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교육부 종합감사 종료 … 꼬인 실타래 풀릴까

▲ 지난해 3월 출범한 수원대 교수협의회는 등록금 반환 운동을 벌인 학생들과 함께 수원대 사태의 최전선에 섰다. 지난 1년간 교협 소속 교수들은 파면과 복직을 오가며 대학당국과 치열한 '전쟁'을 벌였다. 지난 2월 18일 수원대 정문 앞에서 교육부에 철저한 감사를 촉구하며 1인 시위를 벌인 장경욱 수원대 교수.

교협, 학교와 줄곧 부딪혀 "대학 사유화" 의혹 제기해
학생들 "학교 풍비박산날까" 우려감 팽배· 불안감 가중

[한국대학신문 이재 기자] 버스는 불안하게 덜컹거렸다. 차창 밖으로 수원대가 보였다. 정문에는 대학기관인증평가 획득을 자축하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개학을 앞둔 캠퍼스에 오가는 학생은 적었다. 정문의 왼편에 수원대학교라는 교명이 대리석에 새겨져 있다.

“지난해 8월 정문 공사를 하면서 수원대학교라는 명판이 축소됐다. 기자들이 많이 오니까 사진 찍기 어렵게 하려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

수원대 교수협의회(교협)의 주장이다. 수원대 측은 억측이라고 맞받았다. 이 대학 업무과 남경호 씨는 “교명을 축소한 것이 아니라 대리석에 새겨넣은 것이다. 오해다”라고 말했다. 정문에 대한 엇갈린 논쟁은 수원대의 불안한 상황을 방증했다. 지난해 2월부터 시작된 이른바 ‘수원대 사태’는 풀릴 기미 없이 1년을 넘기고 있다. 어느덧 캠퍼스에는 불신과 오해가 가득 찼다. 이날은 2월 18일, 7일부터 시작된 교육부 감사가 열하루를 넘기며 거의 막바지로 접어들고 있었다.

■교육부 감사 지적사항만 8건 … “제도와 규정이 없는 학교”= 이 대학은 이미 지난 2012년 실시된 교육부 감사에서 총 8건을 지적받았다. 이중 7건이 돈 문제다. 법인이 내야 할 돈을 교비로 낸 것을 포함해 보수규정에 근거하지 않은 상여금을 지급한 것, 수업료 외 실습비를 징수한 것 등이다.

감사원 감사를 통해 드러난 종합편성채널 무단투자건도 있다. 신한은행으로부터 받은 기부금 50억 원을 TV조선에 투자한 것이다. 대학발전기금은 교비회계 수입이어야 하지만 재단회계로 들여왔다.

이같은 교육부와 감사원 감사 지적사항외에도 교협은 더 많은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총장 개인이 교비회계나 법인회계를 가리지 않고 쌈짓돈으로 여기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배재흠 교협대표는 “일일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의혹들이 있다. 총장이 대학을 사유화하고 규정이나 제도 없이 마음대로 운영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고 말했다.

교협은 지난해 3월 출범과 동시에 학교와 맞서기 시작했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총장과 대학본부가 임금보수규정 없이 입맛에 맞는 교원들의 임금만 인상했다는 것이다. 또 이사가 출석하지 않은 상황에서 출석한 것처럼 회의록이 조작됐고, 이를 바탕으로 이사선임 등이 이뤄졌다는 주장이다.

'무제도 운영'은 더 있다. 대학의 법인사무처 인건비는 법인회계에 포함되는데 대학직원을 법인사무처로 배정해 업무에 투입돼기도 했다는 것이 교협의 주장이다.

교협은 이같은 내용을 학내외에 고발하며 대학당국과 모질게 부딪히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회유와 협박이 있었다는 것이 교협 측의 주장이다. 몇차례의 파면과 직위해제, 교원소청심사위원회를 통한 복귀를 거듭하며 1년이 지났다. 현재 8명의 교수가 파면됐고, 이중 1명의 교수는 복직이 결정됐으나 4명은 연구실마저 폐쇄된 상태다.

■ "학교가 어떻게 될까" 불안한 학생들, 의견도 갈려= 이들을 바라보는 학생들의 시각은 어떨까.

1년간 학교를 뒤흔들었지만 아직 상황판단은 이르다는 학생들이 많았다. 수원대 학생회관에서 만난 A모(전기공학 2)씨는 "교협의 주장이나 연극영화과 학생들의 요구는 타당하다. 수준이 너무 열약한 부분이 많았다"고 공감했다. 그러나 "아직 교육부 감사가 남았다. 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다른 학생들의 반응도 비슷했다. 문제를 최초 제기한 연극영화과 학생들은 학교와의 싸움에 적극적이지만 다른 학생들은 '관망'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지상파 방송에 고발되고 일간지와 지역언론 등을 통해 보도됐지만 학생들은 판단을 미루고 있었다. 왜일까.

수원대 도서관에서 만난 B모(경영학 4)씨는 "학교가 잘못하고 있고, 교협의 주장이 옳다는 데 공감하는 학생들은 많다. 그러나 학교가 풍비박산날까 하는 우려에 교협을 적극적으로 지지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학과 일이 아니라는 안도감도 있는 것 같다"며 속내를 털어놨다.

반면 지난해 등록금 반환 시위를 벌이는 등 초기 수원대 사태를 주도했던 학생들은 다른 반응이다. 수원대 정문에서 만난 연극영화과와 인문대학 학생회 간부들은 △대학당국의 비리 인정 △교협 소속 교수 제제 철회가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샘 인문대학 부학생회장은 "교육부 종합감사에서 정확한 사실들을 가감없이 판단해주기 바란다. 학교의 정상화가 달린 일이다"며 조바심을 내기도 했다.

■ 교육부 종합감사, 수원대 사태 풀 수 있을까 = 결국 학내의 모든 불안한 시선은 교육부 종합감사로 쏠린다. 교육부 종합감사는 지난 2월 7일부터 21일까지 진행됐다. 이 기간 동안 교협 소속 교수들은 수원대 정문 앞에서 교육부 종합감사를 충실히 해달라며 첫날부터 1인시위를 벌였다.

장경욱 교수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안민석 의원 등이 질의했지만 대학은 시정하겠다는 약속 하나로 넘어갔다. 그 이후 수원대에서 이 일들이 어떻게 처리됐는지 교육부가 보고는 있었나. 수수방관하지 말고 제대로된 감사를 벌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부 감사가 꼬인 수원대 사태를 풀 수 있을까. 여전히 학내 시선은 불안하다. 특히 이번 교육부 감사에 지난 2012년 포함됐던 감사관들이 재차 파견됐다는 것도 우려를 낳고 있다. 배 교수는 "지난 2012년 감사처럼 이번 교육부 종합감사가 '꼬리자르기'로 전락해서는 안된다. 강력한 대학정상화 의지를 교육부가 보여야 할 때"라고 촉구했다.

수원대 직원들은 이날 오후 5시를 넘기자 교문에서 교육부 감사차량이 벗어나길 기다렸다. 무선으로 상황을 확인하느라 분주했다. 5시 40여분을 넘겨 검은 차량 한 대가 나가는 것이 확인됐다. 직원들은 "나갔다"며 안도감을 표했다. 그리고는 교문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는 장 교수를 굳은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의 눈빛은 불안해 보였다. 

"수원대는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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