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일대학 문예창작생들, 일방적 통폐합 반대 침묵시위
구체적 구조조정안 제시없이 통보식 추진으로 반발
[한국대학신문 백수현 기자]최근 폐과에 이어 학과 통폐합 논란에 휩싸인 서일대학 문예창작과 학생들이 31일 서울 세종로 정부청사 후문에서 시위를 돌입했다. 무기한 수업거부는 5일째를 맞았다.
■“우리는 문학을 배우고 싶다”= 이날 오전 11시부터 펼쳐진 침묵시위에는 문예창작과 재학생 80여명 중 60여명이 참가했다. 이들은 일방적인 대학 구조조정의 부당함이 적힌 피켓을 든 채 'X'가 그려진 마스크를 쓰고 침묵시위를 펼쳤다.
학생들이 주장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다. 바로 대학 측의 무성의하고 일방적인 구조조정 추진과정에 대한 항의와 학과별 특성이 고려되지 않은 인원감축안 철회다. 특히 22년 된 학과를 충분한 협의 없이 폐과 결정하고, 여론이 나빠지자 다시 곧 통폐합한다며 일방적으로 발표한 대학의 처사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 학과의 이준호 학생회장은 “구조조정으로 학과가 통폐합 위기, 사실상 폐과 위기를 맞게 됐음에도 대학에서는 여기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나 논의 없이 일방적이고 무성의하게 대처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학과 폐지, 통폐합 결정까지 한 달도 채 걸리지 않았다는 것은 이번 조치가 얼마나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고 있는지 잘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대학이 꾸준히 대화를 요청했음에도 ‘우리는 최종안을 통보했다’는 식의 대답만 할뿐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고 있다. 학생뿐만 아니라 학과 교수님들도 대화를 요청했지만 거부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체능학과를 공업계열과 통합한다는 게 말이 되나”= 대학 측이 주장하는 최종안이란, 공업계열인 미디어출판과의 통폐합이다. 당초 서일대학 측은 취업률이 낮다는 이유로 연극과, 문예창작과 등의 일부 예체능계열 학과의 폐과를 결정했으나, 언론에 잇따라 보도되며 비판이 일자 학과 통폐합으로 방향을 바꿨다.
통폐합 안에 대해 문예창작과 측은 “사실상 폐과”라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회장은 “공업계열인 미디어출판과와의 통폐합은 말도 안 된다. 학교에서는 두 학과의 커리큘럼이 거의 비슷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미디어출판과는 책을 만드는 것을 배우고 우리는 책을 쓰는 것을 배운다. 어떻게 같을 수가 있냐”며 한탄했다.
당초 문예창작과와 함께 폐과 논란에 중심에 섰던 연극과는 현재 대학 측과 협의 중으로, 일체 언론과의 접촉을 하지 않고 있다. 대학이 통폐합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 경우도 당초 입학정원인 40명을 어느 정도 보장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연극과와 달리 문예창작과가 무기한 수업거부와 함께 거리로 나서게 된 것은 대학에게 어떤 약속도 받지 못한 것도 한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다른 학과의 경우 두 과가 합하면 80여명(40+40명)의 입학정원 중 60여명 정도로 조정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우리 과의 경우 입학정원이 40명인데 다른 과와 통폐합해 40명이 된다면 사실상 폐과나 다름없게 된다”고 주장했다.
■“총장직무대리에 의한 일방적인 구조조정”= 또 하나 이번 문제와 결부된 것은 총장대리의 문제다. 문예창작과는 지난 28일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지난 총장 임기 당시에 추진한 사업에는 단, 한 번도 폐과나 통폐합에 관한 말을 듣지 못했지만, 총장 대리는 취임 후, 20일 만에 폐지 및 통폐합을 단독으로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현재 서일대학은 전임 총장인 한덕전 총장이 지난 2월 25일자로 퇴임한 이후 최인호 총장 직무대리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문예창작과 측은 “신입생이 입학한지 3주 만에 일어난 일에 우리는 분노할 수밖에 없다. 등록금을 낸 우리는 학습권을 보장받을 권리가 있다. 정확한 지표도 밝히지 않는 구조조정에 대해서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서일대학 문예창작과는 매년 지원자가 늘어나고 있다. 22년의 전통을 가진 학과를 사전합의도 없이 폐지하겠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며 학교의 주인인 학생의 권리를 무시하는 행동”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실제로 이 대학 문창과는 2014년 신입생 지원율이 32개과 가운데 12위로 중상이상 수준으로 분류된다.
[인터뷰]서일대 문예창작과 이준호 학생회장 “추진과정이 문제 ‥ 정부도 시장논리 따른 구조조정 강요 말라"
-세종시가 아닌 서울 정부청사 앞에서 시위를 하는 이유는.
“사실 많은 인원이 한 번에 움직이는 일이 쉽지 않다. 그래서 바로 얼마 전까지 교육부가 있었던 곳이기 때문에 상징적인 의미에서 시위장소로 선택했다.”
-학생들이 모이게 된 경위는.
“모두 자발적으로 모였다. 대부분 문예창작과 학생들인데 대학 측의 일방적인 구조조정에 대해 분개하고 있는 상황이다. 교수님, 졸업생, 다른 학과 학생들 등 우리의 의견에 동조하며 힘을 실어주시는 분들이 많다.”
-대학 구조조정은 사실 어쩔 수 없는 상황 아닌가.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우리가 구조조정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 방침이 그렇다면 학교를 위해서도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본다. 문제는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과정이다. 22년 된 학과를 학생들과 한 마디 논의도 없이 이런 식으로 내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학교에서 ‘이렇게 이렇게 해서 구조조정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충분히 납득시켜준다면 우리가 이렇게까지 할 이유가 없다.”
-취업률 저조를 구조조정 주요 이유로 들고 있다.
“문학은 돈벌이 수단이 될 수 없다. 문예창작과는 문학을 공부하고 창작하는 곳이다. 전문대의 주요 목적이 취업이지만, 문학은 취업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교육부는 시장논리에 의해서 대학의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대학은 지원금 때문에 교육부 정책에 따를 수밖에 없다. 현재 진행 중인 구조조정의 문제는 학문의 균형, 이성적 논리, 각자의 재능, 국가의 미래를 무시하고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시위를 언제까지 이어갈 것인지.
“우리의 주장이 관철될 때까지 시위는 이어질 것이다. 학생 신분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 그것이 너무 안타깝고 슬프다. 학교도 우리와의 대화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거리로 나서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 우리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져달라. 우리 학과, 우리 대학만의 문제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