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호(범죄학 박사,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나라마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 새로운 구호와 국정 지표 등을 만들기 마련이다. 비단 정부뿐만 아니다. 정부를 맡겠다는 모든 정당도 정강정책이라는 이름으로 국정 지표나 정책적 지향성을 만들고 선거에서 공약으로 내세워 국민들의 투표로 평가를 받는다. 현 정부 또한 이런 점에서는 예외일 수 없는데, 한 가지 새로운 것이 있다면 과거 정부보다 시민의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한 구체적인 정책적 지향성과 기치를 목표로 내걸고 있다는 점이다. 다름이 아니라 복지와 안전이 그것이다.

사실 복지와 안전은 어쩌면 같은 것일 수도 있다. 물론 복지의 개념이 가장 광의의 목표이겠지만, 한편으로는 복지의 마지막은 안전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의 생사는 물론 질병과 재난, 사고 등 다양한 요인으로 좌우되지만, 인간의 생사를 희생시키는 또 다른 무서움이 바로 범죄이다. 수많은 사람이 범죄로 인하여 생명을 잃고 신체를 손상당하며 재산을 빼앗기거나 잃게 되는 등 피해와 희생을 감내하고 있다. 더구나 경제가 발전하고 물질적으로 더 풍요로워질수록, 즉 사람들이 가진 것이 더 많아지고, 수명이 길어질수록 많은 재산을 더 오래 더 잘 지키고, 그래서 좋은 세상을 더 오래 즐기고 싶어지기 마련이다. 이런 모든 행복과 욕구가 범죄로부터의 안전을 담보로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거의 모든 사람은 범죄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Fear of crime)라는 간접적인 피해와 희생(Indirect victimization)을 강요당하고 있다. 범죄의 두려움으로 인하여 시민들은 가고 싶은 곳을 가고 싶을 때 가지 못하고,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싶을 때 하지 못한 채 안전을 위해 자신을 새장 속에 가두고 살아가고 있다. 우리 인간의 삶이 이처럼 새장 속에 갇힌 새라면 그 삶의 질이 얼마나 불량한 것인지 너무나 분명하지 않은가. 그래서 우리는 이제 범죄와 범죄의 두려움이 우리들의 삶의 질(Quality of life)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라고 하는 것이다. 우리가 범죄와 범죄의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 아무런 복지도 욕구도 동기도 불필요한 것이 되고 말며, 범죄로부터 제대로 보호받고 그래서 범죄의 두려움이 없는 안전한 사회가 되어야만 우리의 삶의 질도 유지되고 향상될 수 있다.

이를 뒷받침하듯 정부에서도 이와 관련된 지표들을 한국의 사회통계라는 통계청의 통계자료에 포함하고 있다. 통계청에서 해마다 조사, 발표하는 통계자료에도 사회 안전에 대한 인식, 범죄피해 두려움, 그리고 야간보행 두려움 등을 국민의 삶의 질의 만족도를 측정하기 위한 중요한 지표로 사용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새 정부 들어서는 안전을 중요국정 지표로 표방하여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개칭하여 안전의 중요성을 더욱 강조하였고, 이에 부응하여 안전행정부에서는 범죄와 재난 등으로부터의 위험성과 안전성을 시간적, 공간적으로 보여주는 안전지도를 만들어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들이 바로 안전이 곧 삶의 질의 향상이고, 안전한 사회가 행복한 사회임을 대변하고 있으며, 결국 복지의 지향점이 삶의 질의 향상이라면 안전사회의 구현이야말로 최상의 복지임을 확인해주고 있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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