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총장 15명, 교수 14명 나서

사퇴 총장, 현직 유지 출마 총장에 “무책임” 비판
3개과목 강의 맡은 교수도  ‥  학생들 피해 우려

[한국대학신문 민현희·신나리 기자] 6·4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전국 시·도 교육감 선거에 전·현직 총장·교수들의 출마가 줄을 잇고 있다. 대학교육 현장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지역 교육 발전을 이끌겠다는 포부다. 그러나 일부 총장은 선거 출마를 위해 임기를 남겨 놓은 채 사퇴했고 몇몇 교수는 이번 학기 많게는 3개까지 강의를 맡아 논란이 일고 있다.

■ “총장 사퇴도 현직 유지도 문제” = 지난 6일 대학가에 따르면 현재까지 교육감 선거 출마를 선언했거나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전·현직 총장은 15명, 교수는 14명 이상이다.<표 참조> 특히 이 가운데에는 교육감 선거에 집중하겠다며 사퇴했거나 선거 출마에도 현직을 유지 중인 총장들이 있는데 대학구조개혁, 특성화사업 등 굵직한 대학 현안이 산적한 만큼 학내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표]교육감 선거 출마 예정 전현직 총장·교수 현황(2014년 3월 6일 기준)

지역 이름 소속 출마 선언 및 예비후보 등록 여부
서울 이상면 서울대 법학과 전 교수 출마 선언
  조희연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출마 선언
경기 최준영 한국산업기술대 전 총장 출마 선언
인천 이본수 인하대 전 총장 예비후보 등록
강원 김광래 관동대 경영학과 교수 출마 선언
  김선배 춘천교대 전 총장 출마 선언
대전 설동호 한밭대 전 총장 예비후보 등록
  이창기 대전대 행정학과 교수 예비후보 등록
  최한성 대덕대학 호텔외식과 교수 예비후보 등록
  한숭동 대덕대학 전 총장 예비후보 등록
충북 홍득표 인하대 사회교육과 교수 예비후보 등록
충남 서만철 공주대 전 총장 예비후보 등록
부산 강대우  동아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 예비후보 등록
  김석준 부산대 일반사회교육과 교수 예비후보 등록
  박맹언 부경대 전 총장 예비후보 등록
  정승윤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출마 선언 
  정홍섭 신라대 전 총장 예비후보 등록
경남 김명룡 창원대 법학과 교수  예비후보 등록
  김선유 진주교대 총장 예비후보 등록
광주 김왕복 조선이공대학 전 총장 예비후보 등록
  양형일 조선대 전 총장 예비후보 등록
전남 김경택 동아인재대학 총장 예비후보 등록
전북 이승우 군장대학 총장 예비후보 등록
  신환철 전북대 행정학과 교수 예비후보 등록
  이상휘 전북대 윤리교육과 교수 예비후보 등록
제주 김익수 제주관광대학 전 총장 예비후보 등록
  김희열 제주대 독일학과 교수 예비후보 등록
  양창식 탐라대(현 제주국제대) 전 총장 예비후보 등록
세종 최태호 중부대 한국어학과 교수 예비후보 등록

충남도교육감 선거에 출마하는 서만철 공주대 전 총장은 총장직 임기 만료를 4개월여 앞둔 지난 4일 기자회견을 열고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는 “총장직을 유지하면서 선거에 임하는 것은 공주대와 구성원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국립대 총장이라는 기득권을 내려놓고 한 명의 예비후보로 도민 여러분을 만나겠다. 교육감 선거에 매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왕복 조선이공대학 전 총장 역시 광주시교육감 선거를 위해 지난달 28일 퇴임식을 갖고 3년 3개월간의 총장직에서 물러났다. 그는 “지난해 12월 23일 법인 이사회에 사표를 제출했고 후임 총장 선임을 촉구했으나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아 유감”이라며 “비록 총장 자리는 공석이지만 대학 구성원이 이제껏 다져온 내공을 통해 부디 그 빈자리를 채워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이와 관련, 모 대학 교수는 “총장이라는 임무를 맡았다면 임기를 모두 마칠 때까지 총장직에만 집중해야 한다. 아직 임기가 남았고 대학이 대내외적으로 매우 어려운 시기인데 중도 사퇴하고 교육감에 나가는 것은 무책임해 보인다”며 “대학 총장을 교육감 진출을 위한 발판 정도로 생각한 것은 아닌지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교육감 선거에 출마하면서 현직을 유지하고 있는 총장들 역시 비판받고 있다. 교육감 선거에서 낙마할 것을 염두, 돌아올 자리를 남겨놓기 위해 총장직을 내려놓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교육감 선거 예비후보에 등록하고 총장직을 계속해서 수행하고 있는 총장은 김선유 진주교대 총장, 김경택 동아인재대학 총장, 이승우 군장대학 총장 등이다.

