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재정지원사업 가산점 만점 받으려 너도나도 10% 감축”

“특성화나 교육 개선은 뒷전, 정부가 대학 퇴보 조장” 비판도

[한국대학신문 민현희·이연희 기자] 교육부가 각종 정부 재정지원사업과 정원감축을 연계하기로 하면서 대학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정부 재정지원사업 유치에 사활을 건 지방대들은 정원감축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어느 학과를 구조조정할지 고심 중이어서 상당수 대학이 구조조정으로 인한 극심한 진통을 겪을 전망이다.

27일 대학가에 따르면 교육부는 올해에만 총 2587억원이 투입되는 수도권 대학과 지방대 특성화사업, 573억원이 투입되는 학부교육선도대학육성(ACE)사업 선정 평가에서 정원감축에 대해 최대 5점의 가산점을 준다. 올해 입학정원 대비 2017학년도까지 10% 이상을 줄이면 5점, 7% 이상~10% 미만은 4점, 4% 이상~7% 미만은 3점을 부여한다.

정부 재정지원사업은 0.5점 차이로도 당락이 갈릴 수 있어 가산점이 가지는 위력이 막대하다. 다른 평가 지표들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정원감축을 통해 가산점을 획득함으로써 사업에 선정되는 대학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때문에 사업 유치가 절박한 지방대들은 가산점 만점을 받기 위해 너도나도 입학정원을 10% 이상 줄이겠다는 분위기다.

부산지역 한 사립대 교수는 “동남권 지역 사립대 중 입학정원의 10% 이상을 감축하지 않겠다는 곳이 없다”며 “특성화사업 등에서 가산점 5점을 받으려면 어쩔 수 없다. 사업 선정을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정원감축을 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충청지역 한 대학 보직교수도 “대부분의 지방대가 정원을 10% 이상 줄인다고 하니 가산점이 기본점수가 될 판”이라며 “정원감축에 의해 감소한 등록금 수입을 사업비로 모두 충당하기는 어렵겠지만 사업에 선정되지 못할 경우 대외 이미지 하락 등 더 큰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보여 사업 선정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현재 지방대들은 어느 학과를 통·폐합해 정원을 줄일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경성대의 경우 지난해 한 차례 강도 높은 학과구조조정을 단행하고도 올해 다시 전방위적인 구조조정을 계획하고 있다. 취업률 등 단과대학별 평가 결과 성과가 좋지 않거나 정원이 상대적으로 많은 단과대학의 볼륨을 줄이는 방식이다.

경성대의 한 교수는 “우리 대학은 지난 수년간 정원감축을 위한 단과대학 평가 틀을 다듬어왔다. 그런데 교육부의 정원감축 드라이브가 예상보다 빨라 대학본부도 계획보다 빠르게 정원감축을 진행하고 있다”며 “정부 정책에 대응하겠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본질조차 다른 학문단위 간 통폐합을 무리하게 추진해 교수들도 반발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동의대는 2015학년도에 올해 입학정원(3905명)의 약 5%인 200명을 줄기기로 확정했으나 추가적인 정원감축을 준비하고 있다. 이 대학 한 보직교수는 “특성화사업 선정을 위해 추가적으로 정원을 감축하는 것을 논의 중”이라며 “우선 정원감축을 한 상태이기 때문에 구성원 의사조율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재정지원사업과 정원감축을 연계하는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호남지역 한 대학 교수는 “목적 외의 목적인 정원감축이 사업의 본래 목적까지 훼손하고 있다. 대학들은 특성화나 학부교육 개선은 뒷전이고 ‘어디서, 어떻게 정원을 줄일까’에 대한 고민만 거듭하고 있다”며 “정부가 대학교육의 퇴보를 조장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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