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에 얽힌 저마다의 전설과 이야기 ... ‘또 다른 재미’

[한국대학신문 이우희 기자] 포근한 봄 햇살이 벚꽃의 개화를 재촉하고 있다. 해마다 여의도와 진해 등 이름난 벚꽃축제 명소는 인산인해를 이룬다. ‘꽃 보러 갔다 사람만 보고 왔다’는 푸념을 늘어놓지 말고 올해는 인근 대학캠퍼스로 벚꽃놀이를 가보는 건 어떨까. 전국에는 벚꽃 풍경이 아름답기로 이름난 대학캠퍼스가 많다. 이미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탄 곳도 있고 지역주민들이 굳이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아하는 오붓한 나들이 장소도 있다. 저마다의 풍경에는 재미있는 이야기도 풍성하다. 한국대학신문이 선정한 ‘벚꽃이 아름다운 대학캠퍼스 10곳’, 상춘객들의 봄나들이를 유혹하는 풍경 속으로 들어가보자.

▲ 경희대 서울캠퍼스의 벚꽃 풍경은 고풍스런 건물들과의 조화가 압권이다. 멀리 모이는 고딕 풍의 건물이 '평화의 전당'이다. 가운데 기둥이 늘어선 건물이 본관, 오른쪽이 중앙도서관이다. (사진=경희대 제공)

■경희대, ‘낭만 캠퍼스’의 대명사 = 봄을 맞은 경희대 서울캠퍼스는 고풍스런 건물과 벚꽃이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벚꽃은 주 진입로부터 시작해 온 캠퍼스를 뒤덮는다. 르네상스와 고딕 등 옛 건축양식에 따라 지은 주요 건물들은 찾는 이들의 낭만을 자극한다. 교정에는 학생들은 물론 인근 주민들과 연인들이 넘쳐난다. 경희대 음대생들은 이들을 위해 중앙도서관 앞에서 자체음악회를 연기도 한다. 인파를 따라 솜사탕이나 주전부리를 파는 상인들까지 모여든다.

흩날리는 벚꽃으로 아름다운 봄날을 즐기게 해줄 봄날의 경희대 캠퍼스엔 이 대학 학생들만 아는 명소가 따로 있다. 본관 뒤 고즈넉한 호숫가는 학생들 사이에선 ‘무릉도원’으로 통한다. 이곳에서 술잔을 기울이다 술잔에 벚꽃이 떨어지면 그 해 안에 애인이 생긴다고 한다. 입을 벌리고 봄 캠퍼스를 걷다가 입 안에 벚꽃이 떨어지면 애인이 생긴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경희대 학생들은 강의가 빌 때마다 삼삼오오 교정을 거닐며 벚꽃 삼매경에 빠져든다. 그리곤 꿈에 그려온 인연을 기다린다.

▲ 벚꽃과 튤립이 어우러진 풍경은 목포대에서만 볼 수 있다. (사진=목포대 제공)

■목포대, 벚꽃과 튤립이 어우러진 '봄의 제전' = 목포대는 30년 이상 된 벚나무 100여 그루와 1만2000구의 튤립이 있어 평소에도 지역민들이 많이 찾는 명소 중의 하나다. 벚꽃과 튤립을 모두 즐길 수 있는 점은 이 대학의 자랑거리다. 

목포대 조영호 홍보주무관은 “튤립은 튤립축제로 유명한 인근 임자도에서 제공받는다”며 “임자도는 원래 모래로 유명한 섬이었는데, 목포대의 연구용역으로 튤립재배를 시작해 현재 국내최대 튤립생산단지로 발전한 인연이 있다”고 설명했다.

