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 예비·신임교수 교수법 교육 강화 나서

“연구만 잘해서는 부족, 교육도  잘해야 ”

[한국대학신문 민현희 기자] 학부교육선진화선도대학(ACE) 지원사업 등의 영향으로 교육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교수법 교육을 강화하는 대학이 늘고 있다. 특히 일부 대학은 미래 교수 자원인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교수법 강의를 개설하고 신임 교수의 강의 컨설팅 이수를 의무화하는 등 교수들이 초기 단계부터 교육자로서의 역량을 다지도록 하고 있다.

14일 대학가에 따르면 국민대는 지난 학기부터 일반대학원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수법 교과목인 ‘커뮤니케이션과 교수법’을 개설, 운영하고 있다. 국내 대학 중 교육대학원이 아닌 일반대학원에 교수법 과목을 개설한 곳은 국민대가 첫 케이스다. 대학 측은 교수 양성과정인 대학원에서 교수법을 충분히 가르쳐야 대학 교육의 질 제고가 가능하다고 판단, 이 교과목을 마련했다.

‘커뮤니케이션과 교수법’은 대학 교육에 대한 고민과 교수법에 대한 이론적 지식을 토대로 수업계획서 만들기, 효과적인 수업 설계, 발표·과제 지도 방법, 소통 분위기 조성, 인성·진로 지도 방법 등 실전에 적용할 수 있는 내용들로 꾸며진다. 또 ‘이럴 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학생들이 가상의 상황을 설정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해보는 시간도 있다.

이 강의를 설계한 이의용 교양대학 교수는 “대부분의 대학은 연구 실적을 중심으로 교수를 임용하기 때문에 연구 역량은 뛰어나지만 교육 역량은 부족한 경우가 많다”며 “교수법 훈련이 제대로 안 돼 있는 교수는 무면허 운전자와 같다. 대학 교육의 품질을 높이고 학생들을 제대로 가르치려면 교육자로서의 역량을 갖춘 교수 자원부터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학생들은 ‘커뮤니케이션과 교수법’이 교수 역량을 다지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평가한다. 이번 학기 강의를 수강 중인 김주영씨(체육학과 박사과정 5학기)는 “지난 학기부터 대학에서 강사로 강의를 맡고 있는데 학생들과의 의사소통, 지식 전달 등에 어려움을 느꼈고 교수법 강의를 수강하게 됐다”며 “아직 몇 차례 수업이 진행되지 않았음에도 학생을 대하는 마음가짐과 자세, 실전에서 활용할 수 있는 사례들을 배워 무척 유익하다”고 말했다.

신임 교수들의 강의 컨설팅 이수를 의무화한 대학도 있다. 동국대 경주캠퍼스, 서울대 등이 대표적이다. 동국대 경주캠퍼스 교수학습개발센터는 기존 교수법 프로그램들을 종합하고 체계화해 ‘래더시스템(Ladder System)’을 구축, 이번 학기부터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래더시스템은 조교수(신임 교수), 부교수, 정교수 등 직급과 연차를 고려해 맞춤형 교수 지원을 해주는 게 특징이다.

특히 래더시스템에 따라 올해부터 동국대 경주캠퍼스 신임 교수는 ‘강의분석&컨설팅 프로그램’을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한다. 이 프로그램은 교수의 실제 강의를 촬영한 후 해당 교수가 스스로 모니터링하고 수업 전문가로부터 1대 1 컨설팅을 받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번 학기 동국대 경주캠퍼스에 신규 임용된 교수는 모두 11명이다.

이 대학 김인홍 교수학습개발센터장은 “오늘날의 대학 교육은 교수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교육자로서의 전문성과 효율성 갖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래더시스템을 통해 교수들의 교수 역량을 신장함으로써 교육의 질을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신임 교수들이 보다 많은 교수법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적극 장려하겠다”고 밝혔다.

서울대 자연과학대학도 올해부터 신임 교수의 강의 컨설팅 이수를 의무화했다. 이에 따라 자연과학대학 신임 교수들은 학내 교수학습센터에서 강의 컨설팅을 받아야 승진이나 정년보장이 가능하다. 컨설팅은 교수가 자신의 강의를 촬영한 영상을 본 후 평가하고 수강생 설문조사를 토대로 전문가와 상담하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서울대 자연과학대학 관계자는 “이번 학기 신규 임용된 5명의 교수를 시작으로 앞으로 새로 임용되는 교수는 의무적으로 강의 컨설팅을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울대는 2001년부터 교수학습센터에서 강의 컨설팅을 실시하고 있으며 의과대학의 경우 2012년부터 단과대학 자체적으로 강의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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