족들을 위로하고, 다른 한 편으로는 과거와 이번의 사태를 토대로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시스템을 재정비하고 관계자의 의식과 관련 문화를 바꾸어가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의 판박이 대응 모습을 보면 이 참사에도 불구하고 유사한 사태가 앞으로도 크게 줄지 않을 것 같다는 불안감과 좌절감이 동시에 스친다.

늘 그러했듯이 이번에도 대학 당국과 학생회는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죄하였고, 대통령과 총리의 독려 하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구성하였으며, 리조트를 운영하는 코오롱그룹은 유가족 앞에 머리를 숙이고, 경찰은 수사에 나섰다. 그러나 그뿐 내년에도 대학본부와 학생회는 줄다리기를하다가 결국 학생회 주관의 신입생 환영 행사 문화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학생회 주관의 신입생 환영 행사에서의 음주나 가혹행위로 인한 인명 사고가 끊이지 않았는데도 왜 그러한 비정상적인 신입생 환영 문화가 이어지는 것일까? 하나는 법적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지 않은 채 사죄와 보상합의 형식으로 사태를 마무리 지음으로써 관련 집단이 구체적인 것을 배우지 못한 결과이다.

만일 대학의 주장대로 대학의 적극적인 반대와 만류에도 불구하고 학생회가 행사를 강행했다면 그 경우 학생회 관계자와 대학의 법적 책임 범위는 어느 정도일까? 이번 사태의 경우 천재(天災)와 인재(人災)의 부분은 각각 어느 정도일까? 우리 정서와는 맞지 않지만 만일 미국의 경우처럼 학부모들이 나서서 천문학적 액수의 배상청구 소송을 한다면 대학과 학생회, 업체, 그리고 감독기관의 책임 소재와 책임범위뿐만 아니라 책임을 면하거나 줄이기 위해서 취해야 할 조치 또한 더욱 명확해질 것이다. 그 결과로 추후 다른 유사 사태 재발이 많이 줄어들 수도 있다.

판결이 나면 대학이 반대하는 행사를 학생회 주관으로 강행할 경우 해당 대학은 법적 책임을 면하기 위해 판결을 참고하여 학부모와 학생에게 다양한 경로로 행사의 성격과 안전사고 책임 범위를 안내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반드시 취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학생회에 밀려 승인할 경우에는 대학이 법적으로 취해야 할 범위에서의 안전조치를 최대한 마련하게 될 것이다. 학생회 또한 과거의 판례를 바탕으로 대학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행할 경우 어떠한 법적 책임을 져야 하며, 어떤 안전조치를 마련해야 법적 책임이 줄어드는지에 대해 알게 되기 때문에 합리적으로 행사를 추진하게 될 것이다. 인재로 밝혀져 엄청난 배상금을 물어야 할 경우 추후 다른 업체와 관계기관도 자신들이 취해야 할 안전 조치에 대해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다.

  대학과 학생회가 도덕적 책임은 통감하지만, 실질적으로는 특정인이 민형사상의 법적 책임을 질 필요가 없는 지금과 같은 사태 마무리 절차 속에서는 더 많은 희생을 치러야만 신입생 환영 행사 문화가 바뀌게 될 것 같은 불안감을 떨치기가 어렵다. 미국의 경우처럼 안전사고에 대한 두려움이 너무 커서 작은 위험 앞에서도 행사를 취소하거나 추진을 망설이는 것도 문제이지만 우리처럼 안전을 별로 고려하지 않는 최상의 시나리오에 근거하여 행사를 추진하는 것도 문제이다. 우리 교육기관의 경우 앞으로 한동안은 각종 행사계획을 수립할 때 안전사고에 대해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쪽으로 나아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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