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한주(본지 논설위원/고등직업교육평가인증원장 · 동양미래대 교수)

요즘 대학가의 화두는 단연 구조개혁과 특성화 사업이다. 그 내용은 대학 구조개혁 및 평가에 관한 법률 제정, 정량·정성평가 시행 결과에 따른 대학의 차등적 정원 감축, 재정지원사업과 연계한 자율적 구조개혁 유도, 2023년까지 단계적으로 입학 정원 16만 명 감축, 부실대학에 대한 자발적인 퇴출경로 마련, 대학 특성화를 위한 새로운 평가제도 도입 및 재정지원 방안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더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구조개혁 평가등급에 따라 정부재정지원, 학자금대출, 국가장학금지원, 정원감축 규모를 차등 적용하고 퇴출대학을 선정한다는 내용이다. 요컨대 정원감축을 하지 않으면 구조개혁 평가, 특성화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다. 이를 위해 정부는 대학구조개혁위원회를 구성하고 4백~5백 명 규모의 비상설 평가단을 구성하여 대학운영 전반에 관해 평가하며, 한편으로 대학 특성화 사업 선정 평가도 병행한다. 여기에 덧붙여 기존의 정량평가뿐만 아니라 대학의 다양성 및 지역별 특성을 고려한 정성평가를 도입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학가 반응은 이러한 정부 방침에 대해 그다지 긍정적이지 못하다. 많은 교수는 정부가 제시한 대학 구조개혁 및 특성화 추진계획이 교육의 질을 향상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인지 의구심을 표명하고 있다. 교육부가 제시한‘두 마리 토끼’대학구조개혁과 특성화 방안이 지나치게 정원감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과연 대규모 평가단 운영에 필요한 인적·재정적·시간적 투자가 바람직한가에 대한 비판도 있다. 평가방식의 경우, 기관평가인증심사에 참여한 많은 전문가는 고등교육법에 근거하여 2011년도부터 시행한 기관평가인증제를 활용하면 더 효율적일 것이라고 보고 있다.

특성화 사업 선정에서는 국립대학의 총장직선제 개선 여부와 사립대학의 대학평의원회 구성 여부를 가점제로 적용하여 평가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이미 법으로 규정하고 있는 사안인데, 법을 준수하면 가점을 주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는 법과 원칙을 중시한다는 국정 기조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재정지원과 연계한 평가 위주의 구조개혁보다는 각종 법규 위반 및 비리·횡령 대학에 대한 정원감축, 법과 원칙에 따른 엄정한 조치, 재발방지 등 강력한 구조개혁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즉 관련 법규만 엄정하게 적용해도 구조개혁의 취지를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 정부가 불가피한 현안으로 상정한 구조개혁, 정성평가 도입 등에 따른 대학의 부담을 최소화하여 대학이 교육과 연구에 충실하도록 해야 한다. 대학은 구조개혁 평가, 특성화사업 평가, 기관평가인증 등 각종 평가에 과다한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다. 이러한 교수-학습 외적 부담의 증가는 교육의 질 저하를 초래 할 게 뻔하다.

또한, 정부는 국정운영 기조인 ‘현장·국민·협업 중심, 법과 원칙에 따른 비정상의 정상화’에 충실해야 한다. 대학교육의 질적 향상과 경쟁력 제고를 위해 대학 현장의 다양한 의견을 겸허한 자세로 수용해 교육 선진국 수준에서 검증된 바 있는 시의적절한 정책을 연동해 내야 한다. 고등교육정책이 국정운영 기조에 충실하게 맞물릴 때 대학뿐만 아니라 국가사회의 총체적인 동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대학이 교수-학습이라는 본연의 업무에서 벗어나 구조개혁과 특성화라는 외생변수에 휘둘리는 것은 본말 전도에 불과하다.

<한국대학신문>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