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 한양대 공대 여학생 비율 6%p 늘어 ‥ 20% 넘겨

[한국대학신문 이우희 기자] 여자 공대생이 늘고 있다. 공대에 여학생이 적다는 점에 착안한 이른바 ‘공대 아름이’ TV광고가 인기를 끌던 몇년 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한양대 공대는 최근 여자 공대생의 비율이 20%를 넘어섰다. 경영학과를 제외한 학부 전체가 이공계열인 금오공대는 여자 공대생의 비율이 23.4%에 달한다. 입학성적도 대구·경북권 2위로 뛰어올랐다. 다만 KAIST는 과학고와 과학영재학교 출신이 전체 신입생의 80% 가량을 차지하는 특성상 여학생 모집난이 여전해 한계를 드러냈다. 졸업 후 취직이 아닌 연구·진학을 목표로 하는 최상위권 공대의 여학생 부족은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 이공계열의 취업경쟁력이 인문계열을 압도하면서 점점 더 많은 여학생들이 공대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최근 금오공대의 여학생 비율은 23%를 돌파했다. 사진은 과학실습에 열중하고 있는 공대 학생들 (사진=금오공대 제공)

■ 남자끼리 가는 공대 MT는 옛말 ‥ 여자 공대생 20% = 학과마다 차이는 있지만 최근 유명 공대의 여자 신입생 수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양대 공대는 남성 이미지가 강한 공대의 상징으로 통했다. 그러나 최근 한양대 공대의 여학생 비율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양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공대 여학생 비율은 6%p가량 늘었다. 2010학년도 공대 입학생 1235명 가운데 여학생이 차지하던 비율은 불과 14.0%(173명)였다. 그러던 것이 △2011학년도 14.0% △2012학년도 15.5% △2013학년도 20.0% △2014학년도 18.8%를 기록해 최근 20%선을 넘나들고 있다.

정부가 산업발전에 필요한 기술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특수목적 공과대학으로 설립한 금오공대의 경우 여학생의 비율이 전체의 23%를 웃돌았다. 금오공대에 따르면 최근 5년 여자신입생의 비율은 △2010학년도 16.5% △2011학년도 18.9% △2012학년도 20.1% △2013학년도 22.6% △2014학년도 23.4%로 지속적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특히 금오공대는 경영학과 50명을 제외한 나머지 정원 1291명이 이공계열 학과지만 신입생들의 입학성적은 해마다 오르고 있다. 금오공대 관계자는 “지난해 금오공대의 정시 합격선은 대구·경북 지역 대학 중 경북대에 이은 2위를 차지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합격선은 학과마다 달라 일반화 하기는 어렵지만 최근 수험생들 사이에 금오공대의 인기가 상승하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하다”며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 공대 인기 왜? ‥‘삼성 총장추천제’ 소동이 드러낸 취업경쟁력 = 최근 여학생은 물론 남학생들 사이에서도 공대에 대한 편견과 인식이 눈에 띄게 개선되고 있다. 이는 취업률이 곧 대학의 경쟁력으로 인식되는 최근 대학현실을 상당부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인터넷에서는 이공계열 대학생들이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인문계열 대학생들을 비꼬는 ‘문돌이’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다.

실제 대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4대 그룹의 인문계열 출신 신입사원 비율은 대부분 20% 수준에 불과하다. 각 사에 따르면 삼성과 LG가 15%, 현대자동차가 20%, SK가 30% 수준이다. 때문에 인문계열 대졸자가 이들 기업에 들어가기는 하늘의 별따기가 돼 버렸다. 지난해 신입사원 5500명 뽑은 삼성의 경우 인문계 지원자 6만명 가운데 800명만 합격했다. 인문계 대졸자의 삼성 입사경쟁률은 약 75대 1로 이공계(약 8.8대 1)의 아홉 배 수준이다.

현대차는 최근 인문계열 공채를 폐지하기까지 했다. 현대차는 지난 10일부터 이공계 출신자만을 대상으로 상반기 정기 공채를 실시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올 상반기 정기 채용에서는 연구·개발과 플랜트 두 부문만 입사 원서를 접수하기 때문에 인문계 출신은 연중 상시 채용으로 전환했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처럼 취직시장에서 밀려난 인문계열 대졸자들은 각종 공시에 매달리는 현실이다. 올해 9급 국가공무원 공채시험 평균 경쟁률은 64.6대 1에 달했다. 총 선발 인원 3000명에 지원자 19만3840명이 몰린 것이다. 그나마 지난해 경쟁률 74.8대1에 비하면 낮아진 수치다.

특히 지난 1월 본지의 최초보도로 알려진 삼성그룹의 ‘대학별 총장추천제 할당인원’은 공대의 취업경쟁력을 알린 결정적인 계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당시 삼성이 발표한 대학별 할당인원은 문과 중심의 ‘대학서열’을 깨뜨린 ‘신 공대서열’로 회자됐다. 우선 국내 최고대학을 자처하는 서울대가 100명으로 성균관대보다 5명이 적고 한양대와는 같았다는 것부터 이변으로 받아들여졌다. 여기다 지방대로서 경북대와 부산대가 각 100명과 90명을 할당받아 대부분의 ‘In서울’ 대학을 압도했다. 건국대 50명, 아주대 45명, 광운대 35명, 금오공대 25명 등 공대가 탄탄한 대학들도 상위권에 자리해 눈길을 끌었다. 반면 문과가 강한 서강대(40명)와 이화여대(30명) 등은 사회적인 통념에 비해 적은 수를 할당받았다.

■‘연구자’ 양성  톱클래스는 여전히 여학생 모집난 = 그러나 졸업 후 취업보다는 연구·진학이 대부분인 KAIST와 포스텍 등 톱클래스 공대는 여전히 여자 신입생을 찾아보기 힘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여학생의 최상위권 공대 기피는 방치할 경우 인재 풀을 좁게 만들어 장기적으로 국가경쟁력 확보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KAIST 김지훈 입학팀장은 “KAIST의 경우 신입생의 70~80%가 과학고나 과학영재학교 출신이기 때문에 이들 고교의 여학생 비율에 상당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이들 고교 신입생들의 남녀 성비 변화는 곧 KAIST의 인재풀 변화를 의미하는데, 최근 3년간 과학고와 과학영재학교에 입학하는 여학생 수가 지속적으로 줄고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최근 3년간 KAIST 입학생의 남녀 비율은 △2012학년도 19.8% △2013학년도 15.2% △18.4%로 전반적으로 감소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과학고·과학영재학교의 신입생 남녀비율이다. 최근 3년 과학고·과학영재학교의 여자 신입생 비율은 △2012학년도 24.3% △2013학년도 23.0% △2014학년도 20.5%로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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