목포대는 해마다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벚꽃축제를 개최한다. 10회째를 맞이하는 올해도 축제는 이어진다. 일정을 곧잡고 프로그램을 구성할 예정이다. 지난해는 △속 풀이 한마당 ‘주먹이 운다’ △재능 발현 대회 ‘달인을 찾아라’ △함께 즐기는 ‘클럽댄스’ △최고의 커플 찾기 대회 △프러포즈 행사 △동안·노안 선발대회등 다채롭게 꾸며졌다. 초청가수 공연도 이어진다. 지난해의 경우 여성그룹 다비치와 힙합듀오 배치기가 행사장을 찾았다. 행사의 대미는 화려한 불꽃놀이로 장식했다.

▲ 영남대 자연자원대학과 생활과학대학 사이 벚꽃길은 자동차회사의 광고 이미지로 사용되면서 유명세를 탔다. (사진=영남대 제공)

■영남대, 자동차 광고 속 벚꽃 장관으로 유명세 = 영남대의 벚꽃은 지난해 한 기업의 광고 이미지로 활용되면서 주목을 받았다. 벚꽃의 장관을 배경으로 화장을 하며 외출준비를 하고 있는 미녀. 그녀를 기다리는 자동차라는 컨셉의 자동차회사 광고였다. 마치 벚꽃궁전에 온 듯한 환상을 불러일으키던 광고 속 장소는 바로 영남대 자연자원대학과 생활과학대학 사잇길이다.

영남대 이원형 홍보팀장은 “‘러브로드’라고 불리는 민속원 옆 1.4km의 길이 매우 아름답다”고 귀띔했다. 이 길을 사랑하는 두 사람이 함께 걸으면 영원한 사랑을 이룬다는 전설이 있다.

영남대는 매년 4월 초에 벚꽃축제를 겸한 ‘봄맞이 한마당’을 연다. 지난해의 경우 △민속원 일대의 민속놀이 △구계서원 앞마당의 숲속음악회 △거울못 일대의 학생동아리 공연 △천마로에서의 영남대 자작자동차동아리 탑승행사 등으로 놀거리 볼거리가 풍성하게 펼쳐졌다.

▲ 벚나무 터널이 길게 이어진 '아리랑 고개’는 아름답기로 유명한 충남대 봄 풍경의 백미다. 올해는 기숙사를 향하는 두 개의 길 중 하나가 공사로 인해 통제된다. (사진=충남대 제공)
■충남대, ‘아리랑 고개’의 환상적인 벚꽂터널 = 대전·충청권의 대표적인 봄맞이 명소로 잘 알려진 충남대 벚꽃길도 유명하다. 벚꽃과 개나리가 만발하는 주요 명소로는 박물관 주변과 기숙사 길, 농생대 길, 수의대 길 등이 손꼽힌다.

충남대 주우영 홍보담당자는 “특히 농생대 길은 흔히 ‘아리랑 고개’로도 불리는데 길이 제법 길고 벚나무가 터널을 이뤄 매우 아름답다”고 설명했다. 다만 올해는 벚꽃 포인트로 유명한 기숙사길  2개  중 하나가 폐쇄된다. 기숙사 공사가 내년까지 예정돼 있어 기숙사를 향해 왼쪽으로 돌아가는 길이 공사 트럭의 이동을 인해 통제된다. 

이 대학도 해마다 지역주민들을 위해 ‘꽃길축제’를 열어왔다. 지난해에는 ‘2013년 충남대 박물관 꽃길축제’가 4월 12일부터 14일까지 열렸다. 꽃구경 외에도 음악공연과 영화제 등 다양한 부대행사가 마련된다.

■원광대, 벚꽃 흐드러진 ‘수덕호’ 촬영명소로 각광 = 165만㎡(50만평) 규모의 너른 부지 위에 조성된 원광대 캠퍼스는 익산의 ‘무릉도원’이라 불릴 만큼 지역주민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원광대는 지난 1987년부터 캠퍼스 전체에 모두 280만 그루에 달하는 나무와 꽃을 심었다. 벚꽃은 인공호수 ‘수덕호’ 주변과 법학전문대학원 진입로에서 터널을 이룬다.

