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상진(본지 논설위원/ 전북대 교수)

최근 법원의 국립대 기성회비 판결의 요지는 지금까지의 국립대학의 기성회비 부과는 법적 근거 없이 이루어진 위법한 것이었고, 금액의 차이는 있지만 일정한 금액을 돌려주라고 것이다. 또한, 이들 판결은 공통으로 국가에 대한 청구를 기각시킴으로써 기성회비 징수의 법적 책임은 국가가 아닌 국립대학임을 확인시키고 있다. 국립대 기성회비 반환 소송이 대법원까지 확정판결이 나면 국립대학은 반환 비용으로 약 13조 원을 마련해야 한다. 기성회비 외에는 아무런 재산을 가지고 있지 않은 각 국립대학의 기성회는 파산해야 하는 상황이다.

국립대 기성회비 판결과 관련 가장 중요한 과제는 기성회비 반환을 누가,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와 앞으로 기성회비 수입에 해당하는 예산을 어디에서 확보할 것이냐 하는 것이다. 정부와 여당의 입장은 국립대학재정회계법을 통과시켜 그동안 기성회비로 받아오던 비용을 수업료로만 전환하면 된다는 것이다. 또한 실무적인 조치로서 기성회회계 급여보조 경비 지급 금지와 더불어 각종 대학평가 지표에 기성회회계 건전성 지수 포함 등을 통해 국립대학에만 압박을 가하고 있어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국립대학 등록금 수입의 85%를 차지하고 있는 기성회비 문제는 반값등록금 문제와 연동되어 있어 국립대학재정회계법이 제정된다고 해서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법안에는 기성회회계 폐지에 따른 정부 재정책임 강화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또 이 법안은 기성회회계를 폐지하고 일반회계와 기성회회계를 통합한 교비 회계 설치라는 기능적인 접근에 머물러 있다. 정부는 교비 회계 제도 도입으로 국립대학이 예산 운영의 자율성을 확보한다고 주장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등록금(수업료+기성회비) 징수 주제를 개별 국립대에 전가함으로써 등록금 부담의 갈등을 개별 국립대에 떠넘기고 있다.

국립대 기성회비 반환 소송을 계기로 국립대에 대한 정부의 책임 범위를 재설정해야 한다. 지금까지 위법하게 부과·징수된 기성회비의 반환 비용을 포함하여 그동안 기성회비가 부담해온 국립대의 재정 부담을 국가가 책임을 지는 것이 합당하다. 이를 위해 먼저 유은혜 의원이 발의한 “기성회회계 처리에 관한 특별법안”을 조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 법안에는 종전의 기성회회계에서 지출하였던 교육연구 지원 및 교육환경 개선 등의 비용을 국립대학 세출예산으로 계상하도록 하여 국고로 지원하게 되어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당장 재정 여력이 없는 국립대학이 부담해야 할 반환 비용에 대해 정부가 단계적인 특별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

국립대 자체가 경쟁력을 강화해 사회적 신뢰를 얻어야 하는 것은 사회적 책무이다. 더불어 정부도 지금까지 회피해 왔던 대학투자에 현실적인 방안을 제시할 때이다. 국립대의 경쟁력, 구조개혁이라는 핑계로 정부는 더는 국립대의 위기를 조장하지 말고, 국립대를 살려 고등교육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계획을 설계할 때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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