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이우희 기자] 지난 17~18일, ‘서울대 44위’를 제목으로 내건 기사가 일제히 언론을 도배했다. 서울대가 영국 대학평가기관 THE(Times Higher Education)가 발표한 세계대학평가에서 전년도에 비해 15계단이나 상승한 44위를 기록했다는 소식이었다.

작년에도 같은 뉴스가 있었다. 지난해 10월 3일에도 언론은 ‘서울대가 THE 세계대학평가에서 전년도보다 15계단 상승한 44위를 기록했다’는 기사를 일제히 보도했다. 당시 KAIST 56위, 포스텍 60위 등 기사에 등장하는 모든 대학의 순위가 이번과 다르지 않았다. 한 마디로 대부분의 언론이 지난해 10월과 올해 3월 두 차례에 걸쳐 똑같은 내용의 기사를 반복해서 쓴 것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우선 같은 자료지만 자료를 공개한 주체가 서로 달라 언론이 착각했을 가능성이 있다. THE는 매년 9월~10월 경 세계대학평가 종합순위를 발표한다. 지난해의 경우 현지시각 10월 2일에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올해는 한 유학기관이 이미 공개된 자료를 바탕으로 보도자료를 만들어 언론에 배포하고 THE 관계자를 초청한 기자설명회를 열었다. 일부 언론은 ‘재탕’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썼을 가능성도 있다. 서울대 관련 소식은 주목도가 높아 기사화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거의 모든 매체가 썼기 때문에 혼자만 외면하기도 힘들었을 것이다.

각자의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이번 해프닝은 어쩌면 우리나라 언론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건이다. 언론 환경이 온라인을 통한 실시간 속보 경쟁으로 치달으면서 기자들은 사실 검증을 할 시간적 여유가 거의 없는 상황이다. 이번 뉴스의 경우 재탕이라는 점도 문제지만, 하필 이 시점에 누가 왜 같은 자료를 냈는지도 검증이 필요한 대목이었다. 이번에 자료를 배포한 주체는 THE 대학평가에 관여하는 한국법인도 공익성을 띤 단체도 아닌 그저 유학업체일 뿐이었다. 홍보 의도가 다분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기성 언론은 속보 경쟁에 있어서 결코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이길 수 없다.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이들 SNS를 통해 ‘뉴스’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많은 기사가 SNS에 올라온 소식을 바탕으로 재가공해 만들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이 같은 언론 환경에서 기성언론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속보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언론기사는 SNS에서 떠도는 소식이 정말 사실인지 궁금할 때 최종판정을 내려줄 수 있어야 한다. 이번과 같은 해프닝이 반복되어선 안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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