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충남대에서 교육부의 고등교육정책 사업설명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는 교육부의 사업주관 책임자인 대학정책관, 대학지원관, 대학재정지원과장 등 실무 국·과장급이 총 출동해 대학관계자들로부터 올해 시행될 교육부 주요 고등교육정책사업에 대해 질의를 받고 응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당장 4월에 접수를 앞두고 있는 예산 2578억원의 특성화사업에 관한 질의응답시간에는 사업목적과 계획이 구체적이지도 않아 대학들의 혼란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왔다. 당초 예정된 시간을 훨씬 넘겨 구체적인 사업방향 등에 대한 질문이 쏟아지자 사업관련 컨설팅까지 해주겠다던 국장급 관계자가 밤새도록 얘기해도 힘들 것 같다며 진땀을 빼는 모습이 연출됐다.

지난21일에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주관하는 고등교육 전문가 100인 토론회에서는 재정지원을 미끼로 구조조정을 엮어 대학들 줄서기를 강행하는 정부를 이해 할 수 없다며 마치 김영삼정부의 대학설립준칙주의처럼 미래에 ‘실패한 정책’이라는 판단이 서면 누가 책임을 지느냐며 비난이 폭주했다.

최근 많은 대학전문가들은 법적·제도적 기반을 마련해 2023년까지 3주기로 나눠 대학정원 16만명을 감축하되 국공립사립 할 것 없이 모든 대학을 5등급으로 절대평가 해 구조개혁을 하겠다는 교육부 발상은 위헌적 요소가 많은 정책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설사 관련법이 입안되어 시행되더라도 헌법소원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으며, 관련법의 입안자체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현재 교육부에서는 이미 접수가 끝난 LINC사업을 제외하고 특성화사업, 전문대학 육성사업, ACE사업, 고교교육정상화기여대학 지원사업 등 무려 1조원 가까이 예산이 투입되는 각종 사업들이 계획되어 있다. 여기에 대학구조개혁 추진계획까지 겹치는 등 여러 가지 사업과 계획이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러니 정책을 입안하는 교육부 관계자도 정신이 없고, 더욱이 교육부 눈치만 봐야하는 대학현장은 더 더욱 정신이 없다. 한 대학관계자의 “우리도 뭐가 뭔지도 모르겠고,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솔직히 신학기가 개강됐는데 학생들 교육은 뒷전이다. 그런데 더욱 심각한 것은 교육부 관계자들도 자기들이 뭘 해야 하는 것인지를 모르고 우왕좌왕 하고 있는 것 같다”라는 말은 현 교육부의 대학정책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

안 그래도 교육부가 대학위에 군림하면서 감독· 선수· 심판 역할을 다 한다는 지적이 비등하다. 실적주의, 보여주기 식 전시행정으로 대학현장을 교육부 눈치나 보고 줄이나 잘 서게 만드는 것은 대학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대학들을 교육부 2중대로 만드는 일이다.

일선 대학에서는 교육부가 큰 틀의 방향만 제시하고 제발 좀 내버려두라고 아우성이다. 어차피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인한 구조개혁이 필수적이라는 사실은 대학이 먼저 알고 있다. 지방의 어느 대학이 자신들이 짜놓은 구조개혁 로드맵보다 교육부 안이 더 느슨하다고 얘기하는 것을 보면 대학들 스스로 피나는 구조개혁을 추진 중임을 알 수있다.

한편 대학현장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언론이나 국회에서 ‘교육부는 뭐 했나’는 지적을 하면 할수록 교육부의 권력을 강화하는 꼴이라는 지적도 많다. 교육부가 개별 대학 운영의 소소한 부분까지 챙기고 개입하면 교육부도 힘에 부치고 대학들도 엄청 피곤해 한다.

교육부는 정부 중앙부처답게 큰 방향만 제시하고 심판만 제대로 보면 된다. ‘감놔라 배놔라’ 하다보면 배는 산으로 가고 나중에 누가 뭘 했는지 아무도 모르게 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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