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행복(본지 논설위원/한양대 교수)

언어의 기능은 의사소통이다. 언어는 문화이기도 하다. 언어의 이러한 속성 때문에 타 언어권의 사람들과 소통할 때는 그들의 언어를 사용해야만 진정한 소통이 가능하다. 영어가 널리 통용되기는 하지만 대화 당사자 모두에게 외국어라면, 그 대화에서 진정한 소통이 이뤄지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한국인과 중국인이 대화하는 경우에는, 한국어나 중국어를 사용하는 것이 밀도 있는 소통을 기하는 방법일 수밖에 없다.

언론보도로는 2010년도에 한국의 무역의존도는 101.98%에 이르렀고, 2011년도에는 110.30%로서 G20 중 가장 높았다. 2012년도에도 한국 경제의 무역의존도는 세계에서 가장 높았으며, 2013년 봄에도 한국 경제의 대외의존도가 3년째 100%를 초과했다고 보도됐다. 우리 경제가 ‘국제적’ 인재의 양성을 절실히 요청하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우리 경제의 지속성장을 위해서는 외국어교육의 강화를 통해 시장 다변화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한국과 중국 간의 무역액이 우리와 미·일 양국 간의 무역액을 초과한 것은 오래전이고, ‘BRICS’라는 용어도 등장했으니, 이들 국가를 우리의 주요 시장으로 유지하거나 개척할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

2000년에 ‘제2외국어’를 수능시험 과목으로 다시 편입할 때 그 논리적 기반은 “글로벌 시대의 도래에 따른 외국어 교육의 다양화”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정부는 “영어몰입교육”이라는 말을 만들어 외국어 교육의 기반을 와해시켰는데, 영어만 강조하는 것은 ‘미국화’일 수는 있어도 ‘세계화’ 이기는 어렵다. 그러므로 교양영어의 필수화를 해제한 모 대학의 방침에 주목할 필요가 있으며, 대학의 교양영역에서 외국어 과목들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 또한, 대학들이 학과를 불문한 채 요구하고 있는 ‘영어전용강의’도 폐지를 검토해야 한다.

외국어는 대학의 ‘수학능력’과 직결될 수밖에 없다. 모든 텍스트를 영어로 읽으면 된다는 말은 성립될 수 없고, 대학은 당해국의 언어로 텍스트를 읽을 수 있는 학생을 선발함으로써 우월한 고등교육을 지향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대학들은 신입생을 선발하면서 외국어 분야에서는 영어 점수만을 반영하고 있다. 제2외국어 성적을 신입생 선발에 반영하도록 제도를 바꾸어야 한다.

고등학교 교육과정도 재편해야 한다. 제2외국어를 ‘외국어’ 영역으로 환원시키고, 영어 이외에도 1개의 외국어를 일정 시간 이상 공부하도록 했던 제도로 되돌려야 한다. 현 정부가 '공교육 정상화'를 국정과제 중의 하나로 설정하였는데, 사교육을 줄이고 ‘교실수업’을 부활시키려면, 외국어 부문에서는 영어 일변도의 제도를 바로잡아야 한다. 국,영,수 세 과목이 차지하고 있는 과도한 비중을 줄이는 것이 공교육 정상화의 첩경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

특정 교과만을 편식하게 하는 교육제도를 하루빨리 바로잡아야 한다. ‘융합적’ ‘창의적’ 인재 배양을 위해서는 균형 잡힌 교과 교육이 선행되어야 하며, 중등교육부터 대학 과정에 이르기까지 학생마다 개성 있는 공부를 장려하는 제도를 수립해야 한다. 글로벌 환경에 유연하면서도 진취적으로 대응함으로써 더욱 나은 미래를 열어갈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다양한 외국어 교육의 강화책 수립을 주저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