특히 캠퍼스 중앙에 자리잡은 수덕호의 풍광은 원광대 조경의 백미로 꼽힌다. 수덕호 주변에는 봄철이면 연분홍빛 벚꽃이 흐드러져 투명한 풍경화를 완성한다. 벚꽃이 질 즈음에는 철쭉과 영산홍의 붉은 자태가 다시 장관을 이룬다. 인공 폭포는 시원한 물소리로 귀를 뚫어주고 분수는 하얀 물을 내뿜으며 마음을 적신다. 때문에 이곳은 추억을 남기려는 학생들은 물론 신혼부부 야외촬영지로도 애용된다. 영화 ‘클래식’과 ‘색즉시공’, 드라마 ‘겨울나그네’ 등 1990년대 이후 약 30여편의 영화와 드라마가 이곳을 배경으로 촬영했다.

▲ 원광대 캠퍼스는 익산의 ‘무릉도원’이라 불릴 만큼 지역주민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인공호수 ‘수덕호’ 주변에 흐드러진 벚꽃 풍경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사진=원광대 제공)

■경북대, 벚꽃 흩날리는 ‘러브로드’의 전설 = 대구 중심가에서 접근성이 좋은 경북대는 시민들이 공원처럼 자주 찾는다. 정문에서 시작하는 공대 10호관과 학생주차장 사잇길에는 4월 초·중순에 벚꽃이 흐드러진다. 이 구간은 학생들 사이에 ‘러브로드’로도 불린다. 경북대 학생들은 연인과 이 길을 함께 걸어야 사랑이 이루어 진다고 굳게 믿고 있다. 그러나 ‘연인이 이 길을 걷다가 아는 사람과 마주치면 헤어진다’, ‘연인이 이 길을 서로 반대 방향으로 걸으면 사랑이 깨진다’ 등 난감한 속설도 함께 내려온다.

러브로드 끝 저만치 본관이 보이는 곳에 자리한 인공호수 일청담은 1년 내내 학생들과 지역 주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사랑받고 있는 경북대의 상징이다. 일청담은 인공미가 강하고 크기가 작아 운치는 덜하다. 하지만 벚나무가 일청담을 죽 둘러싸고 있어 봄날 정취를 느끼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 정문에서 시작하는 공대 10호관과 학생주차장 사잇길에는 4월 초·중순에 벚꽃이 흐드져 '러브로드'로 불린다. 이 길에는 연인에 대한 다양한 '전설'이 있다. (사진=경북대 제공)

■순천향대, 개교당시 심은 벚나무 800여 그루 ‘만개’ = 충남 아산의 순천향대는 10여 년 전부터 봄맞이 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1978년 개교 당시 식재한 800여 그루의 벚나무와 아이들도 안전하게 뛰어놀 수 있는 잔디광장, 운동을 즐길 수 있는 인조잔디구장 등이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야간에도 조명등 아래 벚꽃을 즐기려는 지역주민의 발걸음이 계속해 이어진다. 가장 인기 있는 장소는 피닉스광장으로 벚나무와 매화, 목련, 넓은 잔디밭이 어우러져 ‘벚꽃광장’이라는 별칭이 생기기도 했다.

▲ 순천향대 캠퍼스에는 1978년 개교 당시 심은 800여 그루의 벚나무가 자란다. 벚꽃과 함께 너른 잔디광장이 있어 지역주민들에게 나들이 장소로 인기다. (사진=순천향대 제공)

■계명대, 빨간벽돌 건물과 연분홍빛 벛꽃의 조화 = 계명대 성서캠퍼스는 붉은 벽돌 건물과 연분홍빛 벚꽃이 어우러진 풍경이 일품이다. 붉은 벽돌로 지어진 서양풍의 각종 건물은 계명대의 상징이다. 덕분에 계명대는 국내 아름다운 대학캠퍼스 10선에 단골이다. 벚꽃이 특히 아름다운 지점은 본관 주변과 행소박물관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해마다 봄이면 벚꽃을 보려는 인근 주민들로 캠퍼스가 북적거린다.

