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신나리 기자] 복장이 불결해 타인에게 혐오감을 주면 징계를 받는다. 유학 갈 때 총장의 승인을 받지 않을 시 제적 처리된다. 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 학교에 있으려면 학교 측 허가가 필요하다. 교내 행사의 3분의 2 이상 참여하지 않은 학생은 일체의 장학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수감자들이 지켜야 할 규율이 아니다. 대학의 재학생에게 주어지는 학칙이다. 누군가의 복장이 타인에게 불쾌감을 불러일으키는지 정도와 잣대는 있을 수 없다. 유학 역시 개인의 선택문제이지 총장의 허락이 필요한 부분이 아니다. 군부 독재시대가 아니고서야 교내 행사의 참여 역시 개인의 자율권이지 장학금으로 참여 의무를 지우게 할 수 없다.

몇 번을 다시 읽어봐도 ‘상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학칙이 대학에 버젓이 존재한다. 학생회장 출마 시 학점으로 규정하고 단체조직을 제한하는 것을 학칙으로 규정한 학교는 그 수가 더 많다.

민주당 전국대학생위원회는 지난해 4월부터 6월까지 전국 172개 4년제 일반 대학의 학칙을 조사해 위와 같은 비상식적인 학칙 사례를 발표했다. 지난 26일에 ‘대학, 안녕들 하십니까’는 위헌 학칙 개정을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학칙의 피해자인 학생들은 “헌법이 보장한 인권과 표현의 자유를 지성의 전당인 대학이 침해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자율적이고 민주적이어야 할 대학 캠퍼스의 2014년 모습에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에게 돌아간다. 이러한 학칙들은 학생들의 대학 내 학생자치와 학교운영에 참여를 주저하게 한다. 실제로 위헌적 학칙이 있는 학교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취업 등 대학 졸업 후 사회 활동에 학칙을 어겨 받은 징계가 문제가 될까 신경 쓰이는 게 사실”이라며 “이렇듯 학칙의 심각한 문제 중 하나는 어느 순간부터 자신을 검열하며 학교 방침을 고민해 행동하게 만드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학생은 고등교육법 제12조 1항과 교육기본법 제5조 2항에 따라 학내 자치활동과 학교운영에 대한 권리를 인정받는다. 학교를 운영하는 예산 역시 학생의 등록금이다. 학내 의사결정에 학생들의 의사가 반영돼야 함은 당연하다. 대학의 위헌적 학칙은 학생이 학교의 주인임을 부정하고 있다.

다행히도 이와 관련 법 개정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장하나 민주당 국회의원은 비민주적·반인권적 학칙들이 개정될 수 있도록 고등교육법 6조를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학칙개정위원회를 설치하고 운영에 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함과 동시에 문제가 있는 학칙에 대해 교육부가 직접 시정명령을 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대학은 인격을 도야(陶冶)하고, 국가와 인류사회의 발전에 필요한 심오한 학술이론과 그 응용방법을 가르치고 연구하며, 국가와 인류사회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등교육법 제28조에 나온 대학의 법적 공공성에 대한 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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