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 아닌 ‘우리’가 행복한 교육 위해 노력할 것”

"연령별 교수 참여해 대학발전 이견 논의·조율"
"단순 취업률 아닌 교육 만족도 지표 만들어야"
"반세기 이어온 바롬인성교육, 이젠 공유할 때"

[한국대학신문 이재 기자] “서울여대는 지난 53년간 일관된 교육철학을 유지하면서 이미 여대로서 특성화됐다. 남은 과제는 우리의 성과와 노하우를 밖으로 확산시키는 것이다.”

취임 1년2개월째를 맞은 전혜정 서울여대 총장이 인터뷰 말미에 강조한 말이다. 지난해 모교인 서울여대 총장으로 취임한 전 총장은 학령인구 감소와 이에 대응한 고등교육 구조개혁의 격랑 속에 모교를 지키고 있다.

서울여대는 지난 1961년 문을 열었다. 대한예수교장로회는 사회를 위해 일할 여성인재를 키워야 한다는 소명의식 아래 서울여대를 설립했다. 설립 첫 해부터 서울여대는 지금의 기숙형 대학(Residential College, RC) 방식의 인성교육프로그램인 바롬인성교육을 실시했다. 모든 학생이 생활관에서 공동생활을 하며 인성교육을 받는 바롬인성교육은 공동체 가치교육을 상징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학부교육선진화선도대학(ACE)사업 1기 우수사례로 선정되는 등 ‘잘 가르치는 교육’의 모범사례으로 인정받고 있다.

전 총장은 “항상 모든 교육의 끝에는 ‘나’라는 개인이 있다. 그러나 이제 개인이 아닌 ‘우리’라는 공동체를 위한 교육이 실시돼야 할 때다. 서울여대의 핵심교육가치인 공동체 가치교육을 통해 이를 실현할 것이다”고 밝혔다.

- 모교 총장으로 취임한 지 1년여가 지났다. 소회를 남다를텐데.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르겠다. 질문을 받고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참 감사하다는 것이다. 교수와 직원, 학생 등 모든 구성원이 서로 신뢰하고 화합하며 대학의 가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기독교신앙이 확고한 학교라고 자부하고 있었는데, 지난 사립대학총장협의회에서도 다른 총장들이 놀랄 만큼 서로의 신뢰가 돈독하다. 구성원의 힘에 의해 성장해온 학교인 만큼 앞으로도 두려움이 없다.”

- 신뢰가 바탕이 됐더라도 밀려오는 구조개혁 여파로 갈등이 불가피할텐데.
“서울여대는 지난 15년간 대학구조개혁의 격랑에서 다소 비켜나 있었다. 그 사이 학교 구성원들에게 학교가 변해야 한다는 자각이 생겼다. 갈등이 없진 않지만 22명의 구조개혁위원회를 구성해 소화하고 있다. 교무위원 전원과 교수평의회 회장 · 부회장, 단과대학의 연령별 중진교수들이 모인 조직이다. 경력에 따라 알맞게 분배가 돼 여론을 잘 수용하고 논의를 건설적으로 진행할 수 있었다. 교수들이 공동체 가치를 실제로 실현시키는 모습이 학생들에게 전달돼 교육적인 효과도 거두고 있다고 생각한다. 5회에 걸친 회의 속에서 갈등을 잘 조율해 나가고 있어 파열음이 나지 않았다.”

- 구조개혁 등 정부의 대학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나.
“취업률 지표에 문제가 많다. 그보단 학교와 교육에 대한 만족도 지표를 만들어야 한다. 취업률을 높이려고 다양한 편법을 쓰지 않나. 취업률이 낮은 대학으로 나와도 겸허히 받아들이고 최선의 결과를 내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 취업률이 워낙 비중있는 지표라 그렇게 안된다. 교수가 제자를 데리고 다니며 취업률 조사시기까지만이라도 데리고 있어달라고 사정한다고들 한다. 제자에게 무슨 교육이 되겠나. 교육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교육이 망가지고 있다.”