이들 중 한 대학 관계자는 “교육감 선거를 위해 중도 사퇴한 총장은 그나마 양심적인 것이다. 총장직을 유지한 채 교육감 선거에 나가는 것은 아무 것도 손해 보지 않겠다는 욕심”이라며 “총장이 총장 업무에만 집중해도 대학이 살아남기 어려운 시기인데 교육감 선거까지 병행한다니 한숨만 나온다”고 토로했다.

전직 총장들도 대거 교육감에 도전한다. 최준영 한국산업기술대 전 총장, 이본수 인하대 전 총장, 김선배 춘천교대 전 총장, 설동호 한밭대 전 총장, 한숭동 대덕대학 전 총장, 박맹언 부경대 전 총장, 정홍섭 신라대 전 총장, 양형일 조선대 전 총장, 김익수 제주관광대학 전 총장, 양창식 탐라대 전 총장이 교육감 선거 출마를 선언했거나 예비후보에 등록했다.

▲ 교육감 선거 출마 예정인 전·현직 총장들. (시계 방향으로 왼쪽부터)최준영 한국산업기술대 전 총장, 김왕복 조선이공대학 전 총장, 박맹언 부경대 전 총장, 양형일 조선대 전 총장, 이승우 군장대학 총장, 정홍섭 신라대 전 총장, 서만철 공주대 전 총장, 김선유 진주교대 총장.
■ 일부 교수, 교육감 출마에도 강의 맡아 = 교수들 가운데서도 전국적으로 14명이 출마를 결심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서울의 경우 아직까지 교육감 예비후보 등록자가 없으나 이상면 서울대 법학과 전 교수, 조희연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등이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또 조전혁 명지대 교양학부 교수(전 국회의원)는 지난달 24일 출판기념회를 열며 출마 의향을 밝혔다.

이와 함께 부산에서는 강대우 동아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 김석준 부산대 일반사회교육과 교수, 정승윤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출마할 예정이고 대전에서는 이창기 대전대 행정학과 교수와 최한성 대덕대학 호텔외식과 교수, 충북에서는 홍득표 인하대 사회교육과 교수, 경남에서는 김명룡 창원대 법학과 교수가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또 전북에서는 신환철 전북대 행정학과 교수와 이상휘 전북대 윤리교육과 교수, 제주에서는 김희열 제주대 독일학과 교수, 세종에서는 최태호 중부대 한국어학과 교수가 역시 예비후보에 등록했으며 김광래 관동대 경영학과 교수는 강원도교육감 출마를 공식선언하고 곧 예비후보 등록을 마칠 계획이다.

선거 때마다 불거져 나오는 폴리페서 논란 때문인지 교육감 출마를 선언했거나 예비 후보에 등록한 교수들 중에는 연구년이거나 휴직 상태인 경우가 많다. 조희연, 김광래, 홍득표, 최태호 등의 교수들은 이번 학기 강의를 개설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출마 예정 교수 가운데 7명은 이번 학기 수업을 맡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강대우 교수와 김희열 교수는 이번 학기 3학점짜리 교과목 3개씩을 담당한다. 강 교수의 경우 학부에서 ‘자원개발공학’ ‘굴착및계측공학’ ‘캡스톤디자인1’을 강의하고 김 교수의 경우 학부에서 ‘유럽과 독일의 역사1’ ‘상호문화연구’, 대학원에서 ‘시사토픽1’을 가르친다.

이와 함께 정승윤 교수는 학부에서 ‘행정구제법’(3학점), ‘행정소송실무’(2학점), ‘법무실습’(1학점) 등 3개 과목 6학점을 강의한다. 또 김석준 교수는 학부의 ‘사회학’(3학점)과 대학원의 ‘사회와문화연구’(3학점), 김명룡 교수는 학부의 ‘행정법 총론’(3학점)과 대학원의 ‘환경법’(3학점), 신환철 교수는 대학원의 ‘도시행정론’(3학점) 과목을 담당한다.

이처럼 교수들이 수업을 맡은 상태에서 선거에 출마하는 것을 놓고 대학가에서는 자칫 학생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서울 한 사립대 교수는 “대학 교수가 지역 교육 발전을 위해 교육감에 나가는 것은 필요한 일”이라며 “다만 강의와 교육감 선거를 병행했을 때 학생들에게 질 높은 교육을 제공할 수 있을지 교수 스스로 깊이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육감은 유·초·중등 교육을 관장하는 만큼 교육감 선거에 출마하는 대학 총장이나 교수가 자신이 정말 교육감에 적합한지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박거용 대학교육연구소장은 “유·초·중등 교육과 대학 교육은 기본적으로 차이가 있다”며 “대학 총장·교수로서 쌓아온 전문성이 유·초·중등 교육 현장에서도 유용할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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