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이연희 기자] 말(馬)이 운동 후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 생물학적 과정인 염증과 세포사멸에 연관된 유전자의 유전체 진화 기전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밝혀졌다. 특히 이번 결과는 기존에 통용돼 온 ‘참조 게놈(reference genome)’을 사용하지 않은 새로운 유전자 연구(de novo based analysis)로 주목받고 있다.

조병욱 부산대 동물생명자원과학과 교수팀(박사과정 조현우, 석사과정 최재영·박정웅)과 ㈜조앤김 지노믹스 연구팀은 최근 공동 연구를 통해 말, 특히 경주마인 더러브렛(Thoroughbred)의 운동반응 변화와 관련해 기존의 참조 게놈을 사용하지 않고 새로이 발현된 독특한 유전자를 분석하는 데 성공했다. 이 연구결과는 지난 21일 발간된 미국 공공과학도서관 온라인 학술지 ‘PLoS One’에 게재됐다.

말(학명 Equus caballus)은 말과의 아종으로, 5500년에서 6000년 전 중앙 유라시아에서 야생마를 가축화하기 시작한 이래 인내력, 강인함 그리고 질주 속도를 기준으로 육종돼 왔다. 그 중 더러브렛 품종은 경주마로 잘 알려져 있으며,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경주마 산업의 일등 공신으로 꼽히고 있다. 그로 인해 각 나라별로 혈통관리를 철저히 하며 국제적으로 인공복제를 법으로 규제하고 있다. 가격은 평균 마리당 4000만 원으로, 경주 성적이 좋거나 운동 능력이 뛰어난 개체의 경우 수십억 원을 넘는 고부가가치 동물이다.

말의 참조 게놈(reference genome)은 2007년 MIT(매사추세츠공과대)의 말 게놈 프로젝트로 만들어졌다. 말 게놈 프로젝트는 연구자에게 말과 다른 포유류와의 비교분석과 말의 운동 생리학 및 질병 등의 이해를 돕고자 시행됐다. 말은 알레르기, 관절염 등 사람이 가지는 몇몇 질병을 지니고 있어, 이를 통해 사람의 건강을 치료하는 발판을 마련하고자 연구가 진행돼 왔다.

기존의 말 연구자들은 대부분 기본적으로 이 참조 게놈을 이용해 말 유전자를 분석해왔다. 하지만 이 참조 게놈이 각 경주마 게놈의 전체를 반영한다고 볼 수는 없었다. 이에 이번 연구에서는 경주마 6마리에서 운동 전과 후 혈액과 근육에서 전사체를 얻어 참조 유전체를 통해 얻지 못한 고유의 차등 발현 유전자 정보들을 찾아내어 각 조직에서 작동되는 유전자 하나 하나의 발현 정도를 측정했고, 각 조직에서 운동 전후에 발현이 차이가 나는 유전자를 선발했다.

결과적으로 참조 게놈을 사용해서는 찾을 수 없었던 새로운 경주마 운동변화 반응과 관련된 유전자들을 발견했다. 이는 운동에 의한 스트레스에 연관된 반응, 즉 염증(inflammation)과 세포사멸(apoptosis)에 연관돼 있고 이들 유전자들은 6천 년의 진화 간격을 가진 더러브랫과 제주마의 유전체 진화 분석 결과에서도 발견됐다. 이를 통해 말은 근육에서 운동 시에 발생하는 생리적 스트레스에 신속하고 적절한 반응을 나타내기 위해 진화돼 왔다는 것을 최초로 확인했다.

조 교수팀은 이에 앞서 지난해 세계 최초로 경주마의 전사체 해독 및 유전자 맵 구축에 성공해 관련 논문을 온라인 의학전문지인 ‘BMC Genomics (BioMed Central Genomics)’지에 개재(2012년 11월)했으며, 그 후 경주마 골격근의 진화적 기작을 밝혀 영국 옥스퍼드 저널에서 출간하는 과학전문지 ‘DNA Research’에 연구결과를 발표(2013년 4월)한 바 있다.

조병욱 교수팀은 이번 연구를 기반으로 추후 올해 처음으로 말 산업특구로 지정된 제주도의 제주마 진화 유전체 연구를 통한 혈통보존과 산업화 연구에도 큰 기여를 할 전망이다.

이번 연구는 농촌진흥청의 차세대바이오그린21 사업과 부산대 LINC 사업의 지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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