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늘리고 선정대학 늘려 ‘교육’의 중요성 확산·정착시켜야

우리나라 대학교육 ‘양적인 성장’ -> ‘질적인 성장’  바뀔 때
“지속적 ACE사업,  세계적 학부교육명문대학 탄생시킬 것”

[한국대학신문 이우희 기자] 김영식 ACE대학협의회장(금오공대 총장)은 ACE사업을 ‘대학교육의 뿌리를 튼튼히 하는 일’에 비유했다. 대부분의 정부 재정지원 사업이 대학의 연구부문에만 치중된 현실에서 ACE사업은 학부교육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는 획기적인 사업이라는 것이다. 김 회장은 ACE사업이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고 정체돼 있는 우리나라 학부교육의 선진화를 앞당길 것이라고 확신했다. ACE사업이 지속적으로 추진된다면 세계적인 학부교육명문대학의 탄생도 가능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올해 ACE 신규 10개 대학 선정을 앞두고 대학들의 관심이 뜨거운 가운데 김 회장을 찾아 ACE사업의 현안과 전망에 대해 들어봤다.

- ACE대학협의회장 취임을 축하드린다.
“생각지도 못한 중책을 맡게 돼 심적으로 부담도 되지만 큰 영광으로 생각한다. ACE사업은 지난해 금오공대 총장이 되기 전부터 참 좋은 사업이라고 생각해왔다. 특히 올해는 신규대학을 선정하는 중요한 시기다. ACE사업이 좀 더 많은 대학에 확산되고 정착할 수 있도록 역할을 다하겠다.”

- 지난 2010년 도입 이후 ACE사업이 국내 대학교육에 미친 영향을 평가한다면.
“ACE사업의 가장 큰 성과는 대학가에 ‘교육’의 중요성을 일깨웠다는 점이다. 그전까지는 대부분의 재정지원 사업이 연구분야에 집중됐다. ACE사업의 시행으로 교직원과 학생, 교수 등 대학 구성원 모두가 학부교육의 질적 제고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대학들은 자연스럽게 ‘잘 가르치는 대학’을 만들기 위해 학내 제도와 지원 시스템을 개선했다. 나아가 대학별 교육목표와 여건에 적합한 다양한 교육모델을 구축하려고 노력했다.”

 

- ACE사업은 가시적인 지표 개선 효과가 적다는 비판도 있는데.
“ACE사업이 대학교육에 미친 영향은 가시적 성과로 쉽게 드러나진 않지만 보다 근본적이다. 국가 경제의 질적인 성장은 대학교육의 질적 경쟁력이 향상될 때 비로소 가능하다. 다시 말해 인재를 제대로 양성하는 것이 첫걸음이다. 내가 대학에서 교육받을 때만해도 교수가 강의하면 학생은 듣기만 하는 시대였다. 당시엔 가진 게 없었으니까 어떻게든 빨리 선진국을 따라가고자 모방하는 교육을 한 것이다. 그 시절엔 그게 맞았다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다. 우리나라 대학의 낡은 교육방식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제까지 양적인 성장(Fast follower)를 추구해왔던 대학교육이 우리 사회의 요구에 부응해 질적인 성장(First mover)를 지향하는 교육으로 바뀔 때다. ACE사업은 각 대학이 가진 독자적인 인재상을 중심으로 장기적인 대학교육의 질적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획기적인 사업이다. 가시적인 효과가 바로 나타나진 않지만 장기적으로 대학교육의 질적 성장을 이끄는 가장 효과적인 사업으로 본다.”

