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일대학 취업률 낮다는 이유로 연극과·문예창작과 폐지 '도마위'

소설가 이외수 “진리탐구 대신 취업탐구에 전념하는 대학들 씁쓸하다” 비판

▲ 대학들의 잇따른 학과 구조조정에 대해 소설가 이외수가 트위터를 통해 “대학들이 갈수록 저급해진다”고 비판했다.

[한국대학신문 백수현 기자] 서일대학이 예체능계열 학과인 연극과, 문예창작과, 사회체육골프과를 잇따라 폐과하고 레크레이션 야간과정을 폐강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전문대 예체능계열의 존폐가 더욱 위태롭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취업률만으로 학과 평가하지 말라”= 서일대학 문예창작과 측은 “지난 21일 오후 5시 학교로부터 '학과를 폐지하겠으니, 2015년도에 신입생을 받지 말라'는 통보를 받았다. 사전 어떠한 권고도 없는 일방적인 통보였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학교에서는 정부정책으로 인해 2015학년도에 학생 180명을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취업률이 낮은 학과가 우선시 될 수밖에 없다고 말하지만, 이것은 문학이라는 특성을 고려치 않은 행위다. 매년 지원자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32개 학과 가운데 2014년 신입생 지원률 12위)에서 단지 취업이 잘 안 된다는 이유만으로 22년간 존속한 학과를 없앤다는 것이 옳은 일이냐”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연극과, 문예창작과, 사회체육골프과의 정원은 모두 40명이다. 대학 홈페이지에 안내된 2013학년도 수시1차 입시결과(일반전형 기준)를 보면, 문예창작과의 경쟁률은 24.14대 1, 연극과는 53.5대 1, 사회체육골프과는 3.5대 1이다. 수시2차에서는 각각 18대 1, 36.5대 1, 3.4대 1을 기록했고, 정시1차도 마찬가지로 11.88대 1, 28.31대 1, 3.4대 1, 정시2차는 28.5대 1, 60대 1, 23대 1을 기록해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대학 입장에서는 구조조정을 통해 반드시 인원감축을 해내야 한다는 데 문제의 핵심이 있다. 서일대학은 폐과의 이유로 “정부가 추진 중인 전문대학 육성정책의 핵심은 국가직무능력표준(NCS) 기반의 교육과정을 운영해 전문대학 취업률을 8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것인데, 그러기엔 연극과 등의 예체능 관련 학과의 취업률이 너무 낮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 정부 정책에 무조건 맞추기보다 미래 보는 교육해야”= 지난 17일 교육부는 대전보건대학에서 열린 '전문대학 특성화 및 NCS기반 교육과정 운영 설명회'를 통해 전문대학 육성사업 시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공학 △인문사회 △자연 △예체능 등 4개 계열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특성화사업 선정 시 연차별 정원 감축계획에 3점, 지난 3년간 정원 감축 실적에 2점 등 대학 구조개혁과 관련해 총 5점을 배정했다. ‘감축계획’이란, 입학정원 감축을 기본요건으로 하며 나아가 편제정원 감축까지 의미한다.

2016년까지 7% 이상을 감축한 대학은 최우수로 분류해 가산점 3점을 주고, 5% 이상 감축한 대학은 우수로 평가돼 가산점 2점을 받고, 3% 이상을 감축한 경우 가산점 1점이 주어진다.

강원지역 모 전문대 기획처장은 “무조건 7%를 줄인다는 게 거의 모든 대학들의 생각이다. 우선 내년에는 3~4%의 정원을 줄이려 한다. 급박하게 돌아가는 구조조정 상황 속에서 학과마다의 사정을 고려하고 일일이 의견을 듣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많다”고 토로했다.

‘예체능 분야의 특성화’를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또다른  전문대의 기획처장은 “사실 예체능계열의 취업률이 일반적으로 다른 학과·계열보다 다소 낮은 것은 사실이나, 반드시 그렇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대학의 경우도 고민이 많았지만,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미래를 보자는 측면에서 인간생활에 반드시 필요한 예체능계열을 특성화하기로 결정했다. 급한 대학일수록 취업률에 집착하는 것 같다”며, “‘예체능계열이 직업교육기관인 전문대에 맞지 않다’, ‘NCS 기반의 교육과정 도입으로 고용창출은 불가능하다’는 생각은 너무 섣부른 판단”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성화사업, 구조개혁 등 최근 대학 정책의 핵심은 산학융합을 통한 인력육성이다. 예체능도 마찬가지다. 길게 봐야지 단순히 현 정부정책에 급히 맞추겠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요동치는 정책에 무작정 따라가기보다 대학 스스로 중심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소설가 이외수 “언젠가 대학 폐기할지도”= 이와 관련해 소설가 이외수의 트위터 내용이 온라인상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자신을 서일대학 문예창작과 14학번이라고 밝힌 한 학생은 지난 23일 “저는 글 쓰는 것을 꿈꾸는 서일대 문창과 14학번 학생입니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취업률이 낮아 미래가 없단 이유만으로 학과를 폐지하겠다고 통보했습니다. 우리 과를 지키고 싶습니다. 도와주세요. 작가님”이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이에 대해 이씨는 “예술을 취업하기 위해 선택한 학생이 몇 명이나 될까요. 대학들이 갈수록 저급해지네요”라는 글로 안타까움을 표하기도 했다.

또 25일에는 “대학들이 학생들의 동의도 없이 학과들을 통폐합하거나 폐기해 버리는 처사를 단행해서 물의를 빚고 있습니다. 이러다 언젠가는 대학을 폐기할 날이 올지도 모릅니다. 언제부터 대학이 진리탐구 대신 취업탐구에 전념하게 되었을까요. 참 씁쓸한 일입니다”라는 글로 일방적인 대학들의 학과 구조조정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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