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식 연세대 총장의 청와대 비서실장 임명을 두고 연세대 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대학 총장의 청와대 비서실장 기용이 그간 보기 드문 사례였다는 점에서 대학 내에서는 초미의 관심사이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정치판에 휘둘려 좋은 꼴 보기 힘들지 않겠느냐는 판단이 지배적이다. 김 총장이 비서실장에 내정됐다는 보도 이후, 연세대에는 이를 비난하는 전화도 여러 통 걸려왔다. 개중에는 반 노무현 인사들도 여럿. “무조건 안된다”는 내용에서부터 “‘연대 총장’의 이름표를 달고 아무리 대통령이라지만 ‘비서실장’이 말이 되느냐”는 항의였다.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김 총장의 지근에서도 얼마 전까지 청와대행을 극구 만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총장이 비서실장직을 고사한 데에는 이같은 주위의 여론이 상당부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 때문인지 김 총장은 연세대 출입기자들과 간단한 미팅을 갖자는 홍보 관계자의 제의도 거절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총장은 내일 구성원들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연세대를 떠나는 소회를 밝힐 계획이다. ◆김우식 총장 어떤 스타일◆ 연세대가 보는 김우식 총장은 어떤 인물일까? 연세대 한 관계자는 김 총장은 관리자로서 통합·조정 역할을 적절히 해냈다고 평가했다. 각종 업무처리에서 그가 보인 ‘인화’력은 역대 총장에 비해 손꼽을만 했다는 것. 이 관계자에 따르면 김 총장은 취임 당시, 선거 경쟁자였던 모 교수를 행정대외부총장에 기용해 파트너십을 발휘했다. 뿐만 아니라 첨예한 대립 속에 놓였던 연신원 철거 및 신학센터 건립 문제를 공사기간을 늦춰가면서까지 설득해 냈고 ‘굿모닝시티’ 계약자들과의 갈등 때에도 관계자들과 끊임없이 대화할 것을 주문했다. 연세대 법인 관계자는 같은 맥락에서 김 총장을 “인내심이 강하고, 업무추진력도 좋은 인물”이라고 평했다. 그 역시 연신원 수습 건을 예로 들면서 “강하게 추진하자는 주위의 압력도 많았지만 오랜 기간을 참고 지켜봤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총장의 업무스타일이 행정 편의주의적이고 독단적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들은 일부에서 ‘인화’를 중시하는 김 총장의 스타일을 설명하던 근거가 됐던 연신원 사태 등 일련의 학내 사태를 다른 각도에서 평가하고 있다. 각종 학내 반목사태 발생시 김 총장은 조정에 한계를 보였다는 것. 경영대 한 교수는 “최근 몇 년 동안 불거진 학내 문제의 주요 원인은 총장을 비롯한 보직자들의 독단적인 스타일에 기인한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총학생회 소속 한 학생은 “기대할 것 없다”는 입장이다. 이 학생은 “학내 갈등 조정능력 뿐 아니라 교육철학도 크게 의심스럽다”며 “기여입학제를 주장한 이력을 갖고 있는데 대통령의 최측근이 되서 교육 문제에 김 총장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연세대 노동조합 관계자는 “단체협상 등 과정에서 김 총장은 주로 대화를 통해 일을 해결하는 스타일이었다”면서도 “교수로서 보직만 맡다가 정계에 진출하는 것은 다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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