- 그렇게 보면 ACE대학 수가 적다는 생각이 드는데. BK21이나 특성화사업에 등에 비하면 선정대학 수나 예산 지원이 적은 편이다. 
“그렇다. 현재 25개 대학이 지원을 받았거나 참여하고 있는데 수적으로 조금 적은 게 않은가 싶다. 비록 전 정부의 사업이라고 할지라도 잘한 것은 계승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50개 대학 정도로 확산하는 것이 맞는 방향이 아닌가 한다. BK21은 연구력 향상을, 특성화사업은 구조조정을 목표로 한다. 오직 ACE사업만이 ‘잘 가르치자’는 교육 근본적인 목표로 차별화 돼 있다. 대학은 무엇보다 잘 가르쳐야 하며 그 바탕이 있어야만 연구개발과 산학협력 등의 탑을 쌓을 수 있는 것이다. 대학가에 그런 공감대가 널리 확산돼야 한다. ACE사업 예산지원이 늘어나고 더 많은 대학이 선정될수록 우리나라 대학교육의 기초가 튼튼해지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 지원이 끝난 11개 대학을 어떻게 할 것이냐 하는 게 관심사다.
“‘ACE’라는 타이틀만 갖고 있어도 구성원들의 의지와 자부심 제고에 큰 도움이 되는데 4년만 지원하고 단발성으로 끝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물론 이들 졸업한 ACE 1기 대학은 기본적인 검증을 거쳐야겠지만, 장기적인 안목에서 ACE사업을 계승·발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 미국은 소규모 학부중심대학(Liberal Arts College)이 잘 정착돼 있다. 교육의 질적인 면에서도 아이비리그 대학에 못지않은데, 이같은 ‘학부교육명문대학’이 나올 수 있겠나.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우리나라에서 세계적 학부교육명문대학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크게 3가지 과제를 극복해야 한다. 우선 ‘잘 가르치는 대학’ 육성이라는 ACE사업 본연의 목표를 끝까지 견지하는 정부나 대학의 의지가 필수다. 이를 통해 연구 잘하는 종합대학뿐 아니라 학생들을 ‘잘 가르치는 대학’도 명문대학이 될 수 있다는 희망과 가능성을 꾸준히 제시해줘야 한다. ACE사업이 장기적으로 성공하는 길이다. 두 번째로 ACE 사업을 지탱하고 있는 두 축인 정부와 대학 간 신뢰와 협력이 중요하다. 정부는 대학의 자율성과 다양성을 존중하고 장기적인 성과 실현을 위해 기다려 줄 수 있어야 한다. 반대로 대학은 정부와 약속한 목표 달성을 위해 매진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사회에 ‘잘 가르치는 대학’을 명문대학으로 인정하고 존경하는 풍토가 정착될 필요가 있다. 언론 주도의 대학평가에 연연하지 말고 고등교육의 이념을 지키려는 의지와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각 대학은 스스로 강의 우수교수들을 연구 우수교수 못지않게 존경하고 대접하는 대학문화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 앞으로 ACE대학협의회 회장으로서의 포부는.
“지난 4년간 진행된 학부교육 선진화 우수모델 발굴로 사업의 효과를 적극 홍보해 ACE사업이 지속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하겠다. 우수모델 발굴은 ACE사업의 성공여부를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올해부터 교육부·대교협과 논의해 우수사례는 ACE대학협의회 주관 ACE포럼에서 발표할 기회를 반드시 제공해 우수사례의 확산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특히 포럼과 워크숍 등을 통해 우수모델에게는 포상하고 홍보를 통해 ACE사업의 우수성을 대외에 널리 알리겠다.”                         

■ 김영식 ACE대학협의회장은...
영남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과 미국 아이오와대(University of Iowa)에서 기계공학 석사, 펜실베이니아주립대(Pennsylvania State University)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4년부터 금오공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정밀기계공학과 학과장, 창업보육센터 소장 등을 지냈다. 대구·경북창업보육협의회 회장, 한국창업보육협회 회장, 창업진흥원 이사장,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 수석전문위원 등을 역임했다. 지난 2월1일 임기 1년1개월의 ACE대학협의회장에 취임했다. 

■ ACE사업이란...
정부가 연구에 치중된 재정지원사업의 한계를 극복하고 학부교육이 우수한 대학을 집중 육성하기 위해 추진한 사업이다. 일명 ‘잘 가르치는 대학’을 선정하고 지원하는 사업으로 알려져 있다. 정식명칭은 ‘학부교육 선진화 선도대학(Advancement of College Education) 지원 사업’으로 지난 2010년부터 시작됐다. ACE사업에 지정돼 지원을 받았거나 받고 있는 대학은 △2010년 선정: 가톨릭대·서울시립대·서울여대·성균관대(이상 수도권), 건양대·대구가톨릭대·세명대·신라대·울산대·한림대·한동대(이상 지방) △2011년 선정: 경희대·서강대·아주대(이상 수도권), 계명대·동국대경주·목포대·안동대·우송대·전북대·충북대·한밭대(이상 지방) △2012년 선정: 한양대(수도권), 금오공대·영남대(이상 지방) 등이다.

<대담: 박성태 본지 발행인, 정리: 이우희 기자, 사진: 한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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