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이연희 기자인가]해교행위. ‘학교에 피해를 끼치는 행위’라는 뜻의 이 어휘는 최근 대학가에서 대학 내 비리를 폭로하거나 학교법인·본부의 운영방침에 극심하게 반발한 학교 구성원에 대해 붙여지는 ‘죄목’(?)이다.

영화 <부러진 화살>의 주인공인 김명호 성균관대 교수는 해교행위 때문에 해직된 것으로 잘 알려져있다. 그는 1995년 입시문제의 오류를 지적한 뒤 해교행위와 연구소홀 등을 이유로 재임용 심사에서 탈락했으며, 2007년 담당판사에게 석궁 화살을 쏴 공방에 휩싸인 바 있다.

김 교수처럼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해교행위’라는 꼬리표를 달고 고통 받는 이들은 늘어가고 있다. 총장의 비리와 부정을 고발한 교수들, 재단 기업 또는 특정인물을 미화하는 재단을 비판한 교·강사, 이사장의 미적감각대로 조각물을 수정하지 않아 해직된 교수, 총장실을 점거한 학생들…. 조금만 고개를 돌리면 ‘해교행위자’로 낙인 찍힌 이들을 발견할 수 있다.

이들에게는 ‘명예훼손’ 죄목까지 더해져 즉각적인 징계가 이뤄진다. 교직원들은 주로 직위해제·해직, 나아가 파면이라는 강도 높은 징계가 이어진다. 더러 대학이 소송을 거는 경우도 있다. ‘캠퍼스에 발도 붙이지 못하게 하겠다’는 의도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지금까지 징계당한 이들 중 일부는 부당함을 주장하며 수개월, 수년에 걸쳐 재단·본부와 지리한 법적 공방을 벌여왔다. 개인이 경제적 위기와 학문적 단절을 맞게 되는 것은 물론이다. 긴 싸움 끝에 복직되더라도 순조롭지 않은 학교 생활을 이어나가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교수들 사이에서는 학내 문제를 폭로했다고 해서 고통 받는 구성원들이 더이상 생겨나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법적 해석이 워낙 주관적이기 때문에 실체가 분명치 않은 데다, 그 같은 내부고발과 비판이 대학의 운영에 실제로 얼마나 피해를 입혔는지 객관적으로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오히려 주목해야 할 것은 그들을 쫓아낸 대학이다. ‘해교행위’를 이유로 한 파면·해직 사건이 일어났던 영남학원, 대양학원, 덕성학원, 상지학원 등의 산하 대학들 중 상당수는 사학비리로 인한 분쟁과 갈등이 촉발돼 처벌과 여론의 질타를 받은 바 있다. 그렇다면 학교에 명백한 피해를 끼친 주체는 비리를 저지른 재단·본부일까, 그것을 비판한 구성원일까.

불투명하고 일방적인 대학운영이 선행되지 않았다면 당초 구성원의 내부고발도 없었을 것이 당연하다. 갈등과 의견차가 있더라도 고등교육기관 답게 현명하고 민주적인 방식으로 풀어야지, 구성원을 내치는 방식은 ‘권력에 의한 폭력’이나 다름 없다. 정부 주도로 대대적인 대학구조조정을 앞둔 지금 대다수 사립대는 갈등을 노정하고 있다. ‘해교행위’라는 명분으로 구성원을 내치는 데 사용하는 대학 상부의 전가의 보도를  다시 한 번 경계하게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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