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학칙은 학교의 것, 필요하다면 규제 가능" 원론적 입장

[한국대학신문 이재 기자] 배재정 국회의원(새정치민주연합, 비례)이 제출한 고등교육법 개정안이 지난 9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올라갔다. 이 법의 골자는 학생에게 학칙개정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현안보고를 중심으로 한 이날 회의에서 개정안이 제대로 논의되지는 못했지만 대학가에 불고 있는 비민주적·비인권적 학칙 개선 움직임이 국회까지 진출한 첫 사례다.

대학가의 학칙이 학생들의 국민으로서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지적은 오래전 부터 있어왔다. 이미 지난 2010년 이화여대 총학생회 등은 학칙개정을 위한 헌법소원을 검토한 바 있다.

민주당(현 새정치민주연합) 전국대학생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172개 대학 중 53.4%가 학생들의 자치단체 조직을 허가제로 운영했다. 또 시위 및 집회의 권리를 제약하는 대학도 73.2%로 나타났다. 간행물 발행 시 사전 허가와 지도를 규정한 대학은 83.1%에 달해 거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들 학칙의 문제는 △추상적 단어의 남용 △총장 자의적 세부사항 결정 △비민주적 학칙 제·개정 절차 등으로 요약된다. 학생의 본분과 학교의 명예·학내 질서 등 추상적 단어가 학칙에 다수 포함돼 있고, 학칙의 제·개정 대학평의원회 심의를 제외하면 대학본부의 일방적인 절차로 결정됐다.

임재홍 방송통신대 교수(법학)는 “대학생은 학생 이전에 대한민국 국민이다. 국민으로서 누려야 할 당연한 권리가 대학 학칙에 의해 제한되고 있다. 명백한 인권침해다”고 강조했다.

대학의 학칙이 국민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해석은 이미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인정됐다. 인권위는 지난 2007년 “학칙에 의하여 학생이 정당 또는 정치적 목적의 사회단체에 가입하거나 그 단체를 위한 활동을 수행하는 등 제반 정치활동을 금지하고 학내·외 집회를 위해서는 반드시 학교 측의 승인 혹은 허가를 받게 하는 등 학생활동을 제한하고 있는 것은 인권침해다”고 결정했다.

최근 국회는 학칙개정 문제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장하나 국회의원(새정치연합)도 4월 임시국회 중 발의를 목표로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준비 중이다. 이 법은 배 의원의 개정안과 달리 학내에 학생이 참여한 학칙개정위원회를 두는 것이 골자다. 단순히 학칙개정안을 발의하는데 그치지 않고 학칙을 개정하는 결정권도 학생에게 나눠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야당의 개정안 통과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주무부처인 교육부와 여당이 대학 학칙을 고등교육의 자율성 차원에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는 지난 2011년 학칙을 교육부로 보고토록 했던 고등교육법을 개정한 바 있다. 법 개정으로 대학이 학칙을 제·개정할 경우 주무부처에 보고하는 조항이 삭제됐다. 개정이유는 '대학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자율성 제고'다.

새누리당은 현재 대학학칙에 대한 공식적인 당론은 없다. 교문위 의원들 또한 대학구조개혁 등에 더 집중하는 모양새다. 한 새누리당 국회의원 비서관은 “문제가 있다면 시정하고, 합리적인 규제를 실시한다는 입장”이라며 “그러나 학칙은 학교가 자체적으로 정하는 규칙이라 법에 명시할지 여부는 점검해봐야 한다”며 원론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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