- 학부교육선도대학(ACE)사업은 정부지원사업 중 손꼽히는 ‘명작’이다. 서울여대의 ‘바롬인성교육’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1961년 개교한 서울여대의 역사가 53년이다. 바롬인성교육의 역사도 53년이 흘렀다. 개교 당시부터 줄곧 이어온 서울여대의 교육철학이 바롬인성교육에 모두 녹아있다. 대학기관평가인증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고, ACE사업에서도 우수사례로 평가받았다. 이제는 이 성과를 우리 대학에서만 누리지 않고 널리 확신시키려 한다. 초중고 등 각급학교 뿐만 아니라 학부모와 자녀 사이의 인성교육 등에도 역할을 할 수 있다.”

- 바롬인성교육은 최근 많은 대학이 눈여겨보고 있는 RC와 유사한데.
“RC에 앞장서는 여러 대학들이 있다. 서울여대는 그 대학들 중에서도 선도적으로 RC교육인 바롬인성교육을 행해왔다. 개교 당시부터 공동체 가치를 핵심교육가치로 놓고 공동체 생활을 통한 교육을 강조했다. 현재는 대학의 규모가 커져 일부만 시행하고 있지만 초창기엔 4년 동안 생활관에서 지내며 다양한 교육을 받았다. 시대적 패러다임의 변화에 따라 교육방식과 프로그램도 많이 바뀌었다. 가정의 다양한 역할과 기능을 체험할 수 있도록 조를 이뤄 한 달 간 아버지 역할과 어머니 역할, 그리고 자녀 역할을 해보는 역할분담 프로그램이 진행되기도 했다. 교비를 왜 이런 프로그램에 소모하느냐는 비판도 많았지만 대학의 교육가치를 지키기 위해 53년간 이어왔다.”

- 바롬인성교육도 여대만의 특징이라고 볼 수 있다. 대학가에 몇 남지 않은 여대 중 하나다.
“서울여대는 개교당시부터 사회를 위해 일할 여성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설립됐다. 당시 대한예수교장로회는 이것이 교계의 사명이라고 생각했다. 학령인구가 감소하면서 주변의 우려도 많지만 여성대학으로서 공동체 가치를 함양하는 여성인재를 양성하는 것으로 이미 대학특성화가 이뤄진 셈이다. 이제 이 소명을 더욱 발전시키는 것이 서울여대의 역할이다. 프로그램을 더 강화하고, 특성화를 주도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 재임기간 동안 목표가 있다면.
“53년 세월을 되짚어보면 서울여대의 교육목적이나 이념이 다른 대학과 많이 다르다. 세상을 향해 실천하는 나눔의 인재를 키우는 것이 목표다. 53년간 유지해온 것들을 다져서 ‘나’라는 개인만이 아닌 ‘우리’를 성장시키는 교육을 하겠다. 무엇보다 선행돼야 할 것은 대학구성원의 행복이다.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서울여대 친환경캠퍼스를 토대로 풍성한 문화가 흐르는 문화캠퍼스로 성장시키는 것도 목표다. 남을 행복하게 만드는 이의 행복을 꿈꾸는 학교를 만드는 것이 소망이다.”

*** 전혜정 서울여대 총장은…
1972년 서울여대 의류학과를 졸업하고 1985년 이화여대 대학원 의류학과를 졸업했다. 1994년 서울여대에서 이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2년부터 2003년까지 서울여대에서 전임강사·조교수·부교수로 재임했다. 대외협력처장과 사무처장, 의류학과장 학생처장 등 다양한 교내 보직을 역임했다. 1996년부터 1998년까지 패션비즈니스학회 이사 겸 편집위원을 지냈고 △한국복식학회 부회장(2011~2013년) △한국인터넷윤리학회 고문(2013~)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9년과 2011년 한국복식학회 우수논문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지난해 서울여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대담=박성태 발행인 / 정리=이재 기자 / 사진=한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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