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생 각각 44명·34명 불과 ‥ 일각서는 글로벌캠퍼스 '난항' 의혹

[한국대학신문 이현진 기자] 한국뉴욕주립대와 한국조지메이슨대가 최근 입학식을 열고 2014학년도 봄 학기 신입생을 맞은 가운데 올해 신입생이 각각 44명과 34명에 그치며 막대한 국가 재정을 투입한 송도글로벌캠퍼스사업이 난항을 겪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재점화되고 있다. 그러나 해당 대학들은 미국 본교의 입학사정원칙에 따라 학생들을 선발하기 때문에 배정된 입학정원만큼 상대평가로 학생들을 평가해 점수에 따라 순서대로 신입생을 합격시키는 국내 대학의 학생 모집 개념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4일 한국뉴욕주립대와 한국조지메이슨대에 따르면 두 대학은 지난 3일 각각 44명, 34명의 학생들이 2014학년도 봄 학기 신입생으로 입학했다. 두 대학이 교육부로부터 배정받은 올해 입학 정원은 각각 100명과 160명.

일 년에 한 번 신입생을 뽑는 국내 대학과는 다르게 미국 대학은 한 해 봄 학기와 가을학기를 나눠 학생들을 선발하고 있다. 정원을 반으로 나눈다면 두 대학이 봄 학기에 각각 50명과 80명꼴로 학생을 선발해야 한다. 한국뉴욕주립대는 6명을 덜 뽑았고 첫 신입생을 선발한 한국조지메이슨대는 절반도 뽑지 못했다. 두 대학이 ‘모집난’을 겪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 속속 발뺀 해외 대학들, 개교한 두 대학도 신입생 정원 다 못 뽑아 = 특히 지난 2012년 송도에 한국캠퍼스를 열고 2013학년도부터 학부 과정을 운영한 한국뉴욕주립대는 당시 학부 신입생 정원 100명 중 봄학기 28명, 가을학기 33명 모두 61명이 입학했다. 입시생들에게 외면당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과 함께 송도글로벌캠퍼스의 실효성 논란이 일었다. 송도글로벌캠퍼스는 매년 인천경제자유구역청으로부터 국가 재정을 지원받아 운영되기 때문에 국민 혈세를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들 대학은 경제자유구역 ‘외국교육기관 설립운영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지난 2008년부터 추진돼 송도글로벌대학캠퍼스 사업의 일환으로 설립됐다. 정부와 지자체는 외국 유학 대체효과 등을 기대하며 이들 대학의 설립기준을 국내 대학보다 완화하고, 법인세 면제, 예산 지원 등의 혜택을 제공했다.

당초 송도글로벌대학캠퍼스는 2012년까지 총 5개 이상의 대학을 구성해 입주한 대학들이 교양과정을 공동으로 개설, 하나의 ‘대학촌’을 조성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입주를 예정했던 일부 대학들이 속속 발을 빼면서 한국뉴욕주립대가 유일하게 개교해 운영됐다. 올 봄 학기부터는 한국조지메이슨대가 두번째로 문을 열었다. 가을학기에는 겐트대와 유타대도 개교를 앞두고 있다. 당초  계획대로 이들 대학들이 한꺼번에 개교, 운영돼  '세계 각국의 교육 시스템'이 하나로 모인 송도글로벌캠퍼스의 청사진은 현실화되지 못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치권에서도 “글로벌캠퍼스 조성 1단계 사업에 5000억 원대의 예산을 쏟아붓고도 학생은 수 십명에 불과하다”며 실효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 입시사정시스템·문화가 한국과 달라 '오해말라' = 한국뉴욕주립대와 한국조지메이슨대는 한국 대학의 입시 개념으로 외국대학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이들 대학 측은 미국 대학 현지에서 학생들을 직접 선발하기 때문에 한국 대학의 입시와는 전혀 다른 개념으로 입시사정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한다. 미국 현지의 본교와 같은 수준의 학생들을 뽑기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지원하더라도 기준에 맞지 않는 학생들을 굳이 받지 않는다는 의미다.

한국뉴욕주립대 관계자는 “미국 현지 대학에서 학생의 내신 성적과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한국캠퍼스의 학생들을 직접 선발하고 있다”며 “내신 1등급의 학생이 떨어지고 3등급 학생이 합격하는 경우도 있다. 학교 성적보다는 학생 개인의 적성과 잠재역량에 비중을 두고 있기 때문에 단순히 교과 성적이 좋은 학생보다는 한 분야에서 뛰어난 재능을 보이는 학생을 합격시키는 것이 우리 입학사정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조지메이슨대 관계자도 같은 논리로 '모집난'에 대한 의혹을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배정된 입학정원대로 성적 순위를 매겨 학생들을 선발하는 국내 대학들과는 다른 시스템”이라며 “미국 등 해외 대학들은 대학의 특성화나 교육 목표에 맞는 학생들을 뽑는다는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학생들을 상대 평가해 모집 인원만큼 채워 선발하는 한국 대학과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또 “길게는 10년간의 재정계획을 세워두고 대학을 운영하기 때문에 당장 올해의 등록금 수익을 위해 학생들을 무조건 정원에 맞춰 선발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우리 입학전문가들도 이같은 주장에 대해 공감하는 분위기다. 미국 현지 대학에서 선발을 진행하는 만큼 순전히 해당 대학의 자율의사에 맞춘 입학시스템을 적용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모집난'이라는 일방적 해석은 무리라는 것이다.

정은진 상명대 입학사정관은 “한국은 교육부가 정한 기준에 따라 대학들이 움직이는 반면 미국 대학은 천편일률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대학마다의 기준이 다르다”고 말했다. 정 사정관은 “입학 정원을 채워서 학생을 선발하는 대학도 있고 입학 정원을 채우지 않더라도 대학의 기준이나 교육목적에 부합되는 학생만을 뽑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만약 미국의 뉴욕주립대나 조지메이슨대가 본교에서는 입학 정원을 채워서 학생을 선발하더라도 한국 캠퍼스의 입학생 선발에서는 다른 기준을 둘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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