계명대 학생회관과 사회대, 인문대 사이에는 길이 35m의 ‘뻘줌로’가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길 양편에 늘어선 벤치에서 정담을 나누는 연인들이 많아, 그 사이를 지나는 솔로들이 민망하고 어색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 4월 계명대에 가면 빨간벽돌로 지은 고풍스런 서양식 건물과 연분홍 벚꽃이 어우러진 풍경을 볼수 있다. 사진 왼쪽은 행소박물관.(사진=계명대 제공)

■아주대, 야간조명 설치로 운치 더한 명품 데이트코스 = 벚나무 주변으로 잔디밭과 벤치가 많아 벚꽃 감상의 최적지로 손꼽히는 아주대는 시내와 가깝고 야간조명이 아름다워 데이트코스로도 제격이다.

노학래 아주대 홍보실장은 “수원의 경우 경기도청 뒤 벚꽃군락이 규모면에서 가장 크고 유명하다”며 “아주대 벚나무의 수는 경기도청 보다는 적은 편이지만 벚나무 밑에 벤치가 많고 나무 둥치에서 위를 비추는 야간 조명이 설치돼 있어 벚꽃 감상에는 최적지”라고 자부했다.

아주대는 정문 진입로부터 중앙도서관을 끼고 돌아가는 길을 중심으로 수령이 오래된 화려한 벚나무가 늘어서 있다. 매년 봄이면 벚꽃축제를 열고 나들이 나온 주민들을 맞는다. 축제 기간에는 각종 게임과 체험행사, 공연 등이 함께 펼쳐진다. 지난해의 경우 가수 윤하의 초청공연이 있었다.

▲ 아주대 벚꽃 풍경은 밤에 더 아름답다. 학교측이 설치한 조명을 받은 벚꽃은 새하얀 형광등 처럼 빛을 낸다.(사진=아주대 제공)

■건국대, 벚나무 아래 벤치에서 일감호 감상...‘봄날의 사치’ = 건국대 봄 풍경은 서울에서 가장 큰 인공호수인 일감호로 완성된다. 건국대 캠퍼스 내 1만5000평 규모로 자리잡은 일감호의 둘레길은 대학가에서 손꼽히는 데이트 코스 중 하나. 벚나무를 비롯한 다양한 종의 나무가 주변을 에워싸고 있다. 나무 그늘 아래에는 여유로운 간격으로 벤치 20여 개가 일감호를 바라보기에 좋도록 놓여있다. 봄날이면 일감호 벤치는 연인들의 차지가 돼버린다. 호수를 바로보고 있는데다 벤치 사이의 간격도 넓어 남의 시선에 방해받고 싶지 않은 커플들에게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워낙 인기가 많아 자리가 쉽게 나지 않는 것이 유일한 단점이다.

건국대는 캠퍼스 전체가 평지에 자리하고 있어 자전거 코스로도 적당하다. 인근에 뚝섬유원지와 능동 어린이대공원으로 이동할 수 있는 자전거 도로도 잘 조성돼 있다. 주변에 먹자골목과 로데오거리, 영화관, 서점, 백화점 등이 몰려있어 산책 후 식사와 쇼핑을 즐기기에도 알맞다. 제법 멀리서도 찾는 이들이 적지 않다.

▲ 봄날 건국대 일감호 둘레길은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인기다. 벚나무 아래 벤치에서 연인과 함께 일감호를 바라보는 것은 말 그대로 '봄날의 사치'다.(사진=건국대 제공)

한편 유명세 때문에 상춘객이 넘쳐나는 대학캠퍼스는 남모를 고민도 안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입소문을 타면서 대학캠퍼스를 찾아 봄을 즐기고 가는 상춘객들이  많아지는만큼 이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가 골칫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교정에서 크게 떠들거나 소란을 피워 시험기간을 앞둔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기도 한다. 봄날의 정취를 즐기러 온 상춘객들은 이곳이 학교라는 점을 감안해 배려가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