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제 20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김준영회장(성균관대총장) 취임식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202개 국공립사립대 회원교 총장들이 떠나는 서거석 전임회장(전북대총장)의 노고에 감사를 전하고 새로 취임하는 회장단을 축하하기 위해 경향각지에서 모여들었다.

사전 배포된 이취임식 식순에는 서남수 교육부장관과 신학용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이 축사를 하기로 되어 있었다. 하지만 서장관과 나승일차관은 국회 일정 때문에 불참했다. 1급 공무원인 한석수 대학지원실장만이 식이 끝나갈 무렵 겨우 자리를 같이 했다. 물론 예정되어 있던 장관의 축사는 생략됐고 정작 바쁜 국회일정에도 참석한 신학용 위원장이 축사를 통해 “대한민국의 앞날과 미래가 대학의 수장인 총장 여러분들께 달려있다. 구조조정 여파로 힘들고 어려우시겠지만 대한민국 교수와 총장으로서 최고의 자부심을 갖고 열심히 인재양성에 힘써 주시라”고 당부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그날 국회 사회문화 분야 대정부 질문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국무총리를 비롯해 사회 문화 관련 7개부처 장관들이 모두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30분까지 국회에 붙들려 있었다. 국회 대정부 질문이니 장관이 빠져 나오기는 쉽지 않았을 터. 그러나 나 차관의 그날 일정을 확인해보니 오전에 세종청사 국무회의에 장관 대리로 참석하고 오후에는 국회 교문위 소속 의원 4~5명을 만나 교육부발 법안 논의를 위해 통상적 차원의 인사를 다녔다고 한다.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구조개혁(정부 표현)이 불가피하다는 이유 하나로 교육부가 정부재정지원을 미끼삼아 대학들을 일렬로 줄 세우고 반강제적으로 정원감축 등의 드라이브를 걸어 대학의 불만은 극에 달해있다. 이럴 때일수록 대학총장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자리에는 교육부 장·차관이 참석해 이해를 구하고 머리를 맞대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래서 살펴보니 대교협 16대 이기수 회장 취임때는 이주호 당시 교과부 1차관이, 17대 김영길 회장 때는 설동근 1차관이, 18대 함인석회장 때는 이주호 장관이 직접 참석했다. 공교롭게도 창조경제 인재양성을 외치는 현 정부 들어서는 19대 서거석회장취임 때도, 이번 20대 김준영회장 취임식에도 국회일정을 이유로 장차관 모두 불참했다. 이 뿐 아니다. 지난해 열린 전문대교협 주최 사상 첫 전문대 엑스포에서도 당시 박백범 대학지원실장이 장관을 대신해 축사를 했다. 이외에도 많은 대학 관련행사에 차관도 아닌 박실장이 축사를 대독해 그에게 ‘대독남(축사를 대독하는 남자)’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였다.

오비이락(烏飛梨落)이고, 대학총장들 모이는 자리에 장차관이 참석 안한 것이 대학의 권위를 무시한다고 지적하는 것은 견강부회(牽强附會)일수도 있다.

그러나 지난 2월 19일 4년제 대학 총장 161명이 참석한 대통령 주재 간담회 때 인근 맹아학교 주차장에서 1시간씩 기다리게 한 대학총장들을 버스에 태워 청와대로 데려간(?) 것도 모자라 간담회 후 대통령이 눈길조차 주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는 뒷이야기와 지난달 28일 사립대학총장협의회의 대정부 건의문의 문구 수정을 요구하는 교육부 관리의 모습이 현 정부가 대학을 바라보는 시각의 단편일 수 있어 씁쓸하기만 하다.

창조경제, 비정상의 정상화, 규제혁파를 외치는 현 정부에서 특성화 사업 등 정부재정지원사업을 볼모로 국공립대, 사립대, 전문대 할 것없이 정부지표에 올인하도록 만들고 대학총장들을 교육부의 수하로 인식하는 것이 과연 고등교육 정책 목표인지. 점점 추락해가는 대학의 위상을 지켜보고 있자니 가슴이 먹먹하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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