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백우 신라대 재무처장

유학생에 대한 사람투자가 운명을 바꾼다. 한국 대학사회는 학생자원 감소와 대학구조개혁 등으로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도전과 마주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해외는 또 다른 출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정부의 K-무브사업도 이런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산학협력, 해외취업, 유학생 유치 등을 활성화함으로써 대학의 글로벌 역량을 강화해 나가는 일은 대학사회가 처한 위기를 이겨낼 수 있는 한 방안이 될 것이다. 대학의 글로벌 전략에 있어 유학생 동문은 채굴을 기다리는 광맥이다. 자기나라의 각 영역에 포진해 있는 유학생 동문 자원을 잘 연결시키면 글로벌 사업에 필요한 탄탄한 동아줄을 엮어낼 수 있을 것이다. 최고의 투자는 ‘사람투자’다. 유학생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관심’과 ‘사랑’이라 본다. 정든 부모형제 품을 떠나온 그들에게 이 보다 절실한 건 없을 것이다.

작은 정성이 사람을 감동시킨다. 우리대학엔 600명이 넘는 외국인 유학생이 다닌다. 국가수로는 33개국이다. 말 그대로 여러 인종이 ‘신라’라는 한 울타리에서 공존하고 있다.

중국 단둥 출신의 신라대 대학원생 왕쩌(王澤)는 필자를 ‘한국 아버지’라 부른다. 우리가 서로 인연을 맺은 건 올해로 4년째다. 탁구 파트너로 시작된 만남은 세월이 지나는 동안 집안일까지도 의논하는 사이로까지 나아갔다.

유학생들과의 만남은 왕쩌가 후배들을 데려와 소개시켜주면서 더욱 잦아졌다. 외동딸만 둔 처지라 유학생들이 아버지라고 부르며 따르는 게 반갑고 고맙다. 작년말 왕쩌와 함께 신라대학교의 해외동문회를 만들려고 중국 동북삼성지역으로 출장을 갔다. 단둥의 공무원인 여자동문과 항공사 대표인 남자동문은 초면임에도 무척 반겼다. 그들은 창학 60돌을 맞은 올해 중국동문회를 공식 출범시킨다는 모교의 계획에 고무돼 있었다. 남자동문은 “60주년 기념식 때 전세항공기를 띄우겠다”고 호기를 부렸다. 여자동문은 “독한 고량주 대신 약한 술로 분위기를 맞추겠다”며 맥주를 상자채 갖다놓고 연신 건배를 외쳤다.

지난 10여년간 우리대학을 거쳐간 외국인 동문들은 귀국 후 공무원, 기업체 대표, 대학 교수 등 다양한 영역에서 자리를 잡았다. 언어와 피부색깔은 다르지만 이들은 한국 유학을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었다. 사람은 누구나 외롭고 힘들 때 정이 소중함을 깨닫는다. 가족 품을 떠나 먼 외국땅에서 공부하는 자체가 고독한 일이다. 진심은 통한다. 그래선지 왕쩌의 후배들과 친구들은 아플 때 병원에 데려가주고 끼니를 거를까봐 돼지국밥이라도 사먹이려는 작은 정성에 눈물을 글썽거렸다.

유학생들은 무심코 던진 돌에 쉽게 상처받는다. 한 유학생은 누군가가 자신이 입은 옷을 보고 “이거 짝퉁 아니냐”고 농담을 해 기분이 상했다고 한다. 말 한마디가 천냥 빚도 갚는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우리가 생각 없이 휘두른 혀칼(舌刀)에 유학생들이 상처를 입고 이것이 쌓여 혐한감정으로 악화된다면 득 될 게 없다. 명심보감은 ‘사람에게 은혜와 의리를 베풀어라. 인생은 어느 곳에서 어떻게 만날지 모른다’고 말한다. 백번 옳은 말이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 인간관계도 이런 인과법칙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 있지 않다.

흥부가 따뜻하게 보살펴준 제비는 그의 운명을 바꿔줄 박씨를 물고 다시 돌아왔다. 유학생 동문들이 모교와 한국에 대한 고마움에 보답하려고 제비편에 부칠 박씨는 우리에게 흥부의 박 보다 더 큰 복을 가져다